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좌측)과 구지은 부회장이 30일 임시주총에서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을 놓고 격돌할 예정이다. /아워홈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종합식품업체 아워홈 내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소집한 임시주주총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임시주총 결과에 따라 구본성·구지은 남매의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변곡점을 맞을 수 있는 만큼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이사진 교체 시도하는 구본성 전 부회장… 경영권 향방 이목 집중

아워홈은 오는 30일 임시주총을 열 예정이다. 이날 주총은 고(故) 구자학 회장의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구 전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구미현·구명진·구지은 세 자매가 선임한 이사진 21명을 해임하고 이사 48명을 새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구 전 부회장은 아워홈의 지분 38.56%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그는 보복운전 논란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뒤 지난해 6월 초 아워홈 경영에서 밀려났다. 당시 막내동생인 구지은 부회장이 언니인 미현·명진 씨와 힘을 합쳐 기존 이사진을 교체하고 오빠인 구 전 부회장을 해임시켰다. 구지은 부회장은 이를 계기로 아워홈의 경영권을 잡고 대표이사에 올라섰다. 

이후 지난 2월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유 지분을 전부 매각하고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면서 남매 간 분쟁은 종식되는 듯 보였지만 최근 재점화됐다. 지난 4월 구 전 부회장이 맏여동생인 구미현 씨와 지분을 동반 매각한다고 밝힌 것이 신호탄이 됐다. 

현재 아워홈의 지분 99.11%는 구 전 회장의 네 자녀가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구본성 전 부회장 38.56%, 구미현 씨 19.28%, 구명진 씨 19.60%, 구지은 부회장 20.67%의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구지은 부회장은 언니들의 지원을 받아 경영권을 탈환한 바 있다. 자매 합산 지분이 59.6%에 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30일 임시주총에서 구미현·구명진·구지은 세 자매가 선임한 이사진 21명을 해임하고 이사 48명을 새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아워홈

그런데 구미현 씨가 이번에 오빠와 함께 지분 동반 매각을 추진하면서 구지은 부회장의 경영권 사수에 빨간불이 커졌다. 구 전 부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아워홈 지분 전량(38.56%)과 구미현 씨가 보유한 20.06%(자녀 보유분 합산)를 합쳐 총 58.62%를 동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아워홈 지분 과반을 훌쩍 넘기는 규모다. 해당 지분이 한 곳에 매각된다면 구지은 부회장의 경영권 자체는 위태로워 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구 전 부회장은 이번에 현 이사회 교체를 안건으로 한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하며 구지은 체제에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구 전 부회장은 지분 매각 과정에서 회사 측의 제대로 된 협조를 얻지 못했다며 현 이사진을 교체하고 새로운 이사진을 선임하는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했다. 이후 아워홈 측이 임시주총 소집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임시주총 허가를 요청했다. 법원은 구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재계에선 구 전 부회장의 이러한 행보를 놓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호적인 이사진을 이사회에 진출시켜 기존 지분 매각 계획을 강행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이 있는가 하면, 구지은 체제 흔들기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경영권을 되찾기 위한 수순이라는 평가도 있다.

임시 주총 결과는 현재로선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재계에선 장녀 구미현 씨가 이날 주총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미현 씨는 오빠와 지분 동반 매각을 결정하면서 새로운 연합 전선을 구축했지만 최근엔 미묘한 입장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분위기다. 앞서 구미현 씨는 구 전 부회장이 요청한 임시주총 소집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달로 구지은 부회장이 경영권을 쥔지 만 1년째를 맞았다. 과연 구 부회장이 오빠의 반격을 딛고 경영권 방어에 성공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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