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가 지난 24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착수했다. /쏘카
쏘카가 지난 24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착수했다. /쏘카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급격하게 악화된 여건으로 인해 연기 가능성 등이 제기되기도 했던 쏘카의 상장이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상장 과정에서 피하기 힘든 ‘거품 논란’과 얼어붙은 시장여건 속 ‘흥행 실패’를 방지하기 위한 고민의 흔적이 특히 눈길을 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쏘카가 상장사로의 도약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악화된 여건 속 상장 나선 쏘카, ‘몸값’ 낮추고 ‘품절주’ 어필

국내 카셰어링 업계의 선두주자인 쏘카가 상장을 위해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지난 24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쏘카는 올해 초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신청서를 접수했으며, 4월 초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국내 유니콘 기업(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비상장사) 최초의 코스피 상장 추진으로 ‘대어급’이란 기대를 받은 데다 이전부터 착실하게 상장을 준비해왔던 만큼 상반기 중 상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그런데 이후 국제 정세 및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특히 주식시장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상장 여건 또한 급격하게 악화됐다. 이런 가운데, 쏘카의 증권신고서 제출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상장 연기 또는 철회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쏘카는 연내 상장 계획에 변함이 없다는 의지를 밝혀왔으며, 열악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한 모습이다.

쏘카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상장 과정에서 흔히 제기되는 ‘거품 논란’과 ‘흥행 실패’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고민의 흔적이다.

먼저, 쏘카는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한 듯 기업가치 및 공모 규모를 다소 보수적으로 책정했다. 쏘카는 당초 상장 과정에서 2~3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 바 있다. 실제 쏘카는 지난 3월 롯데렌탈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약 1조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번 상장 계획을 살펴보면, 총 455만주를 공모하면서 희망 공모가 범위를 3만4,000원~4만5,000원으로 제시했다. 그에 따른 시가총액 규모는 1조2,046억원~1조5,499억원이며, 공모 규모는 최대 2,048억원이다. 당초 예상 및 기대됐던 것에 미치지 못한다.

이 같은 기업가치를 도출한 방식도 눈길을 끈다. 쏘카는 아직 흑자를 낸 적이 없을 뿐 아니라 매출 성장과 함께 적자규모도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상장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미래 가치가 유망한 기업을 위한 ‘유니콘 특례상장’ 덕분이다. 

때문에 쏘카는 상장 과정에서 기업가치 산정에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적용하기 어렵다. 이에 앞서 쿠팡과 마찬가지로 주가매출비율(PSR)을 적용할 가능성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한편으론 시장 여건 악화로 인해 PSR 적용이 부정적인 반응을 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쏘카가 꺼내든 카드는 ‘매출액 대비 기업가치 비율(EV/Sales)’이다. EV/Sales는 PSR과 성격이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부채와 보유자산 등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상위개념으로 여겨진다. 이는 적자기업이 몸값을 부풀려 상장한다는 부정적인 시선을 불식시키면서도 미래 성장 가능성을 어필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쏘카는 또한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33.9~50%의 할인율을 적용했다. 이는 최근 5년간 코스피 상장기업 평균 할인율(22.03~35.03%)을 상회한다. 역시 ‘거품 논란’을 방지하기 위한 고민의 흔적이다.

이처럼 기업가치 산정에 신중을 기한 쏘카는 흥행을 위한 카드도 빼놓지 않았다. 우선, 쏘카는 이번 상장 과정에서 구주매출 없이 모두 신주로 발행한다. 기존 주주의 상장을 통한 ‘엑시트’가 없는 것으로, 당장의 차익 실현보단 미래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일종의 자신감을 보여준다. 

아울러 쏘카는 최대주주인 SOQRI(이재웅 쏘카 창업주의 개인 투자회사)가 상장 이후 1년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계속보유확약에 자발적으로 동의했고, 2대주주인 SK와 3대주주 롯데렌탈도 상장 이후 6개월간 주식을 팔지 않기로 했다. 그밖에 재무적 투자자들 역시 1~6개월의 보호예수를 약정했다.

이에 따라 쏘카는 상장 직후 시장에 유통 가능한 주식이 전체의 16.28%에 불과하다. 최근 3년간 코스피 상장기업의 평균치인 38.8%에 비해 상당히 적다. 소위 ‘품절주’라는 평가를 받으며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요인이다.

◇ 그래도 피하기 힘든 ‘거품’ 지적… 시장 상황도 ‘변수’

쏘카는 오는 8월 수요예측 등을 거쳐 상장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쏘카
쏘카는 오는 8월 수요예측 등을 거쳐 상장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쏘카

하지만 이 같은 고민의 흔적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지적이나 흥행 가능성에 대한 우려 또한 가시지 않고 있다.

모빌리티 산업 전반으로 영역을 넓혀가며 ‘슈퍼앱’으로의 도약도 준비 중인 쏘카는 카셰어링 사업을 핵심으로 두고 있다. 다만, 쏘카의 카셰어링 사업은 현재 국내 여건 상 사실상 ‘초단기 렌터카 사업’에 해당한다. 

국내 렌터카 업계 1위의 입지를 자랑하고 카셰어링 사업 또한 운영 중인 롯데렌탈은 현재 시가총액이 1조4,000억원대다. 심지어 롯데렌탈은 지난해 2조원이 훌쩍 넘는 매출액과 2,45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1조원대 매출액과 700억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렌터카 업계 2위 SK렌터카의 시가총액은 3,800억원대다.

이런 가운데, 직전 1년 매출액이 3,000억원대이고 흑자전환을 이루지 못한 쏘카가 기업가치를 최대 1조5,000억원대로 제시한 것은 다소 지나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V/Sales 방식을 적용하면서 비교대상 기업으로 선정한 곳들도 논란을 사고 있다. 쏘카는 우버, 리프트, 그랩, 고투, 버드 글로벌, 헬비즈, 오비고, 삼사라, 우한 코테이 인포매틱스, 오로라 이노베이션 등 10곳을 비교대상 기업으로 선정했다. 

이 중 9곳은 외국기업이다. 또한 국내 렌터카 업체는 포함되지 않은 반면, 현재 쏘카가 핵심적으로 영위 중인 렌터카·카셰어링 사업과의 유사성에 다소 물음표가 붙을 수 있는 배달플랫폼, 자율주행, 스마트카 플랫폼 업체들은 포함됐다. 무엇보다 비교대상 기업들의 평균 EV/Sales 배수를 크게 끌어올린 것이 바로 이러한 업체들이었다. 

만약 금융당국이 이 같은 비교대상 기업 선정에 의문을 제기할 경우 수정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EV/Sales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해 상장했던 카카오페이 역시 금융당국으로 지적을 받아 비교대상 기업 및 공모가를 수정한 바 있다.

또한 낙관하기 어려운 시장 상황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변수다. 특히 이는 쏘카 차원에서 해소할 수 없는 성격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편, 쏘카는 오는 8월 1~2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해 8월 4일 공모가액을 확정한 뒤 8월 8~9일 청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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