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9일(현지시간) 마드리드 한 호텔에서 열린 스페인 동포 초청 만찬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마드리드 한 호텔에서 열린 스페인 동포 초청 만찬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정상으로서는 최초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3박 5일 일정으로 참석하고 1일 귀국했다.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북한 핵실험·미사일 도발 대응 협력을 촉구했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복원했다. 또 한미 ‘가치동맹’을 넘어 나토와도 가치동맹을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가치동맹의 확장에서 오는 후폭풍을 맞이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 가치동맹·안보협력 강화 평가

윤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스페인 마드리드로 출국해 같은달 28~30일 사흘간 총 16건의 외교 일정을 소화했다. 윤 대통령은 정식 회담과 풀 어사이드(약식회담)을 포함해 호주·네덜란드·폴란드·유럽연합(EU)·튀르키예·덴마크·체코·캐나다·영국 등 총 10개 국가의 정상들과 만났다. 

또 나토 정상회의, 한미일정상회의,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 4개국 회동 등 3건의 다자회의도 진행됐다. 이밖에도 스페인 국왕 및 나토 사무총장 면담, 스페인 경제인 오찬간담회를 합치면 전체 외교일정은 총 16건이 된다. 또 반도체, 원전, 건설, 방산 등 경제분야 협력에도 힘을 썼다. 특히 폴란드와의 정상회담에선 방산 분야가 심도 있게 논의됐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이에 대해 “조만간 실질적인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나토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도 표명했다. 이와 함께 북한 비핵화를 위한 나토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나토는 북한의 핵실험 등에 대해 규탄 성명을 여러 차례 낸 바 있다. 윤 대통령의 참석으로 서방과의 가치 동맹이 굳건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한미일정상회의를 통해 안보 협력을 강화했다.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참석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났다. 세 정상은 모두 북한의 미사일 도발 및 핵개발을 규탄했다. 윤 대통령은 1일 귀국길 기내 기자간담회에서 “북핵 대응을 위해서는 상당 기간 동안 중단됐던 (한미일) 안보 협력 부분들이 재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원칙론에 합치를 봤다”고 설명했다. 

◇ 신냉전 대응은 과제 ‘외교 결례’는 논란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신냉전 질서로 개편되는 세계 상황에 대응했다는 의미가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 갈등 등 신냉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미국은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 손을 잡고자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나토 정상회의에 아시아·태평양 4개국 정상이 참석한 것은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포위하려는 전략에 힘을 실은 셈이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순방 기간 동안 한·나토 협력 프로그램 체결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가치동맹과 신흥 안보협력을 위해서다. 한국은 올 하반기에 벨기에 브뤼셀에 주(駐) 나토대표부도 신설해 나토 동맹국과의 네트워크 구축에도 힘을 쓸 방침이다. 전반적으로 미국과 유럽 등 서구에 가까운 스탠스를 취하겠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다만 신냉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러시아·중국을 견제하는 진영에 빠르게 합류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나토가 러시아를 ‘동맹의 안보에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위협’,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이 공언하는 야망과 강압적인 정책은 우리의 이익과 안보 가치에 도전을 제기한다’며 위협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나토 참석이 러시아·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하고 있다. 그런데 거기 한가운데 가서 나토하고 협력한다는 것은 우리가 러시아를 적대한다는 것하고 같은 이야기가 된다”고 반박했다. 이에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윤 대통령의 과제로 남아있다. 

또 첫 순방임에도 여러 가지 잡음이 나왔다. 핀란드 정상과의 회담이 취소됐으며, 나토 사무총장과 면담은 당초 예정된 일정에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윤 대통령이 30분간 기다렸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외교 결례’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노룩(no look) 악수’나 나토 공식 홈페이지에 윤 대통령이 눈을 감은 사진이 올라온 것도 비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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