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힐튼 부산’→‘아난티 힐튼’ 호텔명 변경 빅딜 성공
호텔업계 통상적 10년 단위 브랜드 계약, 아난티 남해도 10+1년 힐튼 계약
아난티 힐튼, 최근 ‘매니지먼트→프랜차이즈’ 계약 변경… 홀로서기 준비?
빌라쥬 드 아난티, 내년 오픈…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대규모 아난티 타운 구축

/ 아난티 힐튼
아난티 힐튼 호텔의 ‘힐튼’ 브랜드 결별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아난티 힐튼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아난티 힐튼 부산(이하 아난티 힐튼)이 ‘힐튼’ 브랜드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홀로 서기를 할 것이라는 결별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난티 힐튼은 국내 고급리조트 개발·운영기업인 아난티가 소유하면서, 글로벌 호텔 체인인 힐튼 월드와이드와 매니지먼트 및 브랜드 이용(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운영 중이다.

그러나 지난 2020년부터 아난티 측은 ‘아난티 힐튼’에서 ‘힐튼’ 브랜드를 떼고 독자 브랜드로 성장을 하기 위해 다분히 노력하는 모습이라 향후 행보에 소비자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아닌티 힐튼은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와 인접한 해안가에 위치한 5성 호텔이다. 호텔은 지난 2017년 7월 문을 열었다. 오픈 당시 호텔의 명칭은 ‘힐튼 부산’이었는데, 오너사인 아난티 측이 지난 2020년 9월 이름을 ‘아난티 힐튼’으로 변경했다.

당시 아난티 힐튼 측에서는 호텔명 변경과 관련해 아난티의 콘셉트와 철학을 반영해 한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호텔로 한 단계 발돋움하고자 결정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호텔명을 변경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게 호텔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글로벌 호텔 체인 브랜드명보다 앞에 특정 법인명을 공식적으로 표기하는 경우는 찾아보기가 힘든 정도다. ‘힐튼’이라는 브랜드 앞에 특정 법인을 지칭하는 명칭을 표기하는 경우는 아난티 힐튼과 밀레니엄 힐튼이 고작이다. 다른 글로벌 호텔 브랜드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이나 아코르, 하얏트 등도 대부분이 호텔 브랜드를 가장 앞에 사용한다.

두 가지 이상의 고유명사를 합쳐 상호를 만들 때는 앞에 붙는 명칭이 강조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아난티 측의 아난티 힐튼 호텔명 변경에 대해 성공적인 ‘빅딜’이라고까지 표현을 한다. 뿐만 아니라 상호변경을 추진한 배경에도 향후 아난티가 아난티 힐튼을 독자적으로 운영하게 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향후 아난티 힐튼에서 힐튼을 떼면 상호 변경 및 홍보마케팅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며 소비자들에게 알려야 하는데, 초기부터 ‘아난티’를 전면에 내세운 만큼 홍보에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지난 2018년에는 ‘힐튼 남해 골프 앤 스파 리조트’의 프랜차이즈 계약 및 운영 계약 기간이 2017년 12월 31일자로 종료돼 상호를 ‘아난티 남해’로 바꾸기도 했다. 아난티 남해는 에머슨퍼시픽(현 아난티)이 2006년 준공한 리조트로, 당시 힐튼과 최초 10년 운영 계약을 맺은 데 이어 1년간 계약을 연장했다.

아난티 남해의 상호 변경은 힐튼을 통해 전략적으로 남해에 위치한 아난티의 리조트를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알린 후 독자 운영이 가능하다고 판단된 시점에 계약을 해지 한 것으로 보인다.

/ 아난티 힐튼
아난티 힐튼 호텔은 지난 2017년 ‘힐튼 부산’으로 오픈한 후 상호를 현재의 ‘아난티 힐튼’으로 변경했다. 이어 올해 7월 1일부터는 아난티와 힐튼 월드와이드 측의 계약 내용이 일부 변경돼 기존의 매니지먼트 계약이 프랜차이즈 계약으로 변경됐다. / 아난티 힐튼

여기에 빗대보면 부산의 아난티 힐튼도 프랜차이즈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 독자 브랜드로 호텔을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아난티 측은 최근 힐튼 측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프랜차이즈 계약으로 변경해 운영 중이다. 매니지먼트 계약은 호텔의 전반적인 운영을 모두 글로벌 호텔 체인에서 맡아서 해주는 대신 매월 수익의 일부를 지급해야 하는 것인데, 프랜차이즈 계약은 단순히 브랜드만 빌려 이용하는 것으로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이것 역시 홀로서기의 준비 단계로 비쳐질 수 있다.

특히 아난티 회원권을 구매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아난티가 힐튼과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연장할 계획이 없다고 들었다’는 소문이 이미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힐튼 브랜드 계약 기간은 기업 간 계약 사항이라 공개가 불가능한데, 호텔업계에서는 최초 브랜드 계약 시 10년을 기준으로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한다. 이 경우 아난티 힐튼의 힐튼 브랜드 계약은 2027년 6월까지다.

특히 내년에는 부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빌라쥬 드 아난티’라는 초대형 리조트 단지가 오픈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점이다. 빌라쥬 드 아난티는 △54개 수영장 △181개 히노키 △94개 프라이빗 빌라 △16개 레스토랑 △11개 광장 △5개 클리퍼 등을 갖춘 대규모 리조트 단지다. 

빌라쥬 드 아난티가 완공되면 부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는 아난티의 호텔&리조트만 △빌라쥬 드 아난티 △아난티 코브 △아난티 힐튼  총 3개가 된다.

국내에는 로컬 브랜드 호텔&리조트가 일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신라호텔과 롯데호텔, 그리고 파라다이스 등이 있다.

해당 호텔에서는 각각 자체 브랜드를 키우고 있으며, 롯데호텔의 경우 힐튼·메리어트 등 글로벌 호텔 체인처럼 해외에서 프랜차이즈 영업을 하면서 ‘시그니엘’과 ‘롯데호텔’ ‘L7’ 브랜드를 늘려나가고 있다. 신라호텔 역시 ‘신라모노그램’이라는 어퍼 업스케일 브랜드를 지난 2020년 새롭게 론칭하고 입지를 넓히고 있다. 파라다이스도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파라다이스호텔 부산과 인천 영종도에 동북아 최초 복합리조트인 파라다이스시티를 운영 중이다.

아난티는 현재 국내에서 아난티 코드·코브·남해 3곳의 리조트와 아난티 힐튼·아난티 앳 강남 2개의 호텔, 그리고 여성 전용 클럽 아난티 청담을 운영 중이다. 내년에 오픈하는 빌라쥬 드 아난티를 통해 부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서 아난티의 입지를 넓힌 후 아난티 힐튼까지 독자 브랜드로 운영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아난티 측에서는 “아직 힐튼과의 계약이 진행 중이며, 브랜드 계약과 관련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며 “힐튼과 결별은 (사실이) 아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호텔업계에서는 대체로 호텔 매니지먼트와 브랜드 이용료(프랜차이즈 피)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아난티 입장에서는 힐튼의 충성고객을 얻고 브랜드 계약을 유지할지, 지출을 줄이는 대신 회원권을 구매한 소수의 고객들에게 보다 높은 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독자 브랜드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좋을 지 주판알을 튕기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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