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누군가는 몰래 촬영하고, 누군가는 소비한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 온라인 공간으로 퍼지는 젠더 폭력. 우리는 이것을 ‘디지털 성범죄’라고 부른다. 우리 사회의 디지털 성범죄는 생각보다 자주, 많이 일어나고 있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두려움. 무엇이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디지털 성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현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편집자주]

디지털 전환 사회의 뒤편에는 ‘디지털 성범죄’라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이로 인해 디지털 성범죄를 대응해줄 수 있는 전문가들의 도움을 기다리는 피해자들 역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인공지능(AI)부터 로봇, 메타버스에 이르기까지 긍정적으로만 보이는 디지털 전환 사회의 뒤편에는 ‘디지털 성범죄’라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특히 최근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 역시 동시에 가속화되면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위협은 더욱 커져가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디지털 성범죄를 대응해줄 수 있는 전문가들의 도움을 기다리는 피해자들 역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 급증하는 디지털 성범죄… 몸캠피싱 피해자, ‘20대 남성’ 가장 많아

그렇다면 디지털 사회 속의 어두운 심연 속에서 디지털 성범죄와의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전문가들은 과연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기자는 ‘라바웨이브’의 전문가들을 찾았다.

‘라바웨이브(LAVARWAVE)’는 지난 2014년 창립된 디지털 성범죄 전문 대응 기업이다. 몸캠피싱을 비롯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영상 유포 차단 서비스 및 온라인상 유포된 영상을 삭제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디지털 성범죄 대응 업계 최초 특허·저작권·연구개발전담부서(R&D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라바웨이브 창립자 김준엽 대표는 보안업계에 종사하는 해커인 ‘화이트 해커’로 오랜 시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을 개인적으로 도와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의 숫자가 급속도로 증가함에 따라 김준엽 대표는 이들을 제대로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고, 현재의 라바웨이브를 설립했다고 한다.

지난 2014년 창립된 디지털 성범죄 전문 대응 기업 ‘라바웨이브(LAVARWAVE)’는 몸캠피싱을 비롯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영상 유포 차단 서비스 및 온라인상 유포된 영상을 삭제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라바웨이브

특히 코로나19 이후에는 디지털 성범죄 유형 중 ‘몸캠피싱’의 위협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라바웨이브 측 설명이다. 몸캠피싱이란 영상 통화로 음란행위를 하는 ‘몸캠’과 자 금융 사기 범죄를 뜻하는 ‘피싱(Phishing)’의 합성어로 신종 사기 수법이다. 주로 피해자를 유혹해 해킹용 악성앱을 설치하도록 하거나 민감한 사진을 찍도록 유도해 협박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실제로 경찰청이 발표한 ‘2019 사이버 위협 분석보고서’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한 몸캠피싱 피해 건수는 △2015년 (102건) △2016년 (1,193건) △2017년 (1,234건) △2018년 (1,414건) △2019년 (1,824건)으로 해마다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몸캠피싱 범죄 검거율의 경우, 2019년 기준 26.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피해가 한 번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피해 보상 및 해결은 다소 어려운 실정이다.

문제는 이런 몸캠피싱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사회의 도래 이후 젊은 세대 층에서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라바웨이브 측에 따르면 올해 기준 몸캠피싱 피해 문의를 남긴 연령대는 20대로 전체 문의의 47.59%를 차지했다. 성별의 경우는 남성 피해자 비율이 90%를 상회했으며, 최근에는 성소수자들을 대상으로 한 몸캠피싱도 급증하는 추세라고 한다. 그동안 디지털 성범죄는 대부분 ‘여성’에게만 발생한다고 생각했던 사회적 통념과는 거리가 있는 수치다.

라바웨이브 측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에는 디지털 성범죄 유형 중 ‘몸캠피싱’의 위협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 자체 기술로 디지털 성범죄 막는 라바웨이브, “피해 최소화 위해선 즉각 도움 요청해야”

하지만 몸캠피싱 및 디지털 성범죄자 가해자들을 잡거나 유출 영상들을 삭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범죄자들의 경우, 보통 국내 사이트가 아닌 해외 서버를 둔 웹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라바웨이브 마케팅실 담당자는 “보통 디지털 성범죄자들이 영상을 유포하는 사이트는 해외 서버로, 현재 중국이 가장 많으며 아프리카, 남미 등지에 서버가 있다”며 “글로벌 사업을 준비하면서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해당 국가들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경우 피해자보다 가해자가 많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최근 급증하고 있는 추세인 몸캠피싱과 디지털 성범죄를 라바웨이브와 같은 디지털 성범죄 대응 기업들은 어떻게 막아내는 것일까. 라바웨이브의 전문가들은 현재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정밀 분석 시스템을 활용한 디컴파일 △CS시스템 △LAB시스템의 세 가지 단계의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웨이브의 전문가들은 현재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정밀 분석 시스템을 활용한 디컴파일 △CS시스템 △LAB시스템의 세 가지 단계의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다./ 라바웨이브 홈페이지

먼저 ‘정밀 분석 시스템을 활용한 디컴파일(Decompile)’은 의뢰인으로부터 해킹 파일을 공수해 가해자의 해킹 서버 주소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해킹 파일 다운로드 내역이 있을 경우, 유포 방지 시스템을 진행 하기 앞서 동작되는 플랜으로 범행에 사용된 해킹 파일을 리버싱, 네트워크 패킷 분석 작업을 통해 C&C 서버 주소 파악 및 피해 데이터를 할 수 있다.

두 번째 ‘‘CS시스템’은 디지털 성범죄 영상 및 사진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유포를 방지하는 과정이다. 해킹 서버 내부에서 동작되는 기술로, 피해자의 데이터와 동일해 보이지만 내부에 가상의 데이터가 들어있는 속임수용 가짜 주소록인 더미 데이터를 생성하고, 가해자가 표적을 겨냥할 때 이 가상의 주소록으로 전송을 유도함으로써 유포 확률을 낮춘다. 이를 라바웨이브에서는 ‘데이터 인젝션(Data Injection)’ 작업이라고 부른다.

마지막 ‘웹크롤링(Web Crawling)’으로 불리는 ‘LAB시스템’을 통해 웹상에 존재하는 피해 데이터를 추출한다. 이 기술을 통해 라바웨이브는 웹사이트에서 원하는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한 뒤 유포 가능성이 있는 페이지를 정밀하게 탐색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지속적으로 영상 유출 및 피해를 모니터링하게 된다.

다만 라바웨이브 오은영 부장은 “현재 라바웨이브에서 몸캠피싱 등 디지털 성범죄로 발생하는 영상, 사진 등의 유포와 피해를 막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흔히 말하는 불법촬영물 등의 유포 ‘골든타임’은 몇시간, 며칠 등 다양하다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를 봤는가’다”며 “개인들이 이 영상들을 내려받게되는 순간 2차,3차의 유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피해자분들의 즉각적인 도움 요청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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