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그룹이 3세 후계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장녀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노루그룹이 3세 후계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장녀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노루페인트로 널리 알려진 중견기업 노루그룹의 3세 후계구도에서 ‘장녀’가 존재감을 부쩍 키우고 있다. 남동생인 장남이 후계구도 상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다지고 있는 가운데, 장녀 또한 눈길을 잡아끄는 모습이다. 다소 곱지 않은 시선 속에서도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는 노루그룹의 승계작업이 어떤 흐름으로 이어지게 될지 주목된다.

◇ 나란히 지분 늘린 오너일가 3세… ‘장녀’가 눈길 끄는 이유

1945년 창업주 고(故) 한정대 회장이 설립한 노루그룹은 현재 그의 장남인 한영재 회장이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편으론, 3세 승계작업도 분주하게 진행 중이다.

노루그룹의 3세 후계구도에서 단연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것은 역시 한영재 회장의 장남인 한원석 전무다. 1986년생으로 아직 30대 중반에 불과하지만, 경영적인 측면에서는 물론 지분에 있어서도 확고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한원석 전무는 20대 시절이던 2014년 노루홀딩스 지분을 처음 취득하고 노루그룹에 입사하면서 후계자로서의 행보를 시작한 바 있다. 이후 그는 오너일가다운 ‘초고속 승진’ 행보로 단숨에 고위 경영진 자리를 꿰찼고, 현재 무려 11개 계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아울러 지분도 꾸준히 늘려 부친에 이은 단일 2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최근엔 자신이 97.7%의 지분을 보유 중인 디아이티가 한영재 회장으로부터 노루홀딩스 지분 4.45%를 사들이며 지배력이 부쩍 높아진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한영재 회장의 장녀이자 한원석 전무의 누나인 한경원 노루서울디자인스튜디오 실장의 존재감도 최근 부쩍 커지고 있다.

2016년 6월 처음 노루홀딩스 지분을 취득한 한경원 실장은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지분이 0.04%에 불과했다. 그러다 지난해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친 매입으로 지분을 0.11%로 소폭 끌어올렸다. 눈길을 잡아끄는 뚜렷한 변화가 시작된 것은 지난달부터다. 한경원 실장은 지난달 10일을 시작으로 거의 매일 노루홀딩스 지분을 장내매수했다. 이러한 행보는 이달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그 결과 현경원 실장은 현재 보유 지분이 0.9%로 1%를 눈앞에 두게 됐다.

물론 이 같은 지분은 여전히 남동생에게 크게 미치지 못한다. 한원석 전무는 노루홀딩스 지분 3.75%를 보유 중이며, 디아이티의 4.51%를 더하면 보유 지분이 8%를 훌쩍 넘는다. 다만, 한경원 실장의 행보는 그 속도와 시점이 주목할 만하다. 한경원 실장은 한영재 회장이 디아이티에 지분을 넘긴 직후부터 빠른 속도로 지분을 늘리고 있다. 

한편으론 경영적인 측면에서도 역할이 부각되고 있는 모습이다. 한경원 실장은 지난해 11월 이후 노루페인트가 발표하는 보도자료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전까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더욱 큰 변화다.

한원석 전무와 한경원 실장의 행보에서 확인되는 차이점도 흥미롭다. 한원석 전무는 후계구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으나 초고속 승진과 과다 겸직, 경영 능력 입증 등에 있어 물음표를 남겨왔다. 또한 그룹 의존도가 높은 개인회사를 통해 부친의 지분을 넘겨받은 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반면, 한경원 실장은 한원석 전무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지분 또한 자신이 직접 매입하고 있다.

최근 들어 부쩍 분주해진 노루그룹의 3세 승계작업은 당분간 지속적으로 속도를 낼 전망이다. 노루홀딩스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주식시장 전반의 부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승계비용 부담이 적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루그룹의 3세 승계작업이 어떤 흐름을 이어가게 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경원 실장은 어떤 역할 및 입지를 맡게 될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