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40 이후 맥 끊긴 국산 왜건… 현대차그룹, 프리미엄 브랜드로 재도전
韓 왜건 시장은 비주류?… 수입 왜건, 적지만 꾸준한 판매 기록
국내 출시가, 볼보 V60 정조준… 소비자 라이프스타일변화에 따른 국내 출시

/ 제네시스
제네시스가 G70 슈팅브레이크를 국내 시장에 출시해 국산 왜건의 명맥을 이어간다. / 제네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제네시스가 G70 슈팅브레이크를 국내 시장에 출시하면서 3년 만에 국산 왜건의 부활을 알렸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세단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모델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왜건과 해치백 등 모델은 비주류로 취급돼 흔히 ‘왜건 무덤’ ‘해치백 무덤’으로 불린다. 이 때문에 국산 왜건 모델은 자취를 감췄고, 결국 수입차 브랜드가 국내 해치백·왜건 시장을 독과점하기 시작했다.

제네시스는 G70 슈팅브레이크를 통해 수입차 브랜드가 독식한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모습으로 비쳐진다. 특히 G70 슈팅브레이크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왜건 모델이라는 점에서 그간 국산 왜건과는 차별점으로 꼽히며, 해당 모델의 성패에 따라 향후 국내 시장에서 왜건 모델의 성패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으로 전망돼 소비자는 물론 자동차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가장 최근까지 국내 시장에 판매된 왜건 모델은 현대차 i40로, 지난 2011년 신차로 출시된 후 2019년 중순까지 약 8년간 판매를 이어오다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i40는 2011년 9월 데뷔부터 2019년 7월 단종이 되기까지 연 평균 약 3,000여대 수준의 판매를 기록했다. 국산차임에도 수입차 일부 모델보다 판매가 저조했다. 가장 많은 판매를 기록한 시기는 2012년으로 연간 1만341대를 판매했지만, 이후 단종까지 매년 판매실적이 전년 대비 반토막났다.

업계에서는 왜건이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은 이유로 ‘독특한 외형’과 ‘가격’을 꼽는다. 왜건은 세단과 SUV의 장점을 결합한 모델로, 세단의 편안함과 SUV의 넓은 적재공간을 갖춘 덕에 실용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세단의 적재함(트렁크) 부분을 SUV처럼 확대한 만큼 후면 디자인이 ‘짐차’처럼 보이는 단점이 존재했다. 디자인을 중요시하는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실용성보다는 독특한 외관이 부각돼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또 일반적인 세단과 달리 왜건은 후면 적재함 부분의 개폐 장치도 도어 형태로 설계를 해야 하고, 그만큼 생산비가 높아져 세단에 비해 출시가가 높을 수밖에 없는 단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높은 장벽으로 국산 왜건 모델은 국내 시장에서도 환영받지 못했고, 결국 명맥이 끊기는 듯했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앞세워 국내 왜건 시장에 재도전 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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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70 슈팅브레이크는 활용성이 높은 왜건 모델이면서 동시에 프리미엄 차량이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가성비·가심비를 내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제네시스

국내 왜건 시장이 비주류로 꼽히기는 하지만, 프리미엄 수입차로 꼽히는 브랜드에서 출시하는 왜건 모델은 아주 높은 판매량은 아니지만 매년 꾸준한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볼보자동차의 크로스컨트리(CC) 모델인 V시리즈가 있으며, BMW 3시리즈 투어링이나 푸조 508SW 등도 근근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볼보 V60 CC 모델은 2020년 1,929대, 2021년 1,810대 등 준수한 실적을 연이어 기록하며 볼보의 성장에 기여함과 동시에 국내 왜건 시장의 성장을 견인한 모델로 평가 받는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V90 CC의 판매는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결국 볼보 V60 CC와 비슷한 가격대의 프리미엄 왜건이라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볼보 V60 CC의 국내 판매 가격은 5,330만원∼5,960만원이다. 제네시스는 G70 슈팅브레이크의 풀옵션 모델 기준 국내 판매 가격을 이와 완전히 겹치게 5,950만원으로 책정했다. 볼보 V60 CC를 정조준 한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제네시스 G70 슈팅브레이크의 기본 가격은 볼보 V60 CC보다 저렴한 4,310만원, 4,703만원이다. 볼보 V60 CC보다 가격 경쟁력 면에서 우위를 차지하며, 4,000만원대에서 프리미엄 왜건을 원하는 소비자들까지 품을 수 있어 고객층이 넓다는 점이 강점이다. 또한 제네시스의 세단 모델인 G70보다는 300만원 정도 가격이 높긴 하지만, SUV 모델인 GV70 가솔린 모델에 비하면 500만원 이상 저렴하다. 제네시스 GV70보다 저렴한 가격임에도 활용성을 감안하면 가성비가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국내에 G70 슈팅브레이크를 출시하게 됐다”며 “G70 슈팅브레이크는 멋과 실용성에 우수한 성능 등을 갖춘 매력적인 차량으로,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캠핑·차박 등으로 다변화되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만큼 세단의 안정적인 주행성능과 SUV의 활용성을 모두 갖춘 G70 슈팅브레이크가 국내 자동차 시장의 다양성 확대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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