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민주당 당무위원회에서 자신의 전당대회 출마를 최종 불허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회사진기자단‧뉴시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민주당 당무위원회에서 자신의 전당대회 출마를 최종 불허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회사진기자단‧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룰 변경과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출마자격 문제로 곤혹을 겪고 있다. 특히 박 전 비대위원장의 출마를 불허하면서 젊은 정치인들을 이용만하고 ‘팽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6일 당무위 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권역별 투표제도는 오늘 오전 비대위에서 스스로 철회하고, 당대표 예비경선은 중앙위원 70% 국민여론조사 30%를 반영하되 최고위원은 중앙위원 경선만으로 결정하는 수정안으로 만장일치 의결했다”며 당초 전준위가 제시한 안을 대체로 유지하면서 예비경선방식 일부만 수정하는 절충안을 만들어냈다.

이번 전대룰을 두고 민주당은 친명계(친 이재명)와 비명계(비 이재명)로 나뉘어 다시 내홍을 겪을 뻔 했지만, 당무위가 2시간 동안 격론을 벌인 끝에 절충안이 나오면서 봉합 수순에 접어들었다. 우 비대위원장은 이재명 컷오프 의혹을 두고도 “대통령 후보까지 하신 분이 컷오프 떨어진다는 게 말이 되냐”며 “(최고위원 출마 후보군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룰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면 솔직한데, 이재명 의원은 왜 끌고 들어가냐”고  말해, 친명과 비명의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아직 박 전 비대위원장의 거취가 남았다. 우 위원장은 “비대위에서 당무위 안건으로 회부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계속 해서 박지현 전 위원장이 문제 제기를 하고 있어서 안건은 아니고 의견을 물었다”며 “공식 안건은 아니지만, 비대위 의견을 존중한다는 것을 만장일치로 정리해줬다”고 말했다.

우 위원장은 박 전 위원장에게 다음 도전을 권하며 “분명히 말하지만 소중한 인재이고 도전은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예외를 인정하는 게 공정성 시비에 걸릴 가능성이 크고, 박 전 위원장 본인에게도 좋은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다음 도전을 잘 준비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이후 비대위는 입당한지 6개월이 지나지 않아 피선거권 자격 미달로 출마할 수 없음을 밝혔다. 반면 박 전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장으로서 출마‧당선 된 이력이 있는만큼 한번 주어진 피선거권이 박탈될 수 없다며 출마 강행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 그는 6일 본인의 SNS를 통해 연일 입장을 표명하며 “성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저를 영입했던 민주당이 저를 계륵 취급하고 있다. 반대로 성희롱 발언을 한 의원은 윤리심판원의 징계를 받고도 팬덤의 비호 아래 사과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며 “토사구팽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민주당이 저를 쓰고 버리는 것은 상관이 없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금 박지현은 물론 저에게 만들자고 약속했던 성폭력 없는 세상까지도 토사구팽하려 한다”며 “이것은 제가 막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 피선거권 논란

진중권 작가도 박 전 위원장의 편을 들었다. 그는 5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출마하겠다는데 왜 막느냐. 피선거권이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줬어야 될 것 같다고 본다”며 “그냥 출마하게 해도 큰 지장이 없을 것 같다. 대세에 큰 변화가 생길 것 같지 않은데 지금 모양새가 이상해졌지 않느냐”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이어 “비대위까지 하고 대선에서 나름대로 혁혁한 공을 세웠는데 출마하겠다고 하니 당에서 원천봉쇄한 꼴이 된 것”이라며 “중앙위원회 투표를 거쳐서 비대위원장으로 선출이 됐다면 피선거권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굉장히 타당한 점이 있다. 당에서 유권해석을 받았으면 좋겠고 전향적으로 좀 철회를 했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진 작가는 민주당 뿐 아니라 국민의힘까지 겨냥해 젊은 정치인들을 소모하는 정치권의 방식 자체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의힘도 그렇고 민주당도 그렇고 선거 때는 2030에 어필하기 위해서 2030 젊은이들을 잔뜩 데려다 놓지 않았나. 선거 끝난 다음에 다들 어떻게 됐나. 다 찬밥”이라며 “이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태인 것 같아 마음이 안 좋다”고 말했다.

반면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의 행보를 두고 “세상을 너무 이렇게 본인 중심으로 생각하시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본인의 정치적 위상을 이준석 대표나 김동연 지사 정도의 급으로 생각해 오해하고 계신 것 같다”며 “박지현 출마 특혜는 명백히 공정과 상식에 반하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민주당에서 박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를 최종 불허한 만큼 결론적으로 박 전 위원장은 당대표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이 이번 최강욱 의원의 ‘짤짤이 논란’ 이후 전당대회 출마까지 이슈 몰이를 하고 있고, 매일 본인의 SNS에 소신을 밝히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정치 행보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조원씨앤아이의 민주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박 전 위원장은 지지율 8.8%로 이재명 의원(33.2%)과 박용진 의원(15%)의 뒤를 이어 3위에 자리했다. 김민석 의원(5.2%), 박주민 의원(5.1%), 이인영 의원(3.9%), 강훈식 의원(2.3%), 강병원 의원(1.8%)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인 것이다. ( 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조사, 표본오차 95%·신뢰수준 ±3.1%p, ARS(무선 RDD) 방식, 자세한 사항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

이 같은 여론 때문에 민주당도 박 전 위원장의 주장을 무시하기 어렵게 됐다. 더구나 민주당이 정작 청년 정치인을 필요할 때 쓰고 팽한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졌다.

박 전 위원장은 당무위의 최종 결정에 “저의 주장은 간단하다. 저만 막고 다른 영입인사에게는 앞으로 길을 열어주겠다는 청년 차별이 아니라면 비대위가 ‘공식안건’으로 채택해 의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본인이 2030청년 여성이어서 차별받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어떠한 경우라도 영입 6개월이 되지 않은 당원에게는 원칙적으로 피선거권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점, 비대위원장을 했고 중앙위의 투표로 인준을 받았을지라도 그 자체가 피선거권을 준 것은 아니라는 점을 문서화 해 달라고 요구한 셈이다. 민주당 당무위가 이 요구를 받아들여 당무위에서 공식 논의할 지 여부도 관심이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박 위원장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명문화 해두는 것이 오히려 가장 쉬운 방식이다. 하지만 자숙을 위해 사퇴한 전 비대위원장의 요구에 당이 끌려가는 모양새가 좋아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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