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의 리더십이 새로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증시침체 여파로 실적 관리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수익성 방어 및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라는 과제를 무겁게 받아들게 됐기 때문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올해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의 리더십이 새로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증시침체 여파로 실적 관리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수익성 방어 및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라는 과제를 무겁게 받아들게 됐기 때문이다.

◇ 세 번째 임기 시작한 정영채 대표, 업황 악화로 실적 적신호  

정영채 대표는 3연임에 성공해 지난 3월 말부터 세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 책임론이 연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재신임을 받았다. 

여기엔 탄탄한 경영 실적이 뒷받침이 됐다. 정 사장은 2018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4년 연속 최대 실적 달성을 이끌었다. 지난해엔 창사 이래 첫 ‘1조 클럽 가입’이라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 NH투자증권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조1조2,939억원을 기록했다. 주식시장 호황에 따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 증대와 IB(투자은행)부문의 실적 호조가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됐다. 

그런데 올해 들어 NH투자증권의 호실적 행진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NH투자증권의 1분기 순이익은 1,0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3% 급감했다.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56.8% 줄어든 1,618억원에 그쳤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는 부진한 실적이었다. 거래대금 감소로 브로커리지 수익이 줄어든 데다 시장금리 급등으로 국내외 투자 환경이 악화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2분기 실적 전망에도 먹구름이 가득하다. NH투자증권은 2분기에도 어닝쇼크 수준의 저조한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신증권은 8일 보고서를 통해 NH투자증권의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56% 감소한 1,191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거래대금 감소, 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운용 손실 등으로 실적이 크게 급감할 것으로 전망돼서다. 대신증권은 이 같은 실적 전망치를 반영해 NH투자증권 목표주가를 1만5,0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낮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 대표의 실적 관리 부담은 커진 상황이다. 증권업계는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어려운 업황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외 증시는 미국 긴축 정책과 인플레이션, 경기둔화 우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불안한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투자심리 위축으로 거래대금 감소세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은 업황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지난 5월 기업금융(IB)과 WM(자산관리) 부문을 중심으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B1사업부 내에 Industry3본부를 신설해 중소기업 대상 M&A, IPO와 관련한 사내 공조영업을 전담하는 SME(Small and Medium-sized Enterprises)부를 편제했다. 또 세무 관련 신규서비스 및 솔루션 기획, 인프라 구축 및 VIP 컨설팅 지원 등을 전담하는 Tax센터를 신설, WM사업부 직속으로 편제했다.

또한 올해 하반기엔 증권사 최초로 펀드 수탁 사업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프라임브로커리지(PrimeBrokerage) 본부 내에 수탁부를 신설한 뒤, 올해 관련 전문가 영입에 힘을 쏟기도 했다. 

이에 대해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관련 사업은 하반기를 목표로 준비 중인 단계”이라며 “우선은 3분기 안에선 국내 펀드를 대상으로 수탁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내년엔 해외 펀드까지 확대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NH투자증권은 IPO(기업공개) 주관 실적 회복을 통해서도 실적 방어를 노릴 것으로 관측된다. NH투자증권은 이지트로닉스, 비씨엔씨, 범한퓨얼셀 등 3곳의 IPO 주관 실적을 쌓는데 그치며 부진했다. 하반기엔 현대오일뱅크, 컬리, 케이뱅크, 바이오노트, 교보생명의 IPO를 주관하며 위상 회복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증시 침체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IPO 완주까지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려울 전망이다. 

여기에 내부통제 및 투자자보호 강화도 정 대표의 주요 과제로 거론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8일 증권사·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자본시장 리스크 관리와 투자자 보호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불건전 영업 관행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겠다고 했다는 의지도 밝혔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펀드 부실 판매 사태로 홍역을 치른 곳이다. 해당 사태를 계기로 시스템 정비가 이뤄졌으나 더욱 철저한 내부통제시스템과 투자자보호 관리가 요구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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