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하계 출입기자간담회에서 임기 중 가장 보람을 느낀 성과로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을 제시했다. /금융투자협회

시사위크|여의도=이미정 기자  “작년 말 국회를 통과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이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이었다. 퇴직연금의 수익률 개선을 위한 커다란 전진이라고 생각한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하계 출입기자간담회에서 임기 중 가장 보람을 느낀 성과로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을 제시했다. 그는 “국민의 노후자산을 형성을 위해 디폴트옵션 제도가 시장에 잘 안착되도록 업계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디폴트옵션이 반영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시행되는 첫날이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확정기여형(DC) 및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가 본인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해 둔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이는 퇴직연금 적립금 대부분이 원리금 보장 상품에 방치돼 저조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반영해 마련된 제도다. 

디폴트옵션에 들어갈 상품엔 타깃데이트펀드(TDF), 머니마켓펀드(MMF), 부동산인프라펀드, 원리금 보장형상품 등이 있다. 퇴직연금 가입자는 금융사가 제공하는 상품군 중 본인의 투자성향에 맞춰 디폴트옵션을 정하면 된다.

시장 안팎에선 디폴트옵션에 원리금 보장상품이 포함되는 것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디폴트 옵션으로 원리금 보장상품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을 경우, 제도 도입 취지가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날 나 회장도 이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나 회장은 “지난해 디폴트옵션 도입 시 국회에서 다양한 의견 조율 과정을 통해 ‘가입자 선택형 디폴트옵션 제도’로 설계됐기 때문에 실적배당상품 뿐만 아니라 원리금보장상품도 디폴트옵션 상품에 포함된바 있다”며 “따라서 제도상으로는 다양한 위험수준을 커버해야하므로 낮은 위험단계에서 원리금보장상품이 단품 또는 포트폴리오로 편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입자 측면에서 디폴트옵션으로 원리금보장상품을 단독으로 선정하는 것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아니라고 언급했다. 나 회장은 “디폴트옵션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6주간의 대기기간이 필요한데 이 기간 동안 원리금보장상품의 금리를 적용받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가입자가 원리금보장상품을 원할 경우, 디폴트옵션이 아닌 직접 운용지시를 바로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디폴트옵션 상품 출시는 오는 10월께 이뤄질 전망이다. 나 회장은 “지난해 말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도입이 확정된 이후, 정부의 하위 법령 마련 과정에 업계의 요구사항이 반영되도록 노력했다”며 “실제 디폴트옵션 상품 출시는 심의가 마무리되는 10월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나 회장은 투자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저변 확대를 통해 국민 자산 형성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ISA 활성화를 위한 지속적인 건의와 함께, 주니어 ISA 도입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외에 주요 중점 과제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와 자율적인 시장 건전화 △새 정부 규제 혁신 작업 지원 △모험자본 공급확대 △펀드시장 발전 도모 및 자산운용산업 지원 △부동산신탁사의 업무영역 확대 지원 △업계의 디지털자산 비즈니스 진출 적극 지원 △대체거래소(ATS) 설립 등 선전적인 시장 인프라 조성 등을 제시했다.  

나 회장의 임기는 올해 말 만료된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그의 거취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나 회장은 “아직은 임기 이후 거취에 대해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며 “남은 임기 동안 불안한 시장 대응, BDC제도 도입, 퇴직연금 운용규제 개선 등에 힘써 주어진 소임을 열심히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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