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3일 광주 무등산 등반 사진을 올리며 징계 후 침묵을 깼다.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이 대표가 ′조기 사퇴론′을 일축하며 6개월 후 복귀 의사를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내에서 이준석 대표의 ‘거취’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8일 징계 이후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았던 이 대표가 광주를 방문한 사진을 올리며 복귀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다. 이 대표의 거취에 따라 국민의힘 당권 시나리오도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당내에서도 이러한 ‘시그널’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광주 무등산 등반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정초에 왔던 무등산, 여름에 다시 한번 꼭 와봐야겠다고 이야기했었다”며 “앞으로도 무등산의 자락 하나하나가 수락산처럼 익숙해질 때까지 꾸준히 찾아와서 오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징계 이후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은 그가 다시 입을 연 것이다.

광주는 이 대표에게 있어서 특별한 지역이다. 대통령 선거에서부터 지방 선거까지 ‘서진 정책‘을 내걸고 공을 들여온 곳이기 때문이다. 유의미한 성과도 거뒀다. 6‧1 지방선거 당시 호남에 출마한 국민의힘 광역단체장들은 일제히 득표율 15%를 넘긴 데다 광역‧기초의원도 7명을 당선시켰다. 특히 그간 정의당이 독식해온 광주시의회 유일한 야당 자리를 국민의힘이 꿰찬 점도 괄목할만한 성과였다.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이번 메시지를 이 대표의 ‘복귀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그가 사진과 함께 올린 문구는 이러한 추측에 힘을 싣고 있다. 이 대표는 “원래 7월에는 광주에 했던 약속들을 풀어내려고 차근차근 준비 중이었는데 광주시민들께 죄송하다”며 “조금 늦어질 뿐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결국은 윤리위 결정을 수용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해석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6개월 당원권 정지를 인정한 뒤 이후 복귀 수순을 밟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 대표의 거취 여부가 중요한 것은 차기 당권을 둘러싼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징계를 ‘궐위’가 아닌 ‘사고’로 보고 있다. 권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맡게 된 것도 이 대표의 복귀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당의 총의를 모은 결과라는 점을 들며 ′조기 전당대회 불가론′을 강조하고 있지만, 당 곳곳에선 조기 전당대회를 원하는 목소리가 심심찮다. 차기 당권 주자들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공부 모임을 가동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행보로 평가되고 있다. 

◇ 이준석, 여론전으로 ‘장기전’ 돌입?

실제로 14일에는 이 대표의 조기 사퇴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친윤 모임 논란을 빚었던 ‘민들레 모임’ 간사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 대표가 이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를 해주면 전대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무등산 사진’을 통해 복귀 의사를 시사한 만큼, 자진 사퇴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진 모습이다.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 대표) 본인이 직접 언론에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말했고 평소 대화를 나눠도 사퇴할 의사가 없었다”며 이러한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번 메시지를 통해 이 대표의 여론전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 상황에서 사실상 전면전이 어려운 만큼, 외부의 지지세를 결합해 반전을 노리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앞서 징계 후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당원 모집’을 독려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여론의 흐름도 나쁘지만은 않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 기관이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 징계 결과에 대해 ‘정치적 판단이 개입된 결과’라고 평가한 비율이 54%로 나타났다. ‘정당한 과정을 거친 결과(31%)’라고 보는 비율을 앞선 결과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만 관건은 경찰 수사 결과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1일 한 라디오에서 “만약 경찰에서 기소의견을 내서 혐의가 있다는 발표를 한다면 다시 한번 이 대표 사퇴 압력이 강하게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당 초선 모임 비공개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드러나기도 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이 대표에게 불리한 국면이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다만 김 최고위원은 이날 앞선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수사 결과까지 염두에 두고 법원 판결까지 염두에 두는 것 같다”며 “장기전으로 갈 것으로 생각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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