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말이 간결해졌다. 윤 대통령의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은 대통령의 말을 '날것'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런 만큼 논란도 많았는데, 최근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이 짧아졌다. 그리고 참모진의 브리핑, 사회관계망서비스 활용 등이 늘어났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통령실의 메시지 발신 방식을 바꾼 모양새다.

◇ 민감한 현안 ‘피하고’ 답변은 ‘간결하게’

도어스테핑은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갖은 설화를 낳았다는 비판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검찰 편향 인사 질문에 “과거엔 민변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나”라고 했고, 부실 인사 검증 지적엔 “그럼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고 반문했다. 

또 윤 대통령의 외가 6촌 최모 씨의 선임행정관 채용에 대해서는 “제가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캠프에서 그리고 우리 당사에서 공식적으로 열심히 함께 선거 운동을 해온 동지”라고 강조했고,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음주운전 논란에 대해 “음주운전 자체만 갖고 이야기할 것은 아니다. 음주운전도 언제 한 거며 가벌성이라든가 도덕성 같은 걸 따져봐야 되지 않겠느냐”고 해 논란을 키웠다.

최근 윤 대통령의 화법이 다소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윤 대통령은 18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탈북 어민 북송’ 사건과 관련해 “모든 국가의 사무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남기고 집무실로 올라갔다. ‘사적 채용’ 관련한 질문이 나왔지만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날 도어스테핑은 34초 만에 끝났다. 

지난 15일에도 윤 대통령은 변양균 대통령실 경제고문 위촉 배경과 청년의 ‘빚투’ 구제와 관련한 질문 두 개만 받고 들어갔다. 당시 윤 대통령은 세 번째로 탈북 어민 북송과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두개 정도만”이라고 말하며 대답을 피했다. 민감한 정치적 현안에 대한 발언은 피하는 모습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됐다가 대기석에 있던 취재진의 부름에 윤 대통령이 응답하면서 이뤄졌던 도어스테핑(12일) 역시 길지 않았다.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위기 관련한 질문에 대답한 윤 대통령은 “오늘 너무 많이 묻는데”라며 웃으면서 집무실로 향했다. 많은 날엔 6~7개 이상 질답을 하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 ‘리스크 관리’ 차원?

대통령의 ‘말’이 줄어든 반면, 대통령실의 고위 참모진이 메시지를 내기 시작했다. 최영범 홍보수석은 지난 17일 탈북 어민 북송 사건과 관련해 공식 브리핑을 했다. 최 수석이 윤석열 정부 홍보수석으로서 현안 브리핑을 위해 마이크 앞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최 수석은 공식 브리핑에 나선 바 없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홍보수석이 처음으로 공식 브리핑에 나섰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여러분이 ‘홍보수석은 뭐 하는 사람이냐. (브리핑실로) 내려오라’는 말을 했다고 들어서 일주일에 한두 차례는 직접 뵙고 설명하는 게 좋겠다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메시지가 줄어드는 만큼 고위급 인사가 나설 때가 됐다는 인식이 대통령실 내부에 공유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홍보수석, 대변인 등 홍보 담당 참모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현안마다 중심에 서면 참모들이 움직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홍보수석과 대변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올 정도였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에 나섰다. 9급 행정요원 우모 씨가 시민사회수석실에서 근무하고 있어서다. 강 수석은 “우 행정요원은 캠프부터 참여하여 업무능력을 검증받았고, 공적인 검증을 거친 후 행정요원에 선발됐다”고 적극 해명했다. 도어스테핑 실시 초기였다면 대통령이 직접 대답을 했을 것이고, 논란이 더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실 메시지 발신 방식이 전환된 이유는 최근 떨어지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미디어트리뷴 의뢰, 11~15일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33.4%, 부정평가는 63.3%를 기록했다. 지난주 조사보다 긍정평가는 3.6%p 낮아졌고, 부정평가는 6.3%p 높아졌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특히 지지율 하락의 주 원인으로 ‘채용 논란’ 뿐 아니라 도어스테핑도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정치권 내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여권 내에서도 “도어스테핑이 꼭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다”(정진석 의원), “국민은 말의 내용뿐만 아니라 태도를 본다”(장제원 의원) 등 쓴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이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통령의 언어는 점차 간결해지고, 참모들이 전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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