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들보다 훨씬 무거운 삶의 무게를 지닌 정신질환자들의 부담을 ‘인공지능(AI)’이 덜어줄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I를 활용한 다양한 돌봄서비스가 증가함에 따라 정신질환자 및 환자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에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비장애인들보다 훨씬 무거운 삶의 무게를 지닌 정신장애 혹은 발달장애인들의 부담을 ‘인공지능(AI)’이 덜어줄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80년 전만 해도 자폐는 살 가치가 없는 병이었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우리가 짊어진 이 장애의 무게입니다.”

이 우울한 대사는 최근 높은 인기를 구사하고 있는 ENA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나오는 주인공 우영우의 독백이다. 동화나 판타지에 가까울 정도로 ‘행복한’ 분위기의 이 드라마에서조차 자폐 스팩트럼 장애는 극중 주인공을 힘들게 하는 장애물로 자주 등장한다.

현실의 경우 드라마에서보다도 훨씬 가혹하다. 여전히 현실 속의 많은 사람들은 자폐 스팩트럼과 같은 발달장애 혹은 이와 유사한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어설픈 동정을 보내 더 큰 상처를 만들곤 한다. 이는 장애를 가진 이들을 돌보는 가족들에게도 큰 고통이 된다.

이때 비장애인들보다 훨씬 무거운 삶의 무게를 지닌 이들의 부담을 ‘인공지능(AI)’이 덜어줄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I를 활용한 다양한 돌봄 서비스가 증가함에 따라 정신질환자 및 발달장애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다. 

전문가들은 AI를 이용한 치료가 ENA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이 가진 자폐와 같은 정신질환의 증세를 약화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맨오브크리에이션
전문가들은 AI를 이용한 치료가 ENA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이 가진 자폐와 같은 발달장애의 증세를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맨오브크리에이션

◇ 정신·발달장애 완화에 투입되는 AI… 자폐 및 우울증에 효과 있어

실제로 의학계 전문가들은 AI가 정신장애 및 발달장애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AI가 높은 수준으로 발전함에 따라 감성 컴퓨팅, 감성 증강, 로봇기술, 뇌공학 등 타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와의 결합을 통해 정신건강을 증진하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집트 룩소르 대학교 컴퓨터 공학부 연구원들이 작성한 ‘An AI-Enabled Internet of Things Based Autism Care System for Improving Cognitive Ability of Children with Autism Spectrum Disorders(2022)’ 논문에 따르면 AI를 활용한 치료가 아동 자폐 스펙트럼 증상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룩소르 대학교 연구원들은 논문을 통해 “심장박동을 읽어주는 센서를 통해 아동의 감정상태를 판단해 자폐아동이 주변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AI 사물인터넷 기반 지능형 시스템 도입을 제안한다”며 “이 시스템은 최적화 알고리즘을 수행해 부모가 이 기술을 사용해 자폐 아동의 행동을 쉽게 개선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학계 전문가들은 AI를 활용한 정신질환의 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AI가 높은 수준으로 발전함에 따라 감성 컴퓨팅, 감성 증강, 로봇기술, 뇌공학 등 타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와의 결합을 통해 정신건강을 증진하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Gettyimagesbank
AI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함에 따라 감성 컴퓨팅, 감성 증강, 로봇기술, 뇌공학 등 타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와의 결합이 가능하다. 의학계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AI가 정신장애 및 발달장애 완화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 Gettyimagesbank

또한 국제AI심포지엄(JSAI)에 게재된 논문 ‘Usefulness of Animal Type Robot Assisted Therapy for Autism Spectrum Disorder in the Child and Adolescent Psychiatric Ward(2015)’에 따르면 AI 기반 로봇이 자폐 아동의 증세를 완화하기도 했다. 

논문에 따르면 일본산업기술총합연구소(AIST)에서 개발한 아기하프물범 모양 애완로봇 파로(Paro)를 시코쿠 의료센터 정신과 병동에서 아동 자폐 환자들이 가지고 놀게 지시한 결과, 환자와 파로 사이에서 긍정적 상호작용이 발생해 증상을 완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AI를 활용해 정신장애와 발달장애를 조기에 예측해 증세를 완화시키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음성인식, 대화인식, 이미지 인식 등 AI에 탑재된 지각기능이 생체데이터, 사회적 관계 데이터 등을 분석해 정상심리에서 벗어난 정신장애 상태를 예측·진단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경제사회연구실 연구원들은 ‘정신건강을 위한 인공지능 활용과 유망 서비스(2020)’ 보고서에서 “정신질환이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되기에 앞서 조기 징후나 병리현상을 예측하고 진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하지만 AI를 적용하면 이러한 난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가 제공하는 지각과 인지, 학습과 추론, 판단 능력은 예방·진단·치료·사후관리로 구성되는 정신질환 의료시스템을 혁신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환자의 특성에 부합하는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져 예방 및 치료 성과를 더욱 향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AI기술 개발 및 보급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람의 ‘정신’과 관련된 부분인 만큼 AI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역기능 내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정신장애 및 발달장애 증상 완화를 위한 AI기술 개발 및 보급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사람의 ‘정신’과 관련된 부분인 만큼 AI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역기능 내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 AI의 정신·발달장애 완화 효과 높지만… 전문가들 “역기능 주의해야”

다만 전문가들은 정신장애 및 발달장애 증세 완화 관련 AI기술 개발 및 보급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람의 ‘정신’과 관련된 부분인 만큼 AI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역기능 내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정신건강을 위한 인공지능 활용과 유망 서비스(2020)’ 보고서에서 “AI를 활용한 소통이나 공감, 치료 등은 정신 건강을 증진하고 치료 효과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역으로 AI에 의존하게 만들고 사람과의 소통보다 로봇이나 챗봇과의 소통을 우선시할 위험성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IAAE) 전창배 이사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AI를 바이오 영역이나 헬스케어 영역에서 활용할 때는 윤리적 법적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VR기기와 AI를 활용한 정신장애 치료의 경우 환자가 VR기기 때문에 오히려 충격을 받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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