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대우조선해양 파업에 대해 언급했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대우조선해양 파업에 대해 언급했다./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 사태와 관련해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언급하면서 공권력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제기했다.

윤 대통령은 1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과 관련해 공권력 투입과 시기에 대한 질문을 받고 “산업현장에 있어서, 또 노사관계에 있어서 노든 사든 불법은 방치되거나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며 공권력 행사를 시사했다.

이어진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도 그는 “대우조선해양 사내 하청 노조의 불법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어렵게 회복 중인 조선업과 또 우리 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막대하고 지역사회, 그리고 시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불법적이고 위협적인 방식을 동원하는 것은 더 이상 국민들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노사를 불문하고 산업 현장에서 법치주의는 엄정하게 확립되어야 한다”며 “지금 경제가 매우 어렵다. 모두가 함께 힘을 합쳐 이 위기 극복에 매진해야 될 때다”고 했다. 이번 파업을 거듭 ‘불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지난 13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도크를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뉴시스
지난 13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도크를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뉴시스

◇ 대통령과 야당 '온도차' 확연

하지만 야당은 대우조선해양의 파업 사태가 단순 노사 문제로 인한 불법 파업이라고 보기 어려운 복합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가 해법을 찾아내야 하는데 불법 운운하며 노동자 때려잡기만 운운해 상당히 위험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조선업이 호황 맞을 때는 하청 노동자를 고용했다가 어려울 때는 대거 해고하면서 지역사회가 붕괴된다”며 “이런 조선업 구조 속에서 일이 수주돼도 5년 전 임금으로 하청 노동자를 계속 저임금으로 내몰고 있다. 이런 것은 조선업계에서 해소해 줘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굴지의 조선 강국이었지만 고용불안이나 노동자의 삶을 어렵게 하면 품질 하락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산업 경쟁력을 위해서는 일하는 분들이 실력과 노하우를 갖고 산업에 계속 종사할 정도의 임금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이런 문제들을 하청 노사의 문제라고 볼 게 아니라 원청의 문제가 심각하게 있고 원청은 산업은행이라는 국책은행의 관리를 받고 있다. 이런 구조 안에서 피해자가 존재한다면 더 이상 우리 사회가 눈 감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동영 정의당 대변인 또한 기자회견을 열고 공권력 투입 시사에 대해 “대화가 아닌 폭력적 갈등 상황으로 몰고 가는 데 대해 다시 한번 엄중히 경고한다”며 “하청사 노사가 알아서 해결하라며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외면한 채 실질적 책임과 권한이 있는 정부와 산업은행, 원청사 모두는 팔짱 끼고 갈등 상황을 방관하기만 했다”고 정부에 책임을 물었다.

그는 “그나마 노동자들의 강력한 교섭 요구에 원청인 대우조선이 대화의 장에 나온 것은 지난 15일이다. 고작 4일 지났고, 아직 대화의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며 “윤 대통령과 정부 당국이 ‘불법‧손해배상‧형사책임’ 운운하며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자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명백한 ‘협박’이다”고 했다.

아울러 “전 정부부터 지난 5년 동안 누적된 30% 임금 삭감분 원상회복, 집단교섭, 다단계 쪼개기 계약 금지, 조선업 인력난 해소 등 하청노동자들의 정당하고 절박한 요구를 ‘이기적인 불법 행위’라며 호도하는 정부의 행태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며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공권력 협박’이 아니라, 정부와 산업은행의 ‘공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민주당 TF 구성해 공식 대응 예고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어제도 대통령은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오늘 공권력 투입까지 시사했다. 집권여당은 한술 더 떠 테러행위라 비난했다”며 ‘공포정치’를 우려했다.

또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대통령은 사회적으로 첨예한 의견 대립을 조정하는 자리이고 국민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여겨야 되는 자리 아니냐”며 “그냥 먼저 공권력 투입을 통해서 무자비하게 이 문제를 정리하겠다는 식으로 접근해서야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민주당은 오는 20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TF 구성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TF는 당내 을지로위원회 참여 의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일부 의원들은 지난 18일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을 찾아 단식 농성에 나선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을 만난 뒤 산업은행 부행장단과 간담회를 하기도 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의 TF에 대해 “만에 하나 공권력이 투입된다면 제2의 용산 참사, 제2의 쌍용 사태가 예견되는 구조다. 단순 노사갈등이 아니라 근본적인 다단계하청 구조를 안고 있는 것을 정부가 알면서 이렇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우리 당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혼재된 대우조선의 적자, 현대조선 합병, 원‧하청 문제, 노동자 저임금문제를 공권력이 아니라 대화로 풀어가는 데 노력하겠다”고 방향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 구성이 이뤄지면 정무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 세 개 상임위가 종합적으로 문제를 들여다보고 합리적 해결방안을 만들어야 하는 문제라고 보고 있다”며 “모두가 윈윈하는 방법을 슬기롭게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는 말이 공권력 투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민과 정부가 인내하는 만큼 불법 파업을 풀고 대화에 나서 달라는 것이고, 어려운 하청 근로자의 상황도 잘 알고 있으니 얼마든지 정책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19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하청지회의 불법 점거 현장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에 착수하는 한편 수사팀도 대거 보강했다. 경찰 관계자는 거제경찰서 전담수사팀에 경남청 광역수사대 등 직접 수사 인력 18명을 추가로 투입해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이번 주 중으로 협력업체와 하청지회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22일 이후부터 공권력 투입 논의도 본격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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