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선정 기준·심사위원 명단 비공개로 게이트키핑·밀실심사 우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국민제안 심사위원회 출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국민제안 심사위원회 출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대통령실은 국민으로부터 접수받은 민원·제안·청원 중 정책화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10개를 선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중 우수제안 3개를 선정해 국정운영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그러나 심사위원의 명단이 공개되지 않았고, 모호한 선정 기준을 제시해 국민제안 선정 과정에서 자의적으로 ‘게이트키핑’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7일 민간 전문가 7명과 공직자들을 포함해 11명의 국민제안 심사위원회를 발족해서 그동안 들어온 여러 국민 제안 등을 심사해서 선정했다”고 밝혔다. 

강 수석에 따르면 심사위원회는 지난 18일 논의를 거쳐 △생활밀착형 △국민공감형 △시급성 등 세 가지 심사 기준으로 전국민이 함께 경제난을 돌파할 수 있는 ‘국민제안 TOP 10’을 최종 선정했다. 

선정된 사례로는 반려동물 물림사고 견주 처벌 강화 및 해당 반려동물 안락사, 백내장 수술보험금 지급기준 표준화, 대중교통 9900원 무제한 탑승 ‘K-교통패스’ 도입,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최저임금 업종·직종별 차등적용, 외국인 가사도우미 채용 등의 제안이 있다. 

또 기업우수제안의 경우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소상공인·스타트업·중소기업·대기업을 대상으로 △불필요한 규제개혁 △기업 중심 경제활성화 등 ‘경제난 돌파를 위한 기업 고충·정책제안’을 집중적으로 접수 받았고, 약 700여건의 제안이 접수됐다. 

대통령실은 오는 21일부터 열흘간 국민제안 홈페이지에서 국민제안 TOP 10을 대상으로 온라인 국민투표를 진행, 상위 3개 우수제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상위 제안은 국정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다만 제안 내용이 공개되지 않고 심사위원들만 볼 수 있어 폐쇄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에 대해 “(기존의 청와대) 국민청원제도는 이념 등 여론이 왜곡돼 편향된 한쪽의 의견이 반영될 소지가 있었다”며 “실질적으로 민원은 개별적으로 해소하는 게 맞고, (제안 등을) 공개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제안 TOP 10 선정 시 기준이라는 △생활밀착형 △국민공감형 △시급성이 국민 다수의 여론을 반영한 것인지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 관계자는 “생활밀착, 시급성을 기준으로 전문가들이 제도 개선이 필요한 걸 뽑았다”며 “온라인으로 누가 많이 동의했다는, 정량적 평가는 하지 않겠다는 거다. 전문성과 진정성을 믿어줬으면 좋겠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통령실이 국민제안 심사위원들을 위촉했는데, 심사위원의 성향에 따라 우수 제안이 선정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사실상 대통령실, 혹은 국민제안 심사위원의 입맛에 따라 우수 제안이 공개되는 자의적 게이트키핑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지난 정부는 (답변 기준을) 정량(20만 명 이상 동의)으로 했는데, 그 정량성에 편견과 비합리가 개입할 수 있었다”며 “(정량 평가는 대통령실 홈페이지 투표로) 국민의 의견을 물어보기 때문에 심사위원회를 운영하는 진정성과 취지를 감안해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진정성’을 믿어달라던 대통령실은 국민제안 심사위원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민간 전문가와 공직자가 포함됐다는데, 공개된 인사는 상임위원장을 맡은 허성우 국민제안비서관 뿐이라 ‘밀실 심사’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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