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8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김진표 국회의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8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국회가 20일, 대선 이후 첫 본회의를 열고 ‘민생경제안정 특별위원회(이하 민생경제특위)’ 구성의 건을 처리하면서 오는 10월까지 경제 현안을 다루기로 했다. 하지만 민생 입법에 대한 여야 셈법의 차이로 이번 특위의 효용성에 대한 회의적 시선도 상당한 상황이다.

민생경제특위는 민주당 6명, 국민의힘 6명, 비교섭단체 1명 등 13명으로 구성되고 위원장은 국민의힘에서 맡는다. 민주당에서는 앞서 민생우선실천단을 발족하고 활동한 내용을 민생특위에서 논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20일 오전 10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민주당은 지난 한 달 넘게 ‘민생우선실천단’을 가동하여, 시급하게 처리할 민생입법과제를 선정했다”며 △유류세 인하폭 추가 확대 △근로자 식비 비과세 한도 인상 △소상공인 코로나 피해지원 확대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중소기업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장애인 이동권 보장 △대중교통비 한시적 환급 등을 거론했다.

이어 “여야가 합의한 국회 민생경제특위와 해당 상임위가 가동되는대로, 관련 입법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겠다”며 “특히 코로나19로 벼랑 끝에 내몰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억울하지 않도록, 손실보상과 피해지원의 대상과 기준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민생경제 특위의 활동으로 △은행법 개정안 △근로장려세제 지원 대상 확대 및 지원금 증대 방안 △중소기업 어려움을 덜기 위한 납품단가 연동제 등은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서민가계 부담 경감을 위한 사안들로, 여야가 공통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최우선 과제인 유류세 추가 인하도 날개를 달지는 의문이다. 여야 모두 동의하는 유류세 추가 인하의 요지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을 개정해 유류세의 법정 인하폭을 현행 30%에서 넓혀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제시한 휘발유와 경유 등 각종 유류에 적용하는 탄력세율의 범위에는 차이가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2일 대표발의한 교통·에너지·환경세법 개정안에는 유류에 부과되는 탄력세율을 50%까지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도 당 회의에서 “(인하폭을) 50% 정도까지 해야 기름값을 1,800원대로 낮출 수 있다”며 법 개정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김민석 의원은 유류세 인하폭을 최대 70%로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해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유류세와 관련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것은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초과이익 환수’다. 고유가 상황에서 ‘초과 이익’을 내는 정유업계가 고통 분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민생우선실천단에 물가대책팀이 주유소를 현장 방문했는데 정유사의 과대 수익과 관련해 기금으로 조성할지, 영국처럼 횡재세(초과이익세)를 도입할지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정유사가 꼼짝 않고 있다”고 초과이익 환수 가능성을 언급했다.

석유사업법 18조 1항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석유 수급과 석유가격의 안정을 위해 다음 각 호의 자로부터 부과금을 징수할 수 있다. 석유를 수입하거나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석유정제업자·석유수출입업자 또는 석유판매업자(1호), 국제 석유가격의 현저한 등락으로 인하여 지나치게 많은 이윤을 얻게 되는 석유정제업자 또는 석유수출입업자(2호)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1항 2호에 대해 수입 석유가격과 국내 석유가격과의 차액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기획재정부장관과 협의해 고시하는 금액을 부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유사의 과도한 수익을 환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2008년 기금 방식으로 정유사가 대략 1,000억의 기금을 조성해서 에너지 관련 사업에 집행한 적도 있다”며 “지난번에 정유사들에 고통 분담을 말했는데 정유사가 여전히 답변하지 않고 있지만, 이윤을 줄이든지, 이윤을 출연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현행법에 따라서 부과금을 부과 받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두 정책 모두 고유가 시대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고, 유류세 인하는 세수 감소의 우려가 있으며 초과이익 환수는 시장논리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반대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유류세 인하와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2주째 기름값이 하락하면서 지난 17일 오전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와 경유 모두 리터 당 1900원대에 판매하고 있다./뉴시스
유류세 인하와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2주째 기름값이 하락하면서 지난 17일 오전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와 경유 모두 리터 당 1,900원대에 판매하고 있다./뉴시스

이외에도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법인세 인하, 더불어민주당에서 주장하는 안전 운임제의 일몰제 폐지 등도 도입에 속도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법인세 인하과 관련해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18일 정부와 함께 개최한 ‘2022 세제개편안 당정 협의회’ 후 기자들과 만나 “기업의 투자·일자리 창출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법인세 인하 및 과세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우리나라 법인세는 OECD 평균 주요 경쟁국과 비교해 굉장히 높다”며 “법인세를 25%에서 22%로 낮추고, 굉장히 복잡한 법인세 구간을 단순화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절반은 이익이 나지 않아 법인세를 내지 않는다”며 “법인세 감세의 혜택은, 한해 수십조원의 이익이 나는 삼성전자 등 재벌 대기업과 금리 인상기 예대마진 폭리로 올해 1분기만 9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4대 금융지주 등에 돌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소수 재벌 대기업 등에 혜택이 집중되는 법인세 감세 등으로 국가 재정이 축소되는 일은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반대의 뜻을 밝혔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는 민주당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와 함께 주장하고 있는 법안이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운송 종사자의 적정 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2022년까지 3년간의 한시적 적용 후 폐기될 수 있는 일몰제 도입에 그쳤다. 화물연대와 국토부가 다섯 차례에 걸친 협상 과정을 통해 일단 연장하기로 합의한 상태지만, 민주당과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완전 폐지해 제도의 지속 및 확대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화물연대 파업은 5차례 교섭 끝에 정부로부터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품목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종료됐지만,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명시하지 않아 향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를 위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측에서는 시범적으로 안전운임제를 도입해 실시했으니 그에 대한 평가부터 이뤄진 다음에 유지할지 여야 논의가 필요하다며 국회 원 구성이 정상화되면 논의 후 결정하자는 유보적 입장이다.

이와 같이 국회에 묶여있는 민생 현안 과제의 입법 관건은 사실상 원 구성 협상이다. 민생경제특위는 시급한 인생 입법을 처리할 수 있는 대안이지만, 여야 상임위 구성이 완료되고 국회가 정상화되는 것이 가장 민생 현안에 속도를 내는 방법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가장 시급한 것이 민생 현안이다. 정부‧여당은 정쟁에 골몰하지 않고 민생 입법에 협조해야 할 것”이라며 “여당에서 민생을 들고나와 야당에 협조를 구해야 하는데 야당에서 제발 민생 입법 좀 하자고 하는 상황이 어디 있나. 원구성에 협조하고, 국민들을 위한 국회 정상화를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여야의 하반기 원 구성 협상은 막판 고심에 들어갔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내일(21일)까지 적극 협력할 것”이라며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이후 추가 원 구성 협상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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