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속-신설법인, 75:25 비율로 분할… 코오롱모빌리티 재상장 준비
‘지분 0%’ 이규호 코오롱 4세, 신설법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각자대표 선임
수입차 유통 부문 ‘땅 짚고 헤엄치기’식 성과 외 경영능력·리더십 입증해야

코오롱그룹 오너일가 4세 이규호 부사장이 후계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코오롱그룹 오너일가 4세 이규호 부사장이 후계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코오롱그룹의 자동차·건설·상사 부문을 맡아 운영하던 코오롱글로벌이 자동차와 건설·상사 부문을 인적분할해 별도로 운영을 할 방침이다. 코오롱글로벌의 인적분할은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자동차 부문 부사장을 경영 전면에 내세워 경영권 승계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것으로 보여 재계 및 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어 자동차부문을 신설회사인 코오롱모빌리티그룹㈜으로 인적분할하고, 건설·상사 부문은 코오롱글로벌㈜에서 그대로 영위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인적분할은 코오롱글로벌의 보유자산 가치를 기준으로 내년 1월 1일, 존속법인 75% 및 신설법인 25% 비율로 이뤄진다. 신설법인인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내년 1월말쯤 재상장을 계획 중이다.

이로써 코오롱글로벌의 BMW·아우디·볼보자동차·지프(스텔란티스코리아)·미니·롤스로이스 등 수입차 유통 사업 등 자동차와 관련된 부문은 전부 코오롱모빌리티그룹에서 맡게 된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지휘는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과 전철원 코오롱글로벌 부사장(BMW본부장)이 각자대표를 맡는다. 코오롱 4세인 이규호 부사장은 지난 2012년 코오롱그룹 입사 이후 처음으로 계열사 수장을 맡게 됐다.

코오롱글로벌
코오롱그룹의 코오롱글로벌이 인적분할을 통해 내년부터 자동차 부문을 코오롱모빌리티그룹에서 총괄한다. / 코오롱글로벌

이규호 부사장은 그동안 여러 계열사에서 경영 수업을 받았다. 2012년 입사 이후 ‘코오롱인더스트리(차장)→코오롱글로벌(부장)→코오롱인더스트리(상무)→코오롱(상무)→코오롱인더스트리(전무)’ 등을 거쳤다. 

지난 2018년말 전무 직급으로 승진한 당시에는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사업(FnC) 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으면서 온라인 플랫폼 전환 작업 등을 이끌었지만, 국내 패션 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기에 머물러 있는 상황 속에 실적이 부진해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후 2020년 11월말 그는 전무에서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자동차 부문을 이끌기 시작했고, 자동차 부문의 실적을 끌어올렸다. 경영권 승계의 명분을 만든 것이다.

이번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인적분할은 이규호 부사장이 두각을 드러낸 자동차 부문만을 별도로 떼어내면서 동시에 대표라는 직함을 그에게 부여한 것인데, 재계에서는 코오롱그룹 승계의 초석으로 보고 있다. 과거 이웅열 전 회장도 수입차 사업부문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것에 빗대보면 이규호 부사장도 같은 길을 걷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규호 부사장이 계열사를 포함해 코오롱그룹의 지분이 0%인 것과 함께, 그가 코오롱글로벌에서 자동차 부문장을 맡은 것만을 두고 경영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점이다.

앞서 이웅열 명예회장이 지난 2018년 퇴임 간담회에서 지주사 코오롱 지분 49.7% 증여와 관련해 “능력이 안 되는데 굳이 지분을 물려주고 경영권을 넘길 생각은 없다”고 단언하기도 해 능력 입증이 필요하다.

이규호 부사장의 경우 2020년 말쯤부터 자동차 부문을 맡으면서 수입차 시장이 성장곡선을 그려 코오롱글로벌이 유통 중인 수입차 브랜드 BMW·아우디·볼보자동차 등이 흥행가도를 달렸고, 자연스레 실적 부분에서는 흠잡을 게 없었다. 코오롱글로벌 수입차 부문은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연 평균 12%대 성장을 이어왔다.

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으나 일각에서는 수입차 호황을 등에 업은 ‘땅 짚고 헤엄치기’식 성과라고 꼬집기도 했다. 앞으로 이규호 부사장이 경영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성이 있는 대목이다.

그나마 지난해 11월, 이규호 부사장이 이끈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이 스텔란티스 코리아(지프)의 신규 딜러사로 선정돼 상호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점이 수입차 유통 부문의 외형을 키운 결과물이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향후 송파·성동·강동 등을 포함한 총 8개 지역에 지프 전시장과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기존의 지프 공식 딜러사보다 많은 최다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업계에서 입지를 굳히려는 모습이다.

여기에 이번 신설법인 인적분할과 이규호 부사장의 대표 선임은 그의 경영능력과 리더십을 확실히 검증하기 위한 단계로 보인다. 특히 이규호 부사장은 그동안 임원 직급을 맡으면서도 미등기이사로만 재직했는데, 이번 신설법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각자대표(대표이사)로 선임된 만큼 내년 1월부터는 등기이사로 등재될 것으로 보인다. 경영 승계의 무게추가 이규호 부사장에게 쏠리는 모습이다.

이규호 부사장에게는 향후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통해 그룹 내 호텔·골프장 등 다양한 레저 비즈니스와 연계한 상품·서비스를 개발하고 차별화된 고객 멤버십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미래성장전략 수립 및 신사업 발굴, 재무역량을 강화해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과제가 부여된 셈이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성과에 따라 이웅열 명예회장의 코오롱그룹 지분 증여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목표 실적을 2025년까지 매출 3조6,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으로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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