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자회사 주식, 모회사 주주에게 현물배분해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7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자회사 물적분할, 동시상장 시 주주보호방안에 관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이미정 기자

시사위크|여의도=이미정 기자  자회사 물적분할, 동시상장 시 주주보호를 위해 자회사 주식을 모회사 주주에게 현물 배분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7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자회사 동시 상장은 모회사 회사 가치와 주주권리를 명백하게 침해한다”며 “우리나라를 제외한 다른 선진국에선 종속 자회사의 대규모 신주발행 방식이 상장이 사실상 금지돼 있다. 다른 선진국은 성장 사업부에 대한 대규모 자본조달이 필요할 경우, 인적분할을 하고 모자회사 동시 상장의 경우도 구주매출이 기본”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자회사 동시 상장이 실시된다면 주주보호방안이 강력하게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김 회장은 “백번 양보해 대규모 신주발행 자회사 동시 상장을 허용한다면 자회사 주식을 모회사 주주에게 현물배분 방안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자리는 지난 14일 금융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정책 토론회에서 제시된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시 주주 보호 방안’에 입장을 밝히고 정책적 제언을 하기 위해 마련됐다. 

물적분할과 자회사 동시상장 이슈는 자본시장 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주요 상장기업들이 핵심 사업부를 분사하는 물적분할을 실시한 뒤, 신설 자회사를 동시 상장하는 과정에서 기존 주주 권익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기 때문이다. LG화학이 배터리 부문을 물적 분할한 후 신설 자회사(LG에너지솔루션)를 상장하는 과정에서 기존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을 산 것이 대표적인 예다. LG화학은 물적 분할을 발표한 뒤 주가가 크게 하락세를 보였던 바 있다. 

현재 정부는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시 주주보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제도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열린 금융위 주관 정책세미나를 통해선 공시 강화, 상장 심사 강화,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신주 우선배정 등의 방안을 중심으로 전문가들과 함께 구체적인 정책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물적분할 자회사가 설립 5년 내 상장할 때 모회사의 주주보호 노력이 미흡할 시, 상장을 제한하는 안과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안 등이 주요하게 논의됐다. 당국은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시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를 우선배정하는 주주보호방안의 경우, 장단점과 현실적 한계 등을 관계부처(법무부)와 함께 추가 검토해 도입여부 결정하기로 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 같은 정책 토론회에서 논의된 주주보호방안에 대해 “고무적이나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김규식 회장은 “물적 분할시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의 도입은 환영하지만, 행사가격을 ‘시가’로 결정하는 입법례는 없으며 반드시 공정가액’으로 도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바람직한 주주보호방안으로 자회사 주식을 모회사 주주에게 현물 배분하는 안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해당 안은 최근 정책세미나에 참여한 정준혁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제시한 의견이다. 정 교수는 “물적분할이 이뤄지면 일반주주는 핵심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주식에 대한 처분권을 상실하게 되므로 물적분할을 할 때 회사가 상장시 자회사 주식을 현물배분해 주주의 처분권을 회복하는 방안 등을 포함한 주주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상장시 그 준수여부를 심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미국 IAC의 자회사 Match Group 주식 현물배분(85%), 독일 다임러의 자회사 다임러트럭 주식 현물 배분(65%), 영국 GSK의 자회사 Haleon 주식 현물배분(54.5%) 등을 사례로 들며 관련 방안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발의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도입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자리엔 회견문 발표를 맡은 김규식 회장 외에 백지윤 블래쉬자산운용 대표, 김태석 가치투자연구소 대표, 임성윤 달튼인베스트먼트 매니저 등이 발제자로 참여해 주주보호방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주주권리 침해를 막고 국내 자본시장을 발전을 위해선 강도 높은 대책 방안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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