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장관 “이스타, 고의든 아니든 ‘허위 회계자료’ 제출… 국토부 업무방해” 수사의뢰
이스타, ERP시스템 폐쇄로 결손금 정확히 책정 불가… 회생절차 과정서 법원도 수용
항사법상 회생절차 기업, 재무상태 무관… 법조계 “결손금 고의 축소 의도 없어”

/ 서울정부청사=제갈민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8일 이스타항공 허위 회계자료 특별조사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이스타항공에 대해 수사의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서울정부청사=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토교통부가 이스타항공에 대해 수사 의뢰하기로 결정했다. 이스타항공이 지난해 12월 ‘국제항공운송사업 변경 면허’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고의로 허위 회계자료를 제출했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는 앞서 지난 5일 이스타항공의 허위 회계자료 제출과 관련해 특별감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이스타항공 측은 감사에 성실히 임하며 항변을 했으나 대부분 반영되지 않고 수사 의뢰로까지 이어져 논란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국토부가 애초에 방향성을 정해두고 감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8일 “국토부 조사 결과 이스타항공이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의도적으로 숨기려 했을 것이란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고의로 허위자료를 제출했다면 항공운송사업 면허 업무 방해에 해당되고, 면허 취소 여부를 떠나 변경면허 신청 자체가 허위신청이기 때문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여부에 대해 수사를 의뢰해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문제삼은 부분은 이스타항공이 국토부 측에 제출한 회계자료상 결손금과, 올해 5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시한 감사보고서 및 사업보고서의 결손금 간의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이스타항공이 지난해 11월 변경면허 신청 당시 국토부에 제출한 회계자료를 통해 밝힌 결손금은 -1,993억원이며, 최근 금감원 공시자료상 결손금은 -4,851억원으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면허 신청 당시 자본 총계는 2,361억원으로 재무상태가 탄탄했지만, 올해 5월 공시자료에서는 자본잠식률이 157.4%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국토부는 이러한 재무 상황의 차이가 크다는 점을 뒤늦게 확인했으며, 이스타항공이 고의적으로 결손금을 축소 신고했다고 판단하고 이달 초부터 특별감사·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은 지난 2020년 3월 셧다운(항공운항 전면 중단) 조치 후 매각 절차를 밟아왔다. 이 기간에는 항공기 운항을 하지 못하는 등 영업활동이 불가능해 경영난으로 이어졌고, ERP회계시스템이 폐쇄돼 정상적인 결산이 불가능했던 상황이다.

또한 2020년 진행 중이던 매각 절차가 일그러지면서 지난해 2월 서울회생법원을 통해 기업회생절차를 진행했다. 기업회생절차는 지난해 2월 개시된 후 올해 3월 종결 결정이 내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스타항공이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회계자료는 모두 ERP회계시스템이 마지막으로 운영됐던 2020년 5월 31일을 기준으로 한 자료다.

지난해 4월 1일 이스타항공이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관리인 조사보고서’에도 ‘조사기준일과 방법’ 부분에는 “ERP회계시스템 폐쇄로 인해 조사기준일인 2021년 2월 4일의 재무제표와 동 부속명세서를 제시받지 못했다”며 “이에 회사가 제시한 2020년 5월 31일 기준 재무제표와 동 부속명세서를 기초로 주요 증감내역을 반영해 회사의 자산과 부채를 조사했고, 조사결과 발견된 사항을 적절히 수정했다”고 명시돼 있다. 애초에 2021년 2월 기준 회계자료 역시 2020년 5월 회계자료를 기초로 작성된 것이다.

서울회생법원도 해당 자료를 토대로 기업회생절차를 종결했다. 즉, 법원에서도 2020년 5월 기준 회계자료를 매각 및 기업회생이 이뤄지기 전 최종 자료라고 인정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스타항공은 ‘관리인 조사보고서’를 지난해 4월 국토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국토부에서는 2021년 2월 기준 회계자료를 근거로 들면서, 이스타항공이 최신 회계자료를 의도적으로 숨기고 변경면허 신청 당시 결손금 부분을 2020년 5월 기준으로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이스타항공이 지난해 11월 면허 신청 당시, 자본금과 자본잉여금, 자본총계 등 다른 재무 자료는 전부 2021년 2월 기준 회계자료로 제출해놓고 영업 손실을 나타내는 결손금만 2020년 5월 기준으로 자료를 제출했다는 것. 또 이스타항공 측이 이러한 점에 대해 아무런 사전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스타항공이 국토부의 AOC 발급과 관련한 안전 등의 조건을 모두 충족했음에도 국토부로부터 AOC 발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김포국제공항 주기장에 세워져 있는 이스타항공 보잉 737-800 기재. / 김포공항=제갈민 기자
이스타항공이 국토부의 AOC 발급과 관련한 안전 등의 조건을 모두 충족했음에도 국토부로부터 AOC 발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김포국제공항 주기장에 세워져 있는 이스타항공 보잉 737-800 기재. / 김포공항=제갈민 기자

그러나 국토부의 지적에 일부 모호한 점이 존재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스타항공은 기업회생절차가 진행되는 기간, 2020년 하반기 들어 ㈜성정에 인수된 후 자금을 수혈 받아 사무실 임대 및 회계시스템 복구, 항공운항증명(AOC) 재취득 준비 등 정상화 절차를 밟아나갔다. 마곡 사무실에 입주를 시작한 시점은 2021년 8월말∼9월초쯤이다. ERP회계시스템 서버가 완벽히 복구된 시점은 언제인지 명확하지 않으나, 성정 측에서 회계시스템 복구를 위한 자금을 투입한 시점은 2021년 11∼12월쯤으로 알려진다. 사실상 2021년 연말까지 정상적인 회계 결산을 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ERP회계시스템을 복구하기 시작한 시점은 서울회생법원에서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기간이었음에도, 법원 측에서는 별도로 최신 자료를 요구하지 않았고 2020년 5월 회계자료를 기반으로 올해 3월 기업회생절차를 종결한 점도 눈여겨봐야 하는 대목이다.

또한 이스타항공은 현재 2020년 1분기 이후 2020년 2분기∼4분기까지 반기·분기·사업보고서를 공시하지 않았는데, 2020년 회계자료는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이 나왔기 때문이다. 2021년에도 1∼3분기 기간 동안 분기·반기보고서 공시도 이뤄지지 않았다. 정상적인 회계 감사가 불가능했던 것을 알 수 있는 점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결손금 등이 포함된 회계자료 작성 기준일에 대해 설명하거나 표기하지 않았다고 국토부 측에서 얘기를 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2021년 변경면허 신청 전 약 2개월 전쯤까지도 2020년 5월 자료가 남아 있는 최신 자료라고 모두 설명했다”며 “ERP회계시스템 폐쇄에 대해서도 수차례 해명했다”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현행 항공사업법(제28조 항공운송사업 면허의 취소 등 3호의 나)상 변경면허 발급 및 항공운항증명(AOC) 발급에 있어서 재무적인 부분이 고려되는 것은 맞지만, 기업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항공사에 대해서는 예외 사항을 적용해 재무상황을 배제하고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발급해주고 있다.

즉 이스타항공이 변경면허를 발급받기 위해 고의적으로 결손금을 낮게 축소해 신고할만한 이유도 없는 셈이다.

이스타항공 내부사정에 정통한 모 법무법인 A 변호사는 “국토부에서 이스타항공 측에 자료를 요청한 시점(2021년 11∼12월)에 회사가 가결산 자료를 보유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2021년 11월 기준으로 별도의 결손금 자료를 정리할 필요성은 없는 상황”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회생절차에 돌입할 때 근거자료로 제출했던 그 자료(2020년 5월 기준 회계자료)를 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보도나 국토부 발표 내용을 보면 2021년 4월에 업데이트된 조사보고서가 있는데, 왜 이것을 내지 않았냐고 지적하기도 하지만, 지난해 4월에 나온 자료도 결국 2020년 5월 자료를 기준으로 회계법인에서 약간의 수정을 거친 자료며 새로운 자료(내용)가 없었다”면서 “이스타항공이 국토부에 자료를 내면서 의도적으로 결손금 액수를 줄이기 위해 옛날 자료를 가져다 썼다고 보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항공사업법에서 회생 중인 항공사에 대해 회계부분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근거로 들었다.

A 변호사는 “이스타항공이 2021년 11월 기준으로 임의가결산을 제대로 해서 조사위원 확인을 받아 그 당시 기준 결손금이 4,000억원 이상으로 나타난 자료를 국토부에 제출했더라도 변경면허는 나올 수 있는 구조였을 것”이라며 “고의적으로 2020년 5월 자료를 제출했다고 보기는 힘들어 보이는 게, 해가 지나고 2021년 회계자료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면 모든 것이 밝혀지는데, 고의적으로 숨겼다고 볼 수는 없으며 동기도 없다. 국토부에서 방향성이 정해진 것을 역으로 물리기도 쉽지 않은 측면이 있을 것”고 강조했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현재 자금을 수혈받아 자본잠식률이 97% 수준까지 낮아졌다. 완전자본잠식에서 벗어난 상황이다. 그러나 원 장관은 지난 28일 브리핑에서 “사기를 친 사람이 돈을 돌려주면 사기가 없던 것이 되느냐”면서 이스타항공의 허위 회계자료 제출을 사기 범죄에 빗대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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