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동월대비 6.3% 상승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물건을 고르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6%대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아 이목이 집중된다. 

◇ 7월 소비자물가 전년동월대비 6.3%↑… IMF 이후 최고 

통계청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74(2020년=100)로 전년동월대비 6.3%, 전월대비 0.5%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소비자물가 상승에 대해 △농축수산물 오름세 확대 △가공식품‧공업제품 등 개인서비스 오름세 지속 등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농축산물의 경우 폭염‧장마철 등 기후조건 악화로 인해 채소‧과실을 중심으로 가격 오름세가 확대됐다. 전년동월대비 기준으로 살펴보면 농산물은 6월엔 상승률이 1.6%에 그쳤으나, 7월 8.5%로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축산물은 10.3%→6.5%, 수산물은 2.9%→3.5%의 변화를 보였다.

석유류의 경우 오름세가 6월엔 39.6%까지 치솟았지만 7월엔 35.1%로 소폭 낮아졌다. 글로벌 경기둔화 가능성 확대로 원유 수요가 감소해 국제 원유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전기‧가스‧수도는 지난달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반영돼 가격 오름세가 9.6%에서 15.7%로 확대됐다. 개인서비스 분야에서는 △원재료비 상승 △대면업종 수요 회복 등으로 오름세가 확대됐다. 

구입 빈도와 지출비중이 높아 소비자가 가격변동에 민감한 품목의 물가지수를 표현한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7.9% 올랐다. 이는 전월대비 0.5%p 확대된 수치다. 채소‧가공식품 등 식품 가격 오름세 확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4.5% 상승했다. 이는 전월대비 0.1%p 확대된 수준이다. 근원물가는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의해 영향을 크게 받는 농산물 및 석유류가 제외된 물가다.

기재부는 올해 들어 어려운 물가여건이 지속되고 있지만 최근 긍정적 신호들도 일부 관찰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 측은 “물가상승을 주도하던 국제유가가 다소 하락했고, 유류세 인하 등이 더해지면서 석유류 물가상승압력이 둔화되는 모습”이라며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지난달 31일 기준 1,800원대에 진입했고 최근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도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인다”고 전했다.

기재부는 민생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두고 대내외 리스크 대응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달 중으로 추석 민생안정대책도 추가 발표할 계획이다.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고물가를 잡기 위한 통화당국의 긴축 정책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한국은행 “경기하방 위험보다 물가리스크 더 커”

한국은행은 최근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를 통해 “국내경제에 물가의 상방위험과 성장의 하방위험이 동시에 증대됐으나 현 시점에서는 물가 리스크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국내 경기는 상반기 중 대외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소비 부문에서 빠르게 개선되며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하반기 이후에는 주요국 금리인상 가속,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로 국내 경기하락 위험요인이 증대될 것이라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를 총 1.75%p 인상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고물가 상황 고착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을 밟았다. 이에 대해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광범위해졌으며 단기 기대 인플레이션도 크게 높아진 점 △경기하락 위험요소는 커졌지만 잠재수준을 상회하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전했다.

앞으로도 높은 물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은행은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큰 변동이 없다면 25bp씩 점진적 인상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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