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희종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상임대표(서울대 교수)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에 대한 범학계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국민검증 돌입 등 항후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날 회견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와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등 학계 13개 단체가 참여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우희종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상임대표(서울대 교수)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에 대한 범학계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국민검증 돌입 등 항후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날 회견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와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등 학계 13개 단체가 참여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국민대가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놓은 후 야권과 국민대 동문으로부터 터져 나온 반발이 교수위원회까지 번지고 있다. 교육계와 정치권 등은 이번 여파가 김 여사의 논문을 두둔하고 나선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까지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대 재조사위원회는 지난 1일 표절 논란이 일었던 김 여사의 박사 학위 논문 4편에 대해 8개월간의 조사 끝에 부정행위가 없다는 최종 결론을 내놨다. 박사학위 논문과 학술지게재논문 2편에 대해서는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고, 나머지 학술지 게재 논문 1편에 대해서는 ‘검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민대는 한글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라고 오역하고, 인용 없이 기사를 그대로 발췌해 부실 의혹이 제기됐던 학술논문에 대해서는 “영문 표현을 포함한 완성도와 인용에서 미흡한 점이 일부 있지만 검증의 대상이 아니다”며 “이미 공개돼 있는 통계자료를 활용했고, 해당 논문 작성 당시엔 연구윤리 시스템 등이 미비했다”는 이유로 문제가 없다고 확인했다.

또한 디지털타임스의 신문 기사와 일부 접속사 등만 제외하고 거의 같았던 박사 논문에 대해서도 모두 연구 윤리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학문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나는 연구 부정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해당 발표에 국민대 졸업생 등으로 구성된 ‘김건희 논문 심사 촉구를 위한 국민대 동문 비상대책위원회’는 재조사위원회 명단과 최종 보고서를 공개하라며 “국민대의 최종 판단이 재조사위원회의 최종보고서를 겸허하고 충실하게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학문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 ‘논문 게재와 심사 당시의 보편적 기준’ 등으로 포장하여 정치적 의도가 담긴 학교 당국의 입장이 관철된 것인지에 대해서 확인이 필요하다”고 반발했다.

실제로 국민대에서 공개한 문서에는 판정 주체를 명시하지도 않았고, 재조사위원회의 명단도 공개하지 않았다.

민주당에서도 곧장 국민대를 찾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교육위원회 의원들은 4일 국민대를 항의 방문하고 “학교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짓밟고 교육기관으로서의 최소한의 논리도 버린 참사”라며 “김 여사를 옹호하기 위해 학계와 학교의 역사를 부정하고 스스로의 수준을 끌어내렸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담당자도, 부서도, 연락처도 없는 괴문서를 배포하고는 사실상 도주했다”며 “민주당은 결과 확정 권한이 있는 국민대 총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비상식적인 결과를 추궁하고 결과보고서 및 위원 명단 공개를 촉구할 것”이라고 했다.

논란은 이어지고 있지만 국민대와 대통령실은 묵묵부답으로 대응하자 이례적으로 교수 단체들이 직접 검증을 예고했다. 전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 전국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국교련),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 한국사립대교수노조 등 13개 교수 단체는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범 학계 국민검증단’을 구성해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 등에 대한 검증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교련과 국교련은 우리나라 국공사립교수들 대부분이 가입하고 있는 단체다. 범 학계 차원에서 특정 논문을 검증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들 단체는 김 여사의 논문을 박탈해야 한다며 “김건희 씨 논문 4편에 대해 면죄부를 준 국민대가 ‘타인의 연구내용의 출처표시를 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고 표절을 인정하면서 ‘표절 아님’ 판정을 내린 것은 남의 물건을 훔쳤는데 도둑질은 아니라는 것이다. 극단적 형용모순이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세 살 아이가 봐도 가공할 수준의 표절이 있는 수준 미달의 논문에 대해 국민대가 1년여의 조사 결과 문제없음 판정한 것에 대해 어이가 없다”며 “이번 국민대의 결정은 대한민국 모든 연구자들의 얼굴에 침을 뱉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김건희 여사의 논문을 둘러싼 논란이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김건희 여사의 논문을 둘러싼 의혹이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표절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 박순애 교육부 장관에까지 불똥

이 과정에서 교수단체는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대한 비판도 덧붙였다. 교육부가 국민대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사회적 의미를 가르쳐야 할 대학은 책임을 회피해 부정적 파급효과가 일파만파고,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교육부는 손을 놓는 형국에 망연자실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우희종 서울대교수는 검증단의 향후 활동에 대해 “두 개의 학계에서 징계를 받은 사람이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된 배경 역시 이번 국민대 결론과 맥을 같이한다”며 “국민대가 내린 비상식적 결론의 과정과 배경, 나아가 교육부 장관의 자기 표절 문제까지 검증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의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박 장관이 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연구 윤리가 제대로 운영되는지 관리·감독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부서가 교육부인데 박 장관 자체가 사실 논문 표절에서 자유롭지 못한 분이다. 본인 자체가 연구 윤리 때문에 징계받은 당사자이기에 이 문제에 대해 엄격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질책했다.

민주당은 직접적으로 사퇴를 요구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박순애 장관이 물러날 시점은 바로 지금”이라며 “국민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교육부의 발 빠른 입장 발표를 보면, 김 여사의 논문 표절 문제를 매듭짓기 위한 특명을 받은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어제 '초등학교 5세 입학' 졸속 정책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한 채 줄행랑을 쳤다. 지난 2일에는 내년 3월쯤 대학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을 꺼냈다가 대학 총장들의 꾸지람을 들었다”며 “박 장관 스스로 국민과 교육계의 원성을 자초하고 있는데도 윤석열 대통령이 박순애 장관을 고수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음주 운전, 중복 논문’ 등 숱한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도 임명 강행된 박 장관은 취임 후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 외고 폐지 등 사회적으로 충분한 공감대가 필요한 사안을 급하게 추진했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 이 상황에서 김 여사의 논문과 관련해 국민대의 편을 들었다가 ‘범학계 국민검증단’으로부터 본인의 논문까지 검증받게 됐다.

일각에서는 박 장관이 이번 역풍을 견디지 못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온 후 사임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또 보직을 유지하더라도 박 장관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교육부가 그 어떤 정책을 추진해도 힘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장관에 대해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비판받으면서도 박 장관을 계속 감싸줬다. 여기까지 왔으면 지금이라도 사퇴해서 대통령 부담을 덜어 줘야한다”며 “(박 장관에게는)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만한 동력이 없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박 장관은 오는 9일 교육부 업무보고를 위해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해 야당 의원들을 만나게 된다. 인사청문회가 없었던 만큼 민주당은 박 장관에 대한 청문회급 인사 검증을 예고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 쪽에서도 상임위에서 인사청문회 수준의 검증 시간을 갖자며 박순애 부총리와 거리를 두고 있다. 다만 대놓고 인사 검증을 하자는 것에 동의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며 “9일 업무보고에서 실체를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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