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시한을 넘긴 지난 8일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렸지만, 끝내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는 채택되지 못했다.

행정안전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교흥 원내부대표는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희근 후보자는 14만 민주경찰의 수장이 아닌 윤석열 정권의 하수인이 될 것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민주당 행안위원들은 윤희근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윤 후보자에게 △경찰국 설립 △류삼영 총경 징계 △행정안전부 장관의 대통령 인사권 보좌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 △대우조선 사태 진압 관련 행정안전부 장관의 수사 지휘 △김순호 초대 경찰국장의 ‘프락치 의혹’ △아파트 갭 투기 등에 대해 질문한 바 있다.

김 부대표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윤 후보자에 대해 “정권의 하수인이 아니라 민중의 지팡이로 남고자 하는 경찰 조직의 전반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청문회 결과를 설명하며 “정부조직법 34조에 행안부 장관이 치안 사무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데도 시행령으로 불법적으로 설립된 경찰국에 대해 합법적 행정행위라고 말할뿐더러 민주적 통제 방안이라며 지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경찰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총경회의에 대해서도 불법으로 규정하고 류삼영 총경 등 참석자에 대한 징계 의사도 철회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국기문란 사태까지 언급했던 초유의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와 관련해서도 번복이 아니라고 부정하기까지 했다”며 “경찰청장 대행 시절에도 대우조선 사태 진압 관련해서 치안 사무 권한이 없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불법적인 대책회의 개최와 특공대 투입 수사지휘에 전혀 반대하지 않아 경찰청장이 될 경우 정권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추진할 우려가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고 거듭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 부대표는 윤 후보자가 이른바 ‘프락치 의혹’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행정안전부 초대 경찰국장 김순호 치안감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했다며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소리를 높였다.

천준호 의원 또한 이날 회의에서 “윤 후보자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에 관한 질문에 시종일관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며 “경찰국 신설에 대해서도 “법제처가 문제없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식으로 답변했다. 권력 눈치 보기에 급급한데 14만 경찰 조직을 제대로 지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김 치안감과 관련해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김순호 국장의 과거 행적을 몰랐다고 발뺌할 것이 아니라 조속히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국민께 진실을 낱낱이 공개하라”며 “동료를 밀고하고 민주화 운동을 탄압했다는 의혹의 당사자가 초대 경찰국장으로 임명된 것은 우리 역사의 비극이자 불행”이라고 윤 후보자를 공세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인사청문경과 보고서 채택 반대에 명백한 이유가 없다고 반발하면서 민주당이 보고서 채택 없이 후보자가 임명되면 이를 빌미로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행안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같은 날 성명을 통해 “민주당이 의도적으로 청문보고서 채택 없는 임명 강행을 조장하고 있다”며 “야당이 정치적 목적을 갖고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고 있다. 이는 법과 상식에 반하며 의회의 기본책무조차 저버리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문회 과정에서 특별히 하자를 발견하지 못했고 경찰청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데 심각한 흠결을 발견하지도 못했는데, 다만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겠다는 것은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더 이상 몽니를 부리지 말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윤 후보자 임명 여부에 대해 “결정된 것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께서는 새벽부터 수해 상황을 점검하고 피해 현장에 대한 여러 가지 지시를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아직 내부 논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 요청한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일 시한인 지난 5일을 넘긴 채 청문회가 진행된 만큼 윤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 결과는 구속력이 없어 국무위원에 대한 인사 청문이 도입된 이래 모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임명을 강행해왔다.

이와 같은 정부‧여당의 압박에도 민주당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반응이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향후 민주당의 대응 방향에 대한 질문에 “경찰국 등의 주요 문제에 대해 경찰청장이 주요 부서장으로서 정확하게 본인의 입장을 이야기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그래서 민주당은 인사청문회 이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했다. 상임위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 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나아가 정치권에서는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김 치안감에 대한 ‘밀정 의혹’에 윤 후보자가 모르쇠로 일관한 것이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경찰국 논쟁과 인사 참사 논란을 동시에 건드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찰국 설립은 야권에서 가장 날을 세우고 있는 부분이다. 그 중에서도 ‘뜨거운 감자’인 치안감을 지난 1988~1989년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 활동 도중 돌연 잠적한 뒤 노동운동을 함께한 동료들을 경찰에 밀고하고 특채됐다는 이른바 ‘프락치 의혹’을 받는 인물로 철저한 인사 검증 없이 임명했다는 지적이다.

김 치안감에 대해 윤 후보자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자세히는 몰랐다며 모호한 입장을 내놓은 만큼 운동권을 주축으로 구성된 민주당 지도부의 공세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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