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차보험 차량, 전손 처리 후 폐차… 고가 외제차, 수리 후 중고차 판매 가능성↑
중고차 업계, ‘홈서비스’ 매물 이용 추천… 3∼7일 타보고 구매 결정 가능

/ 뉴시스
지난 8일 서울·인천 등 수도권에 쏟아진 폭우로 침수 차량이 대거 발생해 중고차 구매를 고려하던 소비자들에게 ‘침수차 주의보’가 발령됐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지난 8일과 9일 연이은 집중 폭우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수도권에서 침수 피해를 입은 차량은 약 7,000대 이상으로 추정된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침수차가 수리 및 세척이 이뤄져 중고차 시장으로 유입돼 거래가 이뤄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고차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침수차 걱정을 덜기 위한 방법으로 ‘홈서비스’ 구매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10일 자동차업계와 손해보험협회 등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국내 손해보험사 12곳에 접수된 침수 피해 건수는 이틀 동안(8일 0시∼10일 오전 9시) 약 6,853대로 집계됐으며, 피해 추정 금액은 85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아직 침수차 집계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향후 침수 피해 차량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피해 차량 규모가 7,000∼8,000대, 1,000억원 내외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20년 7∼9월 태풍 ‘바비’ ‘마이삭’ ‘하이선’이 차례로 한반도를 강타한 당시와 견줄만한 규모다. 당시 전국에서 2만1,194대가 침수돼 1,157억원에 육박하는 손해를 기록했다. 이번의 경우, 단 이틀 동안의 폭우에도 불구하고 피해 규모가 큰 이유는 피해 지역이 부유층이 집중된 강남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페라리·벤틀리 등 초고가의 외제차의 피해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통상적으로 침수 피해가 크지 않으면 직접 수리해 계속 이용하기도 하는데, 수리비가 중고차 가격과 비슷한 수준의 고액이라면 침수로 인한 ‘전손 처리’를 진행한다. 이 경우 차량 소유주는 해당 시점에 차량의 평가 가치(시세) 만큼의 비용을 보험사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다.

이어 전손 처리가 이뤄진 차량은 자동차관리법 제26조의2(침수로 인한 전손 처리 자동차의 폐차 처리)에 따라 30일 이내 폐차가 이뤄진다. 다만 이는 자기차량손해보험(자차보험)에 가입을 한 운전자들에게 한정된 얘기다.

문제는 자차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경우다. 책임보험만 가입을 한 차량은 자연재해로 인해 손해를 입는 경우 수리비 전액을 차량 소유주가 부담해야 하는데, 이러한 차량은 대체로 보험처리 및 수리가 이뤄지지 않고 중고차 매매상사에 처분되거나 개별 수리 후 중고차 시장으로 유입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침수 피해 차량 규모는 실제로 보험사에 접수된 대수보다 많을 수 있다. 특히 자차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슈퍼카 등 수억원에 달하는 고가의 수입차는 폐차 대신 헐값이라도 받고 중고차로 매매가 이뤄진다.

이러한 차량들은 수리와 세척을 거쳐 약 1∼2개월 후 중고차 시장으로 유입돼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올 가을쯤부터 고급 수입차가 중고차 매물로 대거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침수차는 엔진에 물이 유입되고 차량 전체가 피해를 입어 수리를 하더라도 원상복구가 어렵고, 차량이 제 성능을 내지 못하거나 잔고장이 계속해서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때문에 차량 구입 시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들이 침수차를 판별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에는 침수차 수리 및 클리닝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도 존재하는데, 이러한 곳에서는 화학약품을 이용해 침수로 인한 물때나 녹, 곰팡이 등 침수 흔적을 깨끗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게 중고차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고차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이러한 피해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중고차 구매 후 즉시 정밀점검 등을 진행해 차량의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매물로 등록된 중고차는 대부분 보험 가입이 되지 않은 차량이라 구매 전 시운전이 불가능하며, 정비센터를 방문해 차량을 점검하는 것은 더욱 힘들다. 중고차 계약서에 ‘구매 후 일정 기간 내에 침수차로 판명될 경우 전액 환불’이라는 내용을 명시하더라도 침수차를 구매한 소비자가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면 보상받기도 쉽지 않다. 침수 시기가 언제인지를 특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 엔카 홈페이지 갈무리
중고차 매매 플랫폼 엔카와 케이카는 ‘홈서비스’를 통한 중고차 판매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면 일정 기간 내에 환불 요청도 가능하다. / 엔카 홈페이지 갈무리

업계에선 이러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중고차 매매 플랫폼에서 운영하는 ‘홈서비스’ 대상 차량 이용을 추천하고 있다. 홈서비스 중고차는 중고차 플랫폼 사이트 및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차량을 주문한 후 탁송을 받아보는 서비스로, 일정 기간 내에 환불이 가능하다.

엔카의 경우 홈서비스 중고차로 등록된 차량에 대해 차량 인수일로부터 ‘7일’ 내에 환불신청을 할 수 있으며, 케이카는 인수한 날 포함 ‘3일째’가 되는 날까지 환불이 가능하다. 이 기간 동안 차량의 정밀점검을 진행해 이상유무 및 침수여부를 확인하고 실제 공도 주행을 통해 성능을 구매자가 직접 확인해 구매 확정 또는 환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케이카에서는 지난 7월 1일부터 진행해오던 ‘침수차 안심 보상 프로그램’을 기존보다 1개월 연장한 오는 9월 30일까지 운영하며, 구매 후 90일내 침수 확인 시 100% 환불에 추가보상금 지급 규모를 기존 1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케이카 관계자는 “최근 집중 호우로 침수차 구매 피해를 우려하는 소비자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확대 운영을 결정한 것”이라며 “케이카는 직영으로 운영되는 특성상 침수차는 매입도 하지 않는 만큼 이번 ‘침수차 안심 보상 프로그램’은 케이카에 등록된 매물은 소비자들이 믿고 구매해도 된다는 것을 강조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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