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의원이 10일 정부가 추진하는 '유휴·저활용 국유재산 매각·활용 활성화 방안'을 두고 "정부의 국유재산 민간 매각은 '허리띠 졸라매기'가 아니라 '소수 특권층 배불리기'"라며 정부가 국회와 합의 없이 국유재산을 팔지 못하도록 법 개정 추진을 예고했다. /뉴시스
이재명 의원이 10일 정부가 추진하는 '유휴·저활용 국유재산 매각·활용 활성화 방안'을 두고 "정부의 국유재산 민간 매각은 '허리띠 졸라매기'가 아니라 '소수 특권층 배불리기'"라며 정부가 국회와 합의 없이 국유재산을 팔지 못하도록 법 개정 추진을 예고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이재명 의원이 윤석열 정부의 국유재산 매각 등 경제 정책에 대해 연일 ‘민영화 시도’라고 맹폭하고 있다.

이 의원은 10일 오전 본인의 SNS를 통해 “정부의 국유재산 민간 매각은 ‘허리띠 졸라매기’가 아니라 ‘소수 특권층 배불리기’다”며 “매각한 국유재산을 누가 사겠나? 시세보다 싼 헐값에 재력 있는 개인이나 초대기업에 돌아가게 될 것이다. 부동산 가격상승과 투기가 일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주장하는 ‘허리띠 졸라매기’라는 명분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재정건전성이 중요하다면 1년에 13조 원 이상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슈퍼리치 감세’부터 철회하면 될 일이다. 1회 성에 불과한 국유재산 매각은 매년 13조 원의 세수 감소를 감당할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어깃장을 놓았다.

그러면서 “기재부는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가 투자한 상업·임대주택용으로 사용 중인 국유재산을 이번 달부터 즉시 매각할 계획이다”며 “민주당은 기재부가 국회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국유재산을 팔지 못하도록 국유재산법 개정부터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정부의 민영화 시도에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그는 울산에서 울산혁신도시 노동조합 대표들과 현안 간담회를 갖고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대해 “눈에 딱 띄는 부분이 있다. 민간과 경쟁되는 부분을 축소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있는 것 같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이 했던 얘기와 똑같다. 사회기반시설(SOC)나 공공서비스는 공적 영역에서 감당해야 한다”며 ‘변형된 민영화’로 규정한 바 있다.

또 그는 지난 6월 국회에 입성한 후 1호 법안으로 민영화를 추진할 때 국회에 사전 보고토록 하는 내용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국유재산법을 개정해 민영화 시도를 저지하겠다는 계획이다.

◇ 여권 “‘민영화 프레임’ 당권 위한 거짓 선동”

정부‧여당에서는 "이 의원이 ‘민영화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며 "8.28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다른 후보들과의 경쟁 보다는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 유력 당권주자로서 입지를 굳히기 위한 방법일 뿐"이라고 역공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을 비판하며 “그 결과 올해 국가채무는 1,100조원에 달할 전망으로, 지난 정권에서 국가채무 규모와 증가속도가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IMF(국제통화기금)도 올 초부터 지속적으로 한국이 고령화에 대비해 재정적자 규모를 축소하고 국가채무를 조절해야 한다고 권고하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안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준칙 마련, 조세개편, 국유재산 매각 등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려는 것은 당연하고도 합리적 조치”라며 “지금대로라면 거대 야당을 이끌 가능성이 큰데,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당대표가 된다면 강성지지층만을 위한 ‘강한 당대표’가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한 ‘합리적 당대표’의 길을 걷겠다는 결심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내홍을 겪고 있어 민주당 유력 당권 주자인 이 의원을 정면 비판하면서 차기 여당 당권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려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안 의원도 피하기는 어렵다.

오세훈 서울시장 또한 최근 이 의원의 민영화 지적에 “윤석열 정부는 민영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는데도 이재명 의원이 이번에도 난데없이 민영화를 들고 나왔다”며 “거짓 선동이다. 고환율, 물가급등, 금리급등으로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이 극심한 상황에서 공공부문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건 당연한 책무”라고 반박한 바 있다.

그는 “지금은 경제·안보적으로 국가적 위기”라며 “대선까지 출마했던 비중 있는 정치인으로서 정치 선동이 아니라 민생을 위해 협조하는 게 바른 자세”라고 질타했다.

◇ 노조‧야권, 정부 해명에도 ‘주시’

정부도 현재 근무하고 있는 공공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으며, 민영화 추진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노조 측에서는 정부‧여당의 해명만 믿고 손 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공공부문 노조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정부 혁신안이 발표된 직후 “공공기관 민영화 수순 즉각 철회하라”고 반발했다. 또 이들은 오는 1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진행 계획이고, 17일부터 농성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울러 오는 31일에는 대통령실 인근에서 양대 노총 간부 1,000여명이 모여 집회를 개최할 계획도 갖고 있다.

양대 노총 공대위는 기재부의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대해 “최소한의 균형감도 보이지 않는 공공기관 ‘민영화’ 가이드라인과 다름없다”며 “이번 가이드라인은 이미 실패한 ‘이명박근혜’ 정권의 선진화·정상화 정책의 반복일 뿐”이라고 우려했다.

민영화 프레임을 둘러싼 이재명 의원과 여권의 공방이 극심한 가운데 노조까지 투쟁을 예고하자 야권에서도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민영화 시도가 국민들의 민감한 현안인 만큼 날을 세우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의원이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안이고 지금 이렇게 민영화 의혹을 띄우는 만큼, 당대표가 된다면 당론으로 추진하지 않겠냐”며 “다만 지금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후보의 주장에 현재 당 지도부가 힘을 싣는 등 섣부른 음직임을 보일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전당대회가 끝나야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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