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을 강행하고 나선 쏘카가 흥행에 참패하고 말았다. /쏘카
상장을 강행하고 나선 쏘카가 흥행에 참패하고 말았다. /쏘카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많은 관심과 기대 속에 상장을 추진하고 나섰던 쏘카가 ‘흥행 참패’라는 참혹한 결과를 받아들었다. 악화된 여건 속에서도 상장을 강행했지만 유니콘 기업을 상징하는 ‘기업가치 1조원’을 포기하는 등 체면을 구기게 된 모습이다. 초라하게 마무리된 쏘카의 상장을 숫자로 되짚어본다. 

◇ 기대 모았던 쏘카는 어디로… 상장 이후 주가도 ‘주목’

1조5,499억원. 지난 6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한 쏘카가 당초 제시한 기업가치의 최대치다. 쏘카는 희망공모가 밴드로 3만4,000원~4만5,000원을 제시했고, 구주매출 없이 455만주를 새로 발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앞서 2조~3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던 점에 비춰보면, 다소 소극적인 구상이었다.

이는 ‘거품 논란’을 최대한 피하고자 했던 쏘카의 고민이 담긴 것으로 풀이됐다. 가뜩이나 투자시장 여건이 악화돼 상당수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을 포기한 가운데, 거품 논란까지 제기될 경우 흥행에 큰 타격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쏘카는 비교대상 기업 선정 등을 두고 거품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투자시장 상황까지 더욱 악화되면서 상장 흥행을 향한 우려는 점점 커졌다. 하지만 쏘카는 이달 초 기자간담회를 통해 재차 상장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56.07대1. 우려 속에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 돌입한 쏘카가 기록한 수요예측 경쟁률이다. 통상 많은 관심과 기대 속에 상장하는 기업들이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점에 비춰보면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그보단 수요예측 결과에 실망해 상장을 철회한 기업들의 수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치였다.

수요예측의 질적인 결과 또한 민망한 수준이었다. 무려 74.5%가 희망공모가 밴드 최하단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했다. 희망공모가 밴드 중간값 이상을 제시한 것은 12.8%에 불과했다. 또한 99.8%는 의무보유 확약을 하지 않았고, 극히 일부 확약을 한 것도 15일뿐이었다.

9,665억원. 충격적인 수요예측 결과를 받아든 쏘카는 결국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을 9,665억원으로 하향 조정하며 ‘기업가치 1조원’을 포기했다. 상장 강행 결정을 내리면서 공모가를 희망공모가 밴드 최하단보다 17.6% 낮은 2만8,000원으로 확정하고, 공모주식수도 445만주에서 364만주로 20% 줄였다. 그 결과 공모규모도 당초 1,547억원~2,047억원이었던 것이 1,019억원으로 감소했다. 

쏘카는 ‘유니콘 기업(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은 비상장사)’을 상징하는 대표주자다. 국내 모빌리티 업계 최초의 유니콘 기업이며, 유니콘 기업 최초로 상장에 도전하고 나섰다. 이는 쏘카의 상장 행보가 더 큰 주목을 받은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 쏘카가 유니콘 기업을 상징하는 ‘기업가치 1조원’까지 포기하며 상장을 강행한 것이다. 

14.4대1. ‘기업가치 1조원’을 포기하면서까지 상장 강행 결정을 내린 쏘카지만 마지막까지 반전은 없었다. 일반청약 경쟁률은 첫날 3.4대1에 그쳤고, 마지막 날 소폭 상승했으나 14.4대1로 최종 마감됐다. 모집한 청약증거금도 1,834억원에 그쳤다.

이렇게 상장을 위한 모든 절차를 마친 쏘카는 코스피 시장 데뷔만 남겨두고 있다. 이제 최대 관전포인트는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이다. 상장 첫날 성공을 상징하는 것은 역시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로 형성돼 상한가를 기록하는 것)’이다. 쏘카가 이 같은 ‘따상’에 성공할 경우 주가는 애초 희망공모가 밴드 최상단을 단숨에 훌쩍 뛰어넘어 7만원을 돌파하게 된다. 물론 최근 주식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따상’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

초라하게 상장 절차를 마치게 된 쏘카가 상장 이후 자존심을 회복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쏘카는 오는 22일 코스피 시장에 데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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