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 지난해 순이익 달성·4년째 기본급 동결… 노조, 파업 명분 존재
한국지엠 노조, 8년 연속 적자 행진에 “임금인상·성과급 주세요”

르노코리아자동차 노조가 파업 준비를 마쳤다. /뉴시스
르노코리아자동차 노조가 파업 준비를 마쳤다.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르노코리아자동차와 한국지엠은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에서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여전히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양사 노동조합은 최근 진행한 이틀간의 쟁의행위 결의 찬반투표에서 모두 찬성률이 80%를 넘어섰다. 사실상 파업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특히 양사는 최근 대표이사가 교체된 직후인데, 신임 사장들이 이번 노사 갈등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 올해도 노사갈등 솔솔… 신임 사장들이 마주한 첫 번째 과제

르노코리아는 지난달 13일부터 이틀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 찬성률 80.6%로 파업을 가결했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중지 결정을 거쳐 지난달 26일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했다. 노조는 사측에 “파업의 효과와 참여가 극대화되는 시점에 행동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르노코리아 노조가 사측에 요구한 내용으로는 △월 기본급 9만7,472원 인상 △계약직 전원 정규직 전환 △임금 피크제 폐지 △일시금 총액 500만원 지급 △기존 500%인 정기상여금 600%로 인상 등이다.

르노코리아 사측은 노조의 제안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노조의 제안이 과하다는 것. 하지만 노조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수준의 제안이라는 입장이다.

르노코리아 노사는 지난해 9월, 2020년·2021년 임단협을 통합 타결했는데, 당시 임단협 합의 내용은 ‘기본급 동결’과 ‘각종 일시 보상금 총 830만원 지급’ 등으로 노조가 한발짝 물러섰다. 특히 르노코리아 노조의 기본급 동결은 지난 2018년부터 이어져 4년째 임금을 동결하게 됐다. 또한 르노코리아는 지난해에 영업손실 80억원을 기록하긴 했지만 순이익 162억원을 달성해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르노코리아 노조는 이러한 이유를 들며 이번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강경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르노코리아 노조는 임금피크제 무효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최근 법률대리인을 선임했다. 앞서 르노코리아 노사는 2015년 △호봉제를 폐지하고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하며 △매년 직전 연도 임금의 10%를 감액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바 있다. 이 소송의 골자는 임금피크제로 깎인 1인당 2,000만∼3,000만원 안팎의 임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이다.

르노코리아 노조의 파업은 명분이 있는 셈이다. 그러나 노조 측도 고심이 깊다. 사측과 정면으로 대립하게 되면 르노 본사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 수출 모델 배정을 해주지 않는 것이 있는데, 갑의 위치에 있는 사측이 자신들의 제안을 노조가 수용하도록 압박하는 것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사측은 물량 배정 등을 무기로 올해 임단협에서도 △올해부터 매년 기본급 6만원 인상 및 성과급 지급 △임단협 주기를 매년에서 다년으로 바꾸자고 제시해 또 한 번 노조에게 양보를 요구하는 모습이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및 부평2공장이 부품 협력사의 납품 거부로 인해 가동을 중단했다. /뉴시스
한국지엠 노사 간 임단협도 절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지엠 노조도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쟁의행위 결의 찬반투표에서 전체 조합원의 89.2%(6,797명)가 참여해 찬성률 83%를 기록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12일 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했다. 중노위가 조정중지를 결정하면 파업 등 쟁의권을 확보한다.

노조는 △월 기본급 14만2,300원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400% 성과급 △후생복지·수당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부평 1·2공장과 창원공장 등 공장별 발전 방안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등도 요구한다. 올해 11월 말 가동을 멈추는 부평 2공장에 장기적으로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유치하는 방안 등도 협상안에 담았다.

하지만 한국지엠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내세워 지난 6월 23일 첫 상견례를 시작으로 최근 11번째 교섭까지 절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거부하는 이유는 2014년 이후 8년 연속 적자 실적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지엠은 지난 2017년 영업손실 규모가 8,386억원으로 치솟은 후 지난 2020년 3,093억원으로 손실 규모까지 줄어들긴 했으나 지난해에도 여전히 3,76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한국지엠의 올해 1∼7월 누계 판매대수도 내리막길이다. 이 기간 내수 시장과 수출 실적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3.0%, -6.5% 등을 기록 중이다.

그나마 지난 7월 내수+수출 판매 실적이 2만6,066대를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35.7%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내수 시장에서는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