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제기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결론이 늦어지면서 당내 갈등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특히 이 전 대표가 본안 소송까지 제기하면서 해당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내에서는 날 선 반응이 쏟아지고, 당내 청년 그룹은 이 전 대표 지지와 비판으로 나뉘면서 균열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정당에 관련된 가처분 신청의 경우, 정당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기각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대체적으로 결과가 나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안의 시급함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제기한 비대위 관련 가처분 신청은 이전에 정당에 제기된 가처분 신청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이 때문인지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18일 “신중한 사건 검토를 위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이번 주 안으로는 결정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비대위는 지난 16일에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가처분 신청 결과에 비대위 존폐가 달려 있는 상황이 되면서 국민의힘 내부는 들끓고 있다.
◇ ‘너 죽고 나 죽자’ 등 날선 표현
친윤계인 박성중 의원은 19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 이후 당내 의원들의 반응에 대해 “굉장히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당 대표를 했던 사람이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자기 탓은 하지 않고 전부 남 탓이고,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탓이고, 대통령 탓이라고 한다”고 맹비난했다.
유승민계로 꼽히던 조해진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가 계속 비아냥대고 조롱하고 폭로하고 확인도 되지 않은 건데 들었다고 하면서 대통령이 ‘이XX, 저XX’ 했다고 이야기해버리는 상황”이라며 “대통령과 일대일 대립 구도를 만들어 자기의 정치적 위상을 키우겠다는 것으로 밖에는 안 보인다. 일종의 너 죽고 나 죽자는 식 비슷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하태경 의원은 이 전 대표 옹호에 나섰다. 하 의원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리위 징계부터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이 전 대표는 지금 생존투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대통령한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정치라는 게 꼴 보기 싫은 사람하고도 타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의 징계가 끝나는 내년 1월 초 당대표직에 복귀할 수 있도록 당대표가 당헌을 유권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청년그룹도 갈라졌다. 전날 이 전 대표와 공개 설전을 벌인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은 이날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전 대표 편 청년들은 사회생활 경험 없이 정치권을 어슬렁거리는 청년들을 비하하는 말인 ‘여의도 2시 청년’ 그 자체”라고 직격했다. 이는 ‘나는 국대다’ 출신의 ‘이대남’(20대 남성) 대변인들을 저격한 것이다. 장 이사장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 청년본부장을 지냈다.
이에 ‘나는 국대다’ 출신인 임승호 전 대변인은 “‘여의도 10시 청년’은 국회의원 이름을 빌려 오전 10시에 소통관을 어슬렁거리는 분을 의미하는 말”이라고 맞받아쳤다. 장 이사장이 최근 국회 소통관에서 이 전 대표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한 바 있는데, 이를 비꼰 것이다.
광역단체장이 되면서 중앙정치와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같은 당 내홍에 “안 그래도 폭염에 폭우에 짜증 난 국민들을 조잡스럽고 구질구질하게 지엽말단적인 건수만 붙잡고 같은 편끼리 서로 손가락질에만 열중하는 구질구질한 정치들만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 곳곳에 남은 ‘도화선’
최근 이 전 대표의 윤리위 징계로 촉발된 당 내홍으로 인해 국민의힘 당 지지율과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함께 떨어지고 있었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정당지지도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지난 7월 1주 조사에서 41%를 기록한 이후 지지율이 계속 하락해 8월 2주차 조사에서 34%를 기록했다. 한달 반 사이에 당 지지율이 7%가 빠진 셈이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16~18일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6%,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34%로 양 당이 역전된 상황이다. 당내 갈등은 지속되고 있는데 이같은 추세를 보이는 것은 지난 17일 윤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 결론이 남아 있다는 점, 이 전 대표가 여러 경로를 통해 윤 대통령을 향해 날선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 전 대표가 본안 소송까지 제기하면 지지율 향방이 또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또 이 전 대표는 ‘다음 전당대회에 적임자가 없으면 나설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당 내홍을 촉발시킬 만한 도화선이 곳곳에 남아 있다.
게다가 당내에서는 이 전 대표가 지나치다는 시각이 있지만, 여론의 생각은 다른 것으로 보인다. 이날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6~17일 실시한 조사 결과, ‘이 전 대표와 윤핵관 중 누가 더 쇄신 대상이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47.4%가 윤핵관을, 24%가 이 전 대표를 지목했다. ‘이 전 대표와 윤핵관 모두’라는 응답에 23.7%가 답했다. 내홍 책임이 윤핵관에 있다는 여론이 더 높은 셈이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리상으로는 이 전 대표의 주장이 맞아보이지만 정당의 자율성은 헌법에서 보장한다”며 “그런 경우 정당 활동의 자율성을 심대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피해가는 ‘사정판결’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인용할 이유가 있어도 기각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인용할 만한 건’이라는 기록이 남게 되므로 이 전 대표가 본안 소송에서 이를 근거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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