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항간에 자주 나오는 말이 있다. ‘입은 하나, 귀는 두 개인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물음이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이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 이상 하라는 의미’라는 인식 역시 대중에게 널리 퍼져있다. 또 우리는 ‘경청’이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 초등학교 때부터 경청하는 태도를 배운다. 

기자는 ‘귀가 왜 두 개인가’, ‘경청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등의 이야기는 듣기 보다는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호 간의 제대로 된 대화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던지는, 발화(發話)만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닐까.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 역시 발화에만 힘을 쏟았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본다. 

사견이지만 경청은 정치인의 필수 기술이다. 그냥 듣고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인과 결과, 그리고 주위를 둘러싼 환경 등을 고려해야 한다. 해결 방법을 알기 위해서는 여러 의견을 경청해야만 한다. 정치는 여러 이해관계가 상충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경청은 어려운 일이다. 경청에서 선행되는 요소는 바로 ‘듣는 것’이다. 경청이라고 하면서 듣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하면, 그것을 경청이라 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다른 이가 말을 할 때 본인이 말을 하고 싶은 욕구를 눌러야 한다.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돌아서면 발화자는 속이 시원할 수 있지만,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한 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이 달라졌다. 질문만 받던 방식에서 모두발언 후 질문받기로 바뀌었다. 모두발언 역시 당일 일정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다가, 현안 위주로 전환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도어스테핑을 두고 발전적 고민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남아 있다. 모두발언을 한 후 질의응답을 하는데, 그만큼 취재진의 질문 기회도 많이 줄어들었다. 모두발언이 길어지는 만큼 듣는 시간은 짧아진다. 이같은 아쉬움은 윤 대통령의 100일 기자회견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총 53분의 기자회견 중 21분이 모두발언이어서 질의응답을 나눌 기회가 적었다. 

물론 대통령실은 언론 외에도 여론 청취 방법이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경청이 기본 태도로 장착돼야 할 정치인이 듣기보다 말하기에 시간을 더 많이 쏟는 게 바람직한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윤 대통령은 소통을 강조하며 집무실을 이전했다. 소통을 위해서라면 경청이 필요하다.

다음은 윤 대통령의 100일 기자회견 모두발언 일부 내용이다. 대통령이 이 약속을 잊지 않기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곳에 옮겨둔다. 

“언론과의 소통이 궁극적으로 국민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심을 가장 정확하게 읽는 언론 가까이에서 제언도, 쓴소리도 잘 경청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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