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영화 ‘헌트’ 대박에 이정재 광고 상품들까지 떴다.”

지난달 25일, 하림의 홍보대행사가 배포한 보도자료의 제목이다. 이정재 배우의 첫 감독 연출작인 영화 ‘헌트’가 지난달 10일 개봉 이후 1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이어가고, 328만여명(당시 기준)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흥행에 성공하면서 그를 모델로 내세운 제품들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보도자료에서 기자의 눈길을 잡아끈 것은 첫 번째 사례로 제시된 하림 ‘더미식’ 브랜드 관련 내용이다. 이정재 배우를 전속 모델로 내세운 하림 ‘더미식’ 브랜드 제품 광고들을 소개한 뒤 “하림 측은 최근 영화 ‘헌트’ 흥행으로 광고 시청률과 ‘더미식 밥’ 매출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하고 있다.

하림은 지난 5월 즉석밥 제품인 ‘더미식 밥’을 출시하면서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변신에 또 한 번 박차를 가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10월 ‘더미식’ 브랜드 첫 제품으로 선보인 ‘장인라면’과 지난 4월 선보인 ‘더미식 유니자장면’의 뒤를 잇는 것이었다. 하림은 ‘더미식 밥’ 역시 앞선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프리미엄’을 강조했다. 좋은 재료로 제대로 만들었다고 강조하면서 가격대도 경쟁 제품 대비 높게 책정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더미식 밥’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했다. 먼저, 즉석밥 시장은 기존 경쟁사들의 점유율이 압도적인 가운데 후발주자들이 난립하는 양상이다 보니 입지 확보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또한 즉석밥 제품 특성상 프리미엄 전략에 뚜렷한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 ‘더미식 밥’은 출시 이후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수준의 돌풍을 일으키진 못했다. 프리미엄 전략에 반하는 할인행사를 비롯해 다양한 이벤트와 마케팅을 진행했지만, 기존 경쟁 제품들의 아성은 높기만 했다. 물론 각 사들이 구체적인 제품 판매실적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더미식 밥’의 시장 내 입지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영화 ‘헌트’의 흥행이 ‘더미십 밥’ 매출 상승세를 이끌었다는 보도자료의 내용은 ‘더미식 밥’의 초기 입지 확보 및 시장판도 변화에 관심을 두고 있던 기자에게 의미 있는 정보였다.

한편으론 여러 물음표가 붙기도 했다. 영화 ‘헌트’가 흥행에 성공한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아주 폭발적인 관객몰이라고 보긴 어려웠고, 보도자료가 배포된 시점은 개봉한지 보름 무렵에 불과했다. 특정 배우의 영화 흥행이 모델로 활동 중인 제품의 매출 증가로 단기간에 이어지는 사례는 그리 흔치 않다. 앞서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 같은 사례였던 것도 아니다. 

뿐만 아니라 영화 ‘헌트’의 개봉 시점은 통상 즉석밥 제품의 판매가 직전에 비해 감소하는 때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즉석밥 제품은 여름휴가가 몰리는 기간인 7월말~8월초에 판매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헌트’는 그 직후인 8월 10일에 개봉했으며, 이후 보름은 8월 중순~하순에 해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을 비교대상으로 삼을 수도 있겠지만, ‘더미식 밥’은 지난 5월에 출시된 제품이다.

따라서 영화 ‘헌트’의 흥행으로 ‘더미식 밥’의 매출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보도자료의 내용은 보다 구체적인 확인이 필요했다. 하지만 하림 측은 구체적인 판매실적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확인을 해주지 않았다. 판매실적은 공개하지 않더라도, 비교대상 기간과 증가폭만이라도 알려줄 것을 재차 요구했지만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보도자료에 등장한, 이정재 배우를 모델로 기용 중인 다른 기업들의 답변엔 별다른 물음표가 남지 않았다. A사는 “광고모델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해당 제품들의 직·간접적인 마케팅 효과가 커졌다”고, B사는 “시기가 성수기인 추석 명절과 겹치다보니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고 밝혔다.

다만, 두 곳 모두 영화 ‘헌트’ 개봉 이전과 이후의 판매실적을 비교해 효과를 확인해본 적은 없다고 했다. 이들에 따르면, 보도자료를 배포한 측의 ‘이정재 효과’에 대한 문의나 확인 또한 전혀 없었다고 한다.

영화 ‘헌트’ 흥행으로 ‘더미식 밥’ 매출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하림의 말은 정확한 판매실적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둔 ‘마케팅용 거짓말’ 일수도, 인과관계가 명확하진 않지만 사실일수도 있다. 아쉬운 점은 하림의 당당하지 못한 태도다. 최소한의 근거조차 제시하지 못하는 모습은 의구심만 키운다.

하림의 ‘더미식 밥’은 출시와 동시에 ‘무첨가제’를 강조한 마케팅을 앞세우면서 경쟁 제품들을 폄하하는 듯한 언급 등으로 업계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은 바 있다. 부디 하림의 마케팅이 더 이상 군색하지 않길, 또 당당해지길 바란다. 그래야 ‘더미식’ 브랜드의 성공과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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