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현대오일뱅크‧GS칼텍스‧에쓰오일, 최근 2년간 kWh당 최소 45원, 최대 49원 더 싼 전기 사용

국내 정유4사가 최근 2년간 총 3,740억여원의 전기 요금 감면 혜택을 누린 것으로 조사됐다. /뉴시스
국내 정유4사가 최근 2년간 총 3,740억여원의 전기 요금 감면 혜택을 누린 것으로 조사됐다.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SK에너지‧현대오일뱅크‧GS칼텍스‧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4사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 사용해 최근 2년간 총 3,740억여원 규모의 혜택을 누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일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정유4사는 2021년 913억7,200만원, 올해 상반기에는 2,823억3,100만원의 전기요금 감면 혜택을 각각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지난 2021년 SK에너지는 kWh당 93.99원의 단가가 적용됐다. 현대오일뱅크는 95.18원, GS칼텍스 96.83원, 에쓰오일 93.59원 등의 낮은 단가로 전력을 사용했다.

올해에는 SK에너지가 kWh당 97.18원, 현대오일뱅크 98.62원, GS칼텍스 101.18원, 에쓰오일 97.19원 등의 낮은 단가가 적용됐다

이처럼 낮은 단가로 전기를 사용한 결과, 이들 정유4사는 2년 동안 무려 총 3,740억여원 이상의 혜택을 챙길 수 있었다.

올해 상반기 한국전력공사 전력구입단가는 kWh당 146.2원이다. 결국 이를 감안하면 국내 정유4사는 kWh당 적게는 45원, 많게는 49원 더 싸게 전기를 사용한 셈이다.

정유4사는 최근 치솟는 국제유가를 반영해 높은 가격에 정제제품 등을 판매하면서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 여기에 원가 미만의 낮은 전기로 정제시설을 가동해 영업이익을 극대화 시켰다는 게 이장섭 의원 설명이다.

국내 정유4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총 12조3,200억원으로 집계됐다. SK에너지가 3조9,783억원으로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이어 GS칼텍스 3조2,133억원, 에쓰오일 3조 539억원, 현대오일뱅크 2조748억원 순이다.

이 의원은 “원가 이하 전기요금 사용으로 정유4사의 영업이익은 극대화됐으나 그 비용은 한전 영업적자에 고스란히 반영된 상황”이라며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한 획기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전기요금 체계는 주택용·산업용·농사용 등으로 구분된다”며 “산업용도 사용량에 따라 계약 종별이 갑과 을로 나뉘는 등 여러 종류로 다시 세분화된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산업용 전기도 심야시간대에는 가격이 좀 더 저렴해진다. 또 고객이 변압기 설비 등을 갖춘 경우 이를 반영해 낮은 단가가 적용된다”며 “국내 정유 4사는 대기업들로 변압기 설비 등도 이미 갖춘 상태고 아마 심야시간에 주로 전기를 사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같은 점이 반영돼 낮은 단가가 적용됐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유4사가 고유가시기에 발생한 국민고통분담에 대해 사회적 역할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유류세 탄력세율을 최대한도까지 인하했으나 해당 인하분이 최종소비자가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아 국민이 체감하는 고물가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정치권 및 시민단체 등에서 제기된 바 있다.

이 의원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정유사들의 영업이익 중 일부를 기금으로 조성했었다”며 “그런데 최근 정유4사 대표자들은 국민고통 분담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으나 여전히 묵묵부답인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뒤이어 “정유 4사는 하루빨리 자발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안을 내 놓아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8월 1일 더불어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은 국회에서 ‘고유가 국민 고통 분담을 위한 정유업계 간담회’를 열고 정유 4개사 임직원들을 만났다.

당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유업계가 역대 상황과 비교해 올해 막대한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안다”며 “경제가 비상 상황인 만큼 정유업계가 고통을 분담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당 소속 김성환 정책위원회 의장은 “정유사들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총 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면서 “국내의 경우 현행 석유사업법 제18조에 정유업계를 상대로 부과금을 걷을 수 있는 규정이 마련돼 있다”며 기금출연을 거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유 4사 관계자들은 이같은 요구에 난색을 표한 채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