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 “정책 보다는 가격 하락 두려움 더 커 시장 영향 無”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 부동산팀장 “부산 등 일부 해제지역 혜택… 유의미한 영향 없어”

최근 정부가 부동산 규제지역 완화를 발표했다. 사진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뉴시스
최근 정부가 부동산 규제지역 완화 및 조정을 발표했다. 사진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정부가 지방 광역시‧도 및 일부 수도권 외곽지역의 조정대상지역을 해제하고 인천광역시‧세종특별자치시 지역은 투기과열지구에서 제외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부동산 규제지역 완화·조정 발표 이후 부동산 업계는 ‘거래 절벽’ 상태인 현 부동산 시장이 조금이나마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 역시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장 큰 문제인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부담, 대출규제 등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건설업계도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 및 한국은행 등의 추가 금리인상으로 인해 정부의 부동산 규제지역 완화·조정이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당장 살리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 부동산 규제지역 완화·조정… 시장 살리는 불씨 되나

지난 21일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는 제3차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와 제61차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를 각각 열고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조정안’과 ‘2022년 9월 주택투기지역(조정지역) 해제안’을 심의·의결했다.

먼저 국토부는 세종시를 제외한 부산 해운대·수영·동래·남·연제·서·동·영도·부산진·금정·북·강서·사상·사하구, 대구 수성구, 광주 동·서·남·북·광산구, 대전 동·중·서·유성·대덕구, 울산 중‧남구 등과 청주, 천안 동남‧서북구, 논산, 공주, 전주 완산‧덕진구, 포항 남구, 창원 성산구 등 지방권의 조정대상지역을 모두 해제하기로 했다.

또한 인천 서·남동·연수구는 투기과열지구에서 제외하고 경기 안성, 평택, 동두천, 양주, 파주 등 수도권 외곽 지역 일부를 조정대상지역에서 빼기로 했다.

세종시는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하되 조정대상지역은 유지하기로 했다. 같은날 기재부는 세종시를 주택 투기지역에서 제외했다. 

다만 서울과 인접지역은 이번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해제 대상에서 빠졌다. 

국토부·기재부가 발표한 부동산 규제 완화는 관보 게재가 완료되는 오는 26일 0시를 기해 효력이 발생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정심 민간위원은 지방의 경우 하락폭 확대, 금리상승에 따른 미분양 증가 등을 감안해 선제적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서울은 아직도 높은 수준의 주택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점, 하락세로 돌아선 기간이 짧은 점 등을 고려해 보다 신중히 접근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규제지역 완화가 시장에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뉴시스
전문가들은 부동산 규제지역 완화가 시장에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뉴시스

◇ 전문가 및 업계 전문가, 금리쇼크로 ‘백약무효’  

시장의 기대와 달리 전문가들과 업계는 현재의 부동산 시장 상황이 ‘백약무효(百藥無效)’ 상태라며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규제지역 완화‧조정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의 이번 규제지역 완화·조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한정적일 것”이라며 “서울·수도권이 사실상 조정에서 배제됐다는 점이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만약 서울·수도권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된다고 해도 윤석열 정부가 정상화하겠다던 여러 규제들은 아직까지 그대로”라며 “때문에 규제지역 해제 이외에도 다른 규제 정상화 부분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실제 올해 크게 완화된 부동산 규제를 꼽으라면 대답하기 애매한 것이 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그는 “정부가 지금 서울·수도권을 포함해서 규제지역을 대폭 완화·해제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선택일 것”이라며 “금리인상으로 인한 자영업자·중소기업의 대출 이자부담 문제, 원자재 가격인상으로 인한 공사비 급등과 이에 따른 분양가 상승 등 국내 경기요인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지금과 같은 금융쇼크 상황에서 부동산 규제지역 완화‧조정은 부동산 가격 연착륙에나 도움이 되지 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뒤이어 “해제 지역 위주로 일부 영향을 주긴 하겠으나 제도가 바뀐다고 현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정책 문제가 아니라 현재 시장 내에서 가격 하락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 부동산팀장 역시 “전체적으로 시장에 유의미하게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다른 전문가들 의견에 동조했다.

다만 그는 “부산 등 해제지역 내 일부 실수요자는 대출 소폭 상향, 일시적2주택자 자격 부여, 세금 중과 폐지 등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럼에도 서울·수도권 지역의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하지 않는 한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정부는 서울·수도권 지역의 집값이 지금보다 더 하락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집값이 떨어졌다고는 하나 이는 원래 10억원이었던 아파트가 18억원까지 오른 상태에서 3~4억원 떨어진 것”이라며 “실제 10억원일 때 집을 산 사람들은 집값 하락으로 인한 손실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세 대비 아파트 가격은 내려가고 있지만 최근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인해 아파트 분양가격이 내려가기는 힘들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 금리까지 계속 오르고 있다. 이러한 점으로 인해 정부가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당분간 집을 구매하기 보다는 좀더 지켜보려는 관망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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