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출 국민의힘 ‘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MBC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무경 의원, 박 위원장, 윤두현· 박대수 의원. /뉴시스
박대출 국민의힘 ‘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MBC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무경 의원, 박 위원장, 윤두현· 박대수 의원.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국민의힘의 MBC 때리기가 점입가경이다. 앞서 MBC를 향한 공세의 포문을 연 국민의힘은 방송사 항의 방문에 이어 고발장까지 접수하며 ‘끝까지 간다’는 심산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파장이 국내‧외적으로 번지자 MBC를 공격함으로써 ‘프레임 전환’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MBC 민영화’를 위한 길 닦기도 나선 모습이다.

29일 국민의힘은 MBC를 겨냥한 ‘총공세 모드’에 돌입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MBC를 향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MBC는)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발언을 한 것처럼 자막을 조작하고 자신들의 조작 보도를 근거로 미국 백악관에 이메일까지 보냈다”며 “백악관 답변마저 또다시 왜곡해서 내보내며 한미 동맹을 훼손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대통령실의 해명이 나온 뒤 비속어 논란 진화에 부심이던 국민의힘은 이번 논란이 MBC의 보도로 촉발됐다는 점을 이유로 공격 태세로 전환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6일 비대위 회의에서 “MBC의 행태가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데 이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심각한 조작방송”이라며 MBC의 사과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언론계가 이러한 여당의 행태에 ‘언론 탄압’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국민의힘은 지난 27일 ‘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특별위원회(TF)’를 출범시키며 수위를 끌어 올렸다. TF는 전날(28일) MBC에 대한 항의 방문에 나선 데 이어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방문에 MBC 박성제 사장을 비롯해 보도국장, 디지털뉴스국장, 보도 기자 등 4명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보도로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는 이유다.

◇ 국면전환 나선 국민의힘… 목표는 ‘민영화’?

이러한 국민의힘의 ‘강공 모드’에 당내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페이스북에 “집권여당이 특정방송사에 대해 조작, 편파, 선동이라고 규정하고 항의 방문과 사장 퇴진, 형사고발까지 하는 건 정치적 실익이 없는 과도한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당내서조차 ‘무리하다’는 평가가 나옴에도 국민의힘이 공세의 수위를 높이는 데는 사실상 ‘벼랑 끝’에 섰다는 위기감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앞서 ‘광우병 사태’ 등 MBC 보도에 대한 트라우마가 뿌리 깊은 상황에서 이번 상황으로 인해 정국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역력하다는 것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2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에는 밀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논란을 ‘자막 조작 사건’으로 명명하며 공공연하게 책임을 외부에 돌렸다. 사태의 책임을 MBC에 넘기는 ‘프레임 전환’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한편, 언론에 대한 경고를 보냄으로써 위기 극복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사건에 대한) 진실 공방이 아니라 MBC에 방향을 돌리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는 데 집중하는 프레임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이를 기점으로 MBC에 대한 ‘민영화 논의’를 촉발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권성동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MBC는 공영방송을 자처하고 있지만 현실은 민주당의 전위부대가 돼 국익을 해치고 있다”며 “민영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통화에서 “(국민의힘의) 의지가 워낙 확고했던 상황에서 이걸 명분으로 MBC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선 이에 대한 조심스러운 분위기도 새어 나온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아직까진 권 의원의 개인적 생각”이라며 “당에서 정한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립적이지 않은 보도에 대해 많은 국민들의 질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민영화 논의는 꾸준히 돼왔던 상황을 권 의원이 이야기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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