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트래버스 하이컨트리 트림. / 제갈민 기자
쉐보레 트래버스는 동급 경쟁 모델 중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한다. /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쉐보레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래버스는 지난 2019년 9월 국내 시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2019년 당시 트래버스의 국내 출시에 ‘가성비 수입 대형 SUV’를 원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관심이 집중됐지만 일부 편의장비 부재로 아쉽다는 평이 잇따랐다. 어찌 보면 ‘미국차=투박하다’는 수식이 잘 어울리기도 했다.

이러한 지적에 쉐보레는 올해 1월 상품성을 개선한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신형 트래버스는 편의사양 부분에서 많은 부분이 개선돼 미국 태생의 자동차가 투박하다는 편견을 깨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 경쟁모델 압도하는 덩치, 부분변경 거쳐 보다 날렵하고 입체적

국내 출시 만 3년을 넘기고 부분변경 모델까지 출시된 쉐보레 트래버스는 도입 당시만 해도 ‘크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잘 팔릴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일부 있었다.

트래버스는 국내에서 준대형 또는 대형 SUV로 취급돼 국산 SUV 중에서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나 기아 모하비 정도와 비슷하게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동급 모델 중에서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하는 거구다. 오히려 풀사이즈 SUV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정도다.

트래버스의 크기는 △전장 5,230㎜ △전폭 2,000㎜ △전고 1,780㎜ △축간거리(휠베이스) 3,073㎜ 등이다. 차량의 전체 길이가 5m를 넘고 좌우 너비는 2m에 달한다. 앞서 언급한 2종의 국산 대형 SUV를 비롯해 동급의 수입 대형 SUV로 거론되는 지프 그랜드 체로키 L이나 포드 익스플로러, 혼다 파일럿보다도 큰 덩치다. 앞뒤 바퀴 사이의 간격인 축간거리는 오히려 풀사이즈 SUV 모델인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보다 2㎜ 길다.

쉐보레 트래버스 하이컨트리 트림. / 제갈민 기자
쉐보레 트래버스 전면부는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그릴 디자인이 변경되면서 세련미를 더했다. / 제갈민 기자

큰 덩치가 주는 위압감은 상당하다. 여기에 한층 날카롭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전면부는 날렵해 보이는 인상을 준다. 전면부에서 부분변경을 통해 바뀐 부분은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그릴이다. 헤드램프 구성은 기존에 상단에 헤드라이트(전조등)와 방향지시등, 주간주행등을 함께 배치했는데, 신형 모델에서는 전조등을 기존 안개등 위치인 범퍼 하단으로 배치하면서 상단의 방향지시등과 주간주행등의 램프 두께를 얇게 디자인했다.

라디에이터그릴은 기존에 중앙의 옐로우 보타이를 중심으로 위아래가 나뉘어져 있는 느낌이 있었는데, 신형에서는 하나의 육각형 모양으로 디자인해 일체감을 높였다.

후면부에서 변화는 테일램프를 입체적으로 다듬고 얇은 면발광 LED를 사용했으며, 기존의 방향지시등과 후진등을 나타내던 흰색 램프 부분을 줄였다. 또 테일램프 주변을 유광 블랙으로 감싸고 좌우 램프 사이를 두툼한 크롬 바 장식으로 이어 세련미를 더했다.

쉐보레 트래버스 하이컨트리 트림. / 제갈민 기자
쉐보레 트래버스 후면부 테일램프는 입체적으로 디자인됐다. / 제갈민 기자

◇ 대형 SUV다운 넓은 실내 공간, 韓 소비자 선호 옵션도 대거 탑재

트래버스는 일반 대형 SUV보다 큰 덩치와 휠베이스를 자랑하는 만큼 실내 공간도 상당히 여유롭다.

먼저 운전석에 탑승하면 붕 떠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타이어 크기가 20인치에 전고도 높은 차량인 만큼 캐빈룸 자체가 일반적인 세단에 비해서는 전반적으로 높게 설계가 돼 있어서 다른 차량들을 내려다보는 정도다. 차량의 높이가 높은 만큼 트래버스에는 옵션으로 제공하는 악세서리인 사이드스텝이 있으면 타고내리기가 더 편할 것 같다.

2열은 좌우 독립시트가 설치돼 일체형 3인승 시트에 비해 더 쾌적한 거주성을 느낄 수 있으며, 3열 시트 이용 시 별도의 시트 조절을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2열 시트 사이드레버를 이용하면 시트를 앞쪽으로 당겨 3열 탑승을 더 편리하게 할 수도 있다.

3열 공간은 180㎝ 정도의 성인이 탑승해도 루프(천장)에 머리가 닿지 않으며 2열 시트를 약간만 앞으로 조절하면 무릎 공간도 확보할 수 있다. 단 3열 시트는 허벅지 받침 부분이 낮게 설계돼 허벅지가 뜨게 되는데 장시간 3열에 탑승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1시간 내외 정도의 이동거리라면 충분히 3열까지 이용해 6인 이상 탑승도 가능해보인다.

쉐보레 트래버스 하이컨트리 트림. / 제갈민 기자
쉐보레 트래버스 하이컨트리 1열 운전석 및 센터페시아. 가죽 소재를 최대한 활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으며 일부분에는 스웨이드 소재도 사용했다. / 제갈민 기자

시트의 착좌감은 전반적으로 푹신하고 편안하다. 1열 시트는 좌우 모두 파워시트로 탑재해 전동조절이 가능하며, 시트 열선과 통풍 기능도 모두 지원한다. 운전석은 메모리시트 기능도 지원한다. 시트 열선은 2열에도 지원한다.

여기에 안전·편의사양도 대거 탑재됐다. 우선 스마트폰 무선 커넥팅(연결)도 지원해 블루투스와 와이파이를 통해 애플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오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을 탑재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및 차로이탈방지(LKAS)를 이용할 수 있어 장거리 주행 또는 정체 구간 주행 시 편의성이 높다.

일부 수입차량은 가격이 트래버스보다 비싼데도 통풍시트나 스마트폰 무선 연결, ACC 등을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쉐보레가 이번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심혈을 기울인 부분으로 보인다.

쉐보레 트래버스 하이컨트리 트림. / 제갈민 기자
쉐보레 트래버스 시트는 전반적으로 편안하며 넉넉한 실내 공간을 갖춰 차박이나 캠핑을 하기에 제격이다. / 제갈민 기자

뿐만 아니라 트래버스는 차량 내에서 노트북 등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230V 콘센트를 1열 콘솔박스 후면에 배치했으며, USB 포트도 2구 설치해 2열 탑승객의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공조기 조절은 1열과 2열을 독립 조절할 수 있도록 콘솔박스 후면에 2·3열 공조기 작동 스위치와 레버를 별도로 설치했다. 2·3열 송풍구는 루프에 원형으로 설치돼 있다. 트래버스에는 듀얼 패널 선루프를 설치해 2열 개방감을 높였다.

2열과 3열은 전부 완전히 평평하게 접을 수도 있다. 2열은 수동으로 접고 펴야 하지만 3열은 파워시트를 지원해 트렁크 내부 우측에 조작버튼을 이용하면 전동으로 접고 펼 수 있다. 2·3열을 전부 접으면 성인 2~3명 정도가 누울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지만 2열이 독립시트라서 중앙에 빈 공간이 생긴다. 트래버스를 이용해 차박을 계획 중이라면 에어매트 등을 구비하면 더 좋을 듯하다.

쉐보레 트래버스 하이컨트리 트림. / 제갈민 기자
쉐보레 트래버스 실내 주요 부분. / 제갈민 기자

◇ 높은 시트포지션, 넓은 시야 확보… 부드러운 주행감은 좋지만, 큰 덩치는 부담

쉐보레 트래버스를 시승하면서 느낀 장단점은 분명했다.

장점으로는 전고가 높고 시트포지션이 높은 만큼 주행 간 전방의 상황을 보다 빠르게 확인할 수 있어 효율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여기에 차량 크기가 큰 만큼 후방 시야 확보가 쉽지 않고 사각지대가 생길 수도 있는데, 이러한 문제는 GM의 전매 특허인 고해상도 광각 후방 디스플레이 룸미러 탑재로 해소했다. 앞서 GM 계열사인 캐딜락 브랜드에서 탑재해 호평을 받은 기술이다.

여기에 넉넉한 출력을 뿜어내는 엔진은 미국차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점이다. 특히 GM 계열 차량은 주행감이 부드럽다는 평가가 많은데 이는 자연흡기 엔진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래버스 역시 3.6ℓ 자연흡기 V6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부드러운 주행감이 일품이다. 특히 차체 무게가 2.1톤에 육박함에도 엔진은 저회전 영역에서 충분한 출력을 뿜어내고 가속을 하기위해 가속페달을 조금씩 더 밟으면 즉각적으로 반응을 하며 시원한 가속 성능을 보여준다.

쉐보레 트래버스 하이컨트리 트림. / 제갈민 기자
쉐보레 트래버스 측면부. / 제갈민 기자

다만 덩치가 큰만큼 트래버스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차폭에 대한 감이 잡히지 않아 시승 간 다른 차량에 비해서 더 신경이 쓰이고 부담이 컸다. 이는 며칠 운전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져 개선이 가능하지만, 국내 주차장 기준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고 있어 주차가 쉽지 않다.

새롭게 지은 건물은 대부분 주차 면적을 넓게 설계하지만 여전히 풀사이즈급 SUV에게는 국내 주차 환경이 협소하다. 여기에 5m가 넘고 2.1톤에 육박하는 덩치에 걸맞게 기름도 많이 먹는다. 서울 도심에서 약 100㎞ 주행을 하는 동안 트립 컴퓨터 상 연료효율은 19∼20ℓ/100㎞로, 대략 5㎞/ℓ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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