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뉴시스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오랜 세월 산업은행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했던 대우조선해양이 마침내 새 주인 찾기에 가까워졌다. 한화그룹으로의 매각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인데, 앞서와 달리 무사히 마무리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26일, 산업은행은 한화그룹과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날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과 조건부 투자합의서에 서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의 2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한화그룹이 참여해 49.3%의 지분과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한화그룹은 이번 인수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원), 한화시스템(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1,000억원)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최근 그룹 차원의 방산사업 재편 행보를 이어온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육·해·공’을 아우르며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업계 10위권으로 도약한다는 목표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도 묵은 숙제를 마침내 털게 될 전망이다. 대우중공업이 모태인 대우조선해양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 대우그룹이 공중분해되면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2001년 대우그룹에 속했던 계열사 중 가장 먼저 워크아웃을 졸업했으며, 이때부터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은 매각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을 뿐 아니라 실제 매각 추진이 이뤄지기도 했다. 2008년엔 한화그룹이 경쟁자들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그룹 내 일부의 반발과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끝내 무산됐다. 최근엔 현대중공업그룹으로의 매각이 추진되며 초대형 조선사 탄생을 예고하기도 했으나, 이 역시 3년여의 시간만 허비한 끝에 EU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2010년대 중반 조선업계 전반에 위치가 닥치고, 사상 초유의 대규모 분식회계가 드러나며 암흑기를 맞기도 했다. 이는 ‘주인 없는 회사’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사건이었다.

이런 가운데, 새 정부 출범과 발맞춰 취임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의 신속한 매각을 강조해온 바 있다. 매각 가격이나 방식에 얽매이지 말고 빠른 매각 성사에 초점을 맞춰야한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한 것이다.

이번 매각 추진은 앞서와 달리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경제 상황 전반이 예사롭지 않긴 하지만, 방산사업 부문 강화에 대한 한화그룹의 의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 때처럼 기업결합 승인 변수가 큰 것도 아니다. 노조 및 지역사회의 반발이 제기될 수는 있으나, 매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 만큼 심각한 갈등이 불거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매각 절차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한화그룹과 조건부 투자합의서를 체결한 뒤 경쟁입찰을 공고한 상태이며 다음달 17일까지 입찰 의향서를 접수한다. 만약 입찰 희망자가 등장해 2조원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하더라도 한화그룹이 해당 금액을 수용하면 최종 투자자는 한화그룹으로 확정된다. 반면, 한화그룹이 수용하지 않는 경우엔 새로운 입찰 희망자가 최종 투자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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