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홍근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 및 의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정권의 외교참사 정치탄압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홍근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 및 의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정권의 외교참사 정치탄압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정치권이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 논란으로 대치하더니 이제는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 조사 통보로 전선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야당은 격렬히 반발했고, 여당은 이를 계기로 수세적인 분위기를 털고 ‘공세 모드’로 전환했다. 이 때문에 여야는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 첫날인 4일 상임위원회 곳곳에서 파열음을 냈다. 

◇ 민주당,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단일대오 

윤 대통령 해외 순방 논란들을 두고 ‘외교 참사’라고 비판하며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의 문 전 대통령 조사 통보를 두고 ‘정치 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본 감사에 착수하면서 당시 정부가 ‘월북’이라고 추정한 판단 근거를 살피기 위해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를 통보했는데, 이는 전임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라는 입장이다. 

또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자 전임 정권과 민주당 ‘때리기’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 조사 통보 뿐 아니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도 본격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 대표 뿐 아니라 당내 모든 계파가 단일대오를 형성해 대여 강경 투쟁에 나서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이 대표에 이어 문 전 대통령까지 정조준한 상황에서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가 동시에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문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정치탄압이 노골화되고 있다. 이미 헛발질로 판명 난 북풍몰이를 빌미로 해서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 보복 감사를 시도하고 있다”며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전임자와 야당 탄압에 총동원하는 모습, 참으로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이XX’ 발언 논란과 관련한 대통령실의 대응을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의 공세를 차단하면서 ‘외교참사’ 프레임은 계속 가져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홍근 원내대표 역시 윤 대통령을 향해 박 장관 해임건의안 수용을 촉구했다. 

◇ 국민의힘, ‘문재인·이재명 때리기’로 국면전환

반면 국민의힘은 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를 향한 ‘투트랙 공세’를 펼치고 있다. 감사원의 문 전 대통령 조사 통보를 계기로 전 정부 실정에 대한 문 전 대통령 책임론을 부각하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서도 추궁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야당이 이번 국감에서 윤 대통령 해외 순방 논란으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며 국정동력이 약화되자 ‘문재인·이재명 때리기’로 보수층을 결집해 국정동력을 제고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문 전 대통령이 감사원으로부터 서면 조사 통보를 받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야권의 ‘정치 보복’ 주장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이 순방지에서 ‘이XX’ 발언 논란을 빚었고 대통령실의 대응이 해당 이슈의 파급력을 키운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여야가 감사원의 조사 통보를 두고 충돌하면서 순방 논란과 관련된 관심은 한풀 꺾인 모양새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석에 '정치탄압 중단하라' 피켓을 노트북에 붙이자 국민의힘 의원석도 민생국감을 촉구하는 피켓을 붙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석에 '정치탄압 중단하라' 피켓을 노트북에 붙이자 국민의힘 의원석도 민생국감을 촉구하는 피켓을 붙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감 대책회의에서 문 전 대통령이 감사원 조사를 거부한 사실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다.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특권을 가질 수 없다. 오히려 당황스럽게 무례하다고 화를 내신 것을 보고 정말 해수부 공무원 피살사건에 문제가 많구나 싶었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각종 의혹도 언급했다. ‘문재인·이재명 때리기’를 통해 보수층 결집을 꾀한 셈이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이 대표 구하기 방탄에만 몰두하면 자멸할 것”이라고 했고,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증거가 차고 넘치는 데도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실정을 감추려는 검찰의 정치쇼’라고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국감 곳곳서 순방논란·감사원 조사 여파

이러다보니 국감 첫날인 이날에도 여야는 강대강 대치를 이어갔다. 우선 감사원 조사를 둘러싼 여야 공방 때문에 당초 이날 오전 10시 열릴 예정이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은 오전 10시 53분쯤 개의했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감사원의 조사를 규탄하며 자신들의 좌석 앞에 ‘정치 탄압 중단하라’는 피켓을 내걸었고, 국민의힘은 ‘정쟁국감 노(NO), 민생국감 예스(YES)’라는 피켓으로 맞대응했다. 

법사위 국감이 열린 후에도 여야는 계속 공방을 이어갔다. 민주당 측에서는 “사정기관을 내세워서 정치적 꼼수를 부려 국면을 전환하려는 정치적 노림수”라며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해 칼 끝을 겨눴다”고 말하며 감사원을 질타했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역대 대통령 누구라도 검경 수사를 피하지 않았다”며 “감사원 감사나 검찰 수사에 성역이 있어야 하는가”라고 맞불을 놨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이날 국감의 최전선이었다. 박진 장관의 해임안이 지난주 통과된 상황에서 민주당이 박 장관의 퇴장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박 장관이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성과를 설명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외통위는 개의 30여분 만에 정회했다. 

야권은 그간 해외 순방 논란으로 공세를 가했지만, 여권의 ‘문재인·이재명 때리기’에 방어를 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해외 순방 논란, 특히 ‘이XX’ 발언 논란의 경우 진영 대결 성격이 옅었지만 ‘문재인·이재명 때리기’는 진영 대결의 가속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다만 이 경우 양 진영은 지지층 결집이라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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