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포문을 연 개막작 ‘바람의 향기’(감독 하디 모하게흐). /영화제 사무국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포문을 연 개막작 ‘바람의 향기’(감독 하디 모하게흐). /영화제 사무국

시사위크|부산=이영실 기자  아프지만, 아름답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개막작 ‘바람의 향기’(감독 하디 모하게흐)가 세상의 비참을 이겨내는 인간의 따뜻한 마음을 그리며 영화제의 포문을 열었다. 

5일 오후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바람의 향기’ 기자시사 및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허문영 집행위원장과 이란 감독 겸 배우 하디 모하게흐가 참석해 취재진과 만나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바람의 향기’는 이란의 외딴 시골 마을에서 전신 마비 상태의 아들을 간호하며 살고 있는 하반신마비 아버지, 그리고 그들을 돕는 전력부 직원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선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영화 ‘아야즈의 통곡’으로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상과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한 하디 모하게흐 감독의 네 번째 영화로, 감독이 직접 주연을 맡아 자신의 고향 데다쉬트의 아프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냈다. 

이날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바람의 향기’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에 대해 “처음 소식을 듣고 스스로에게 물어볼 정도였다. 아직도 머릿속에 ‘왜?’라는 질문이 남아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시 부산을 찾게 된 것에 대해서는 “사람에게 추억은 굉장히 중요한데, 부산에 왔을 때 집으로 돌아온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페스티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깨끗한 영혼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제라는 것에 대해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란 시네마의 발전도 많이 도와줬다. 너무나 중요한 영화제다. 영화산업의 모든 사람들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좋아하고 존중한다”고 부산국제영화제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바람의 향기’ 기자회견에 참석한 허문영 집행위원장(왼쪽)과 하디 모하게흐 감독. /이영실 기자
‘바람의 향기’ 기자회견에 참석한 허문영 집행위원장(왼쪽)과 하디 모하게흐 감독(가운데). /이영실 기자

‘바람의 향기’는 사람에 대한 믿음을 확인시켜주는 영화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장애를 지닌 사람들이거나 장애물에 걸려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그들은 서로를 외면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이에 대해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꼭 이란이 아니더라도, 휴머니티가 있다면 어떤 사람이라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것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인간이 가진 선한 본능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 속 배경인 데다쉬트는 감독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이란의 남서부에 위치한 도시”라며 “경제적 문제 때문에 주민들이 많이 떠났지만 여전히 그곳에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곳은 아름답지만 역사적 아픔, 인간의 고통이 느껴진다”며 “그것이 스토리에 대한 다른 해석을 주는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직접 전력부 직원을 연기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유형의 연기는 전문배우가 표현하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외면이 아닌 내면을 연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대사가 거의 없고 침묵하는 순간이 많지만, 관객은 그 배우를 보며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게 무엇인지 표현할 수 있는 연기는 나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인간은 계속해서 나아가야 한다. 만약 아주 지쳐서 숨을 쉬지 않게 되더라도 계속 살아나가야 한다”며 “우리의 삶에는 여러 장애가 있다. 사회적, 정신적 장애다. 그러나 나는 장애에 대한 이야기기 보다는, 장애를 만났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나 태도를 보여주고 싶었고, 그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영화의 의미를 짚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바람의 향기’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진행되는 레드카펫 및 개막식이 끝난 뒤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공식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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