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국회에서는 금융권을 대상으로 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렸다. 테라‧루나 사태 관련된 증인들이 대거 채택됐지만 국감 전날 핵심 증인들이 줄줄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국감에 김이 빠진 모양새다./ 사진=연미선 기자

시사위크|여의도=연미선 기자  이번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는 가상자산 관련 증인 및 참고인이 대거 채택되면서 ‘코인 국감’이 예고됐다. 특히 수많은 피해자를 낳은 테라‧루나 사태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핵심 증인들이 줄줄이 불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이날 국감은 김이 빠진 모양새가 됐다.

◇ 날선 질의에도 ‘길 잃은 책임론’

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는 금융권 기관장 질의로 시작됐다. 이번 국감에서는 각종 금융사고와 금융권의 내부통제, 금융당국의 책임론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국감에서는 김주현 금융위원회장에게 각종 금융 사건사고들과 관련한 당국의 관리 책임를 묻는 질의가 쏟아졌다.

특히 ‘코인 국감’으로 예고됐던 만큼 국감이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김주현 위원장에게 루나‧테라 사태 관련된 질문이 시작됐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테라‧루나 사태 28만명‧77조원의 피해규모 중 최대 피해자가 MZ세대라는 점을 언급하며 말문을 뗐다. 그러면서 테라‧루나 사태 책임 주체에 대해 △스테이블 코인을 무작정 지지한 정치인들 △안전장치 두지 않은 정부 △투자자보호장치 마련 못한 금융기관 △돈벌이에만 집중한 코인거래소라고 짚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상현 의원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고쳐야한다”고 지적한 뒤 투자자보호장치가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어 “문재인 정부 때 사라진 투자자보호장치가 정부 내에서 어떤 검토가 있었는지, 금융위 내에서 어떤 결정이 있었는지 그 배경을 파헤쳐 달라”고 요구했다.

기관장 질의는 오후까지도 이어졌다. 이번에는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상자산 거래소의 문제점을 짚으며 질의를 이어갔다. 테라‧루나 코인 거래소로 활용됐던 업비트는 루나코인을 BTC마켓에는 상장하면서 원화마켓에는 상장하지 않은 바 있다. 김성주 의원에 따르면 원화마켓은 그 배경에 대해 “원화마켓 이용자 수가 BTC마켓보다 월등히 많은 점을 고려해 상장여부를 엄격하게 심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그렇다면 원화마켓은 루나의 허점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 아닌지에 대한 의심이 든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투자 정보에 대한 공시도 엉터리이거나 중복된 경우가 태반이었다고 짚었다. 김 의원은 “원래는 이런 경우 영업정지를 받을 사안이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가상자산을 혁신산업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과도한 투기를 막고 투자자를 보호해야 할 것인지 결정할 시기”라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정무위 의원들의 질의에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부분은 공감한다며 허점이 있는 부분은 분명 법률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국회에 14개 정도의 법안이 올라가 있으니 끝까지 진행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 핵심 관계자 ‘불출석’… 겉도는 ‘질문과 답변’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을 묻는 날선 질의는 계속됐지만 본질을 꿰뚫지 못하는 질문과 답변이 다수였다. 이어지는 증인 심문에서도 테라‧루나 사태에 대한 논의는 방향을 잃고 겉돌았다.

앞서 정무위는 지난달 27일 국정감사 증인 및 참고인 명단을 의결‧발표했다. 테라‧루나 사태 등 가상자산과 관련한 증인으로 △신현성 차이홀드코퍼레이션 총괄 △이정훈 빗썸 전 의장 △이석우 두나무 대표 △김지윤 DSRV랩스 대표가 채택됐지만 이 중 핵심 증인 두 명이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지난 4일 이정훈 전 의장은 심한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 건강상의 이유로 국회에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고, 5일에는 신현성 차이홀드코 총괄이 검찰 수사 중인 사건과 동일한 사안이라는 것을 근거로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다.

핵심 관계자의 불출석으로 인해 국감 현장에서의 테라‧루나 사태에 대한 원인 규명 및 책임 추궁 논의는 김이 빠진 모양새가 됐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김지윤 DSRV랩스 대표에 대해 권도형 대표와 루나‧테라 사태의 책임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김지윤 대표는 “앞으로 프로토콜을 론칭하는 회사는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전달 이후에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설명하며 “(권도형 대표는) 연락이나 됐으면 좋겠다”고만 답했다.

이어진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의 이석우 두나무 대표에 대한 질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윤창현 의원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관련해서 테라‧루나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는 질문을 던졌지만 돌아온 답변은 “충분히 노력했다”는 것이었다.

지난 5일 신현성 총괄이 불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제기된 ‘사실상 무의미한 코인 국감’이라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정훈 전 의장에 대해서 정무위원회는 불출석 사유가 합리적이지 않다며 동행명령을 의결하고 금융위 국감이 끝나기 전까지 출석할 것을 요구했지만 테라‧루나 사태 당사자인 신 총괄이 출석하지 않은 만큼 제대로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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