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지난해 임원들에게 평균 5억 원 이상의 연봉을 지급한 기업 다수가 올해 임원 보수를 대폭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실적 부진 탓이다’, ‘지난해엔 퇴직금 포함돼 상대적으로 높았을 뿐이다’ 등 다양한 이유를 대고 있다.

◇ 보수공개 회피 꼼수? 

하지만 업계에선 연봉 5억원 이상 등기임원에 대한 개별 연봉공개를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화장품 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등기임원의 연봉 감소폭이 가장 컸던 것으로 드러나 의혹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고 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등기임원 보수가 평균 5억원 이상인 12월 결산법인 219개사(상장사 190개사, 비상장사 29개사) 중 123곳(56.2%)은 올해 1∼9월 지급한 등기임원 보수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올해 임원 보수가 작년의 절반 이하로 감소한 곳이 20개사에 달했다. 임원 연봉 하락률이 30% 이상인 곳이 45개사였고 10% 이상 하락한 기업은 모두 81곳으로 조사됐다.

특히 총수 일가가 등기임원으로 있는 기업들의 연봉 하락 폭이 컸다.

가장 큰 하락폭을 보인 기업은 화장품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이었다. 서경배 회장이 등기임원으로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무려 등기임원 평균 연봉이 71.2%나 급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등기임원 1인당 평균 보수가 18억2,900만원이었고 9월 말까지 14억4,4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올해에는 9월 말까지 평균 4억1,5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재벌닷컴 관계자는 “임원 연봉이 작년에 비해 급감한 것은 비정상적 일”이라며 “개인별 보수 공개 기준인 5억원 미만으로 낮추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기업들은 지난달 29일부터 사업보고서 등에 연간 보수 5억원 이상 등기이사의 개인별 보수를 공개해야 한다.

기존에는 등기임원 전체에게 지급되는 보수총액과 평균 액수만 공개됐지만, 임원들의 ‘고액 연봉 논란’과 기업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등기임원들의 연봉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법이 개정됐다. 최근 대기업 총수들이 등기임원 사퇴 움직임을 두고 '개별 연봉 공개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실적이 부진한데도 임원들이 과도한 연봉을 받았음이 드러나는 기업들은 여론의 비판을 피하게 어려울 전망이다.

◇ 아모레퍼시픽 "작년엔 인센티브 반영"

아모레퍼시픽은 연봉 삭감 논란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작년 보수는 3년마다 3번씩 지급하는 인센티브가 반영돼 상대적으로 커졌을 뿐”이라며 “올해가 특별히 낮았던 것이 아니라 평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올해 대외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은 아모레퍼시픽은 또 다시 기업 이미지가 훼손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대리점 강탈과 밀어내기, 욕설과 폭언이 담긴 녹취록 유포 사태 등으로 기업이미지가 추락했다.

한편 아모레퍼시픽에 이어 연봉 하락 폭이 커졌던 기업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였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어는 지난해 연간 등기임원 평균 보수가 19억500만원이었고 9월 말까지는 13억3,300만원을 지급했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3억9,00만원에 그쳤다. 하락폭은 70.5%에 달했다. 

이외에도 SK텔레콤과 CJ제일제당도 등기임원의 평균 연봉이 60% 이상 쪼그라들었다. LG생활건강, SK네트웍스, GS건설, STX조선해양, E1, LG화학, LG상사, 에스원 등도 하락률이 50%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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