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얼른 데려갈까봐…”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보 기고문 통해 절주 결심 사연 고백

▲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술을 끊은 사연을 직접 밝혀 화제다.

평소 ‘애주가’로 소문난 박 회장은 최근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8일 펴낸 ‘서울주보’에 ‘하느님의 메시지’라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절주(節酒)를 결심한 사연을 털어놨다. 그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박 회장이 기고를 통해 밝힌 사연은 이랬다.

박 회장은 대학을 졸업할 때만 해도 술을 거의 마시지 못했다. 맥주 서너 모금만 마셔도 온몸이 홍당무가 되고 심장이 뛰곤 했다는 것. 하지만 회사생활을 시작하면서 박 회장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술자리를 피하는 것은 거의 사회생활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술을 접하며 술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그렇게 한 잔 두 잔 술과 친해진 것이 이제는 ‘주당’의 경지에 오른 정도가 됐다. 갖은 핑계를 대고 술 마실 기회를 만들 만큼 ‘애주가’가 된 것이다. 지금은 술을 너무 잘 먹어 걱정일 정도라고.

이랬던 그가 술을 끊다시피 한 것은 몇 년 전 부산의 한 술집에서 엿들은 대화 때문이었다.

당시 박 회장은 일본에서 한국을 방문한 지인과 함께 월드컵 경기를 보고 있었다. 한잔 진~하게 걸친 박 회장은 화장실을 찾게 됐고, 그곳에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됐다.

다음은 박용만 회장의 글에서 발췌한 대화다.

“어이! 거 우리 옆 테이블 글마 봤나?”
“누구?” “자세히 보이께네, 그 두산 회장 박용만인가 그 친구인갑다.”
“어! 그래? 확실해?”
“맞다. 틀림없다. 우와 근데 글마 첨부터 끝까지 폭탄주로만 마시삐네. 한 술하는갑다. 술 억수로 잘 마시삐네.”
“뭐 글카다 고마 하느님이 얼른 데려가시겠지.”

박 회장은 이들의 대화를 더 듣고 있기가 민망했다. 그래서 돌아서며 “제가 박용만입니다. 고마운 말씀 잘 들었습니다. 술 좀 줄여야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기고문. 사진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서울주보'를 캡처한 모습.
그러나 “하느님이 얼른 데려가시겠지”라는 말이 계속 맴돌았다고 한다. 그 말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고, 결국 그때부터 억지로 술을 줄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거의 안 마시는 정도가 됐다.

박 회장은 기고에서 “회사에서도 ‘음주 민주주의’를 회식의 기본 철학으로 정립해 싫은 술을 억지로 권하지 않는다”며 “하느님이 구수한 남도 사투리를 하는 두 분의 입을 빌려 메시지를 준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기고문은 박용만 회장이 서울대교구 측 요청을 받아들여 직접 쓴 것으로 알려진다. 박용만 회장은 이달 말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자신의 경험담 등을 기고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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