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새누리당 김도읍, 강은희 의원이 민주당 양승조, 장하나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2013년을 20여일 남겨둔 지난 10일.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전예 없이 의기투합했다.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발언을 뒤로 하고 서로 얼굴을 맞대고 앉아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무더기로 통과시켰다.

여야는 100일간의 회기를 거의 소속 정당의 이익만을 위해 투쟁하다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 민생법안 34건을 무더기로 통과시켰다. 통과된 법안이 제대로 논의되지도 않았다. 특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상한제 탄력적용 등의 법안은 충분히 논의해야 할 법안이다.

그런데도 국회는 단순히 ‘면피용’으로 이들 법안을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고 처리했다. 국민의 비난을 피하고 보자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공통된 인식이 작용한 것이다.

◇ ‘대선불복’ ‘선친 전철’의 불안한 봉합 이유

12월 초부터 터져 나온 민주당 장하나 의원의 ‘대선불복’ 발언은 정국을 한 순간에 뒤집어 놓았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대표와 원내대표가 모인 이른바 ‘4자회담’을 통해 어렵게 성사된 여야 합의내용이 한순간에 깨지는 순간이었다.

새누리당은 장 의원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고 의원직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민주당과 합의된 사항도 지킬 수 없다는 말이 새누리당 내부에서 솔솔 흘러나왔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이 “(박근혜 대통령이)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문맥상 여러 해석을 낳을 수 있는 말이다. 청와대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공세를 펼쳤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언어살인’ ‘언어테러’라며 눈물까지 글썽이며 반박하고 나섰다.

이 같은 여야의 비난기류는 채 하루를 넘기지 않고 ‘화해’ 분위기로 바뀌었다. 시급히 처리해야 할 사안들이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은 새해 예산안 심의와 민생법안 처리가 시급했고, 민주당도 ‘국회파행의 주범’이란 주홍글씨가 무서웠다.

새누리당은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장하나․양승조 의원의 제명을 요구하는 징계안을 국회 윤리위에 제출하는 선에서 일단 봉합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이처럼 불안한 봉합에 동의한 것은 ‘국민 여론’이 가장 컸다. 1년 동안 여야가 서로 헐뜯는데 정신 팔려 민생법안 등을 처리하지도 못했다는 비난이 무서워 ‘불안한 봉합’이 성사된 것이다.

◇ 2014년 또 ‘정쟁’ 격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불안하게 봉합된 것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공통된 인식 때문이다. 그 공통된 인식은 ‘국민의 비판’이다. ‘국민의 비판’을 피하고 보자는 여야의 공통된 인식이 이같이 ‘불안한 봉합’을 유도했다.

올 12월의 불안한 봉합은 언제든지 다시 정쟁의 불씨가 될 공산이 크다. 새누리당이 국회 윤리위에 제출한 제명 징계안은 윤리특위 상정 및 안건조정위 회부 과정에서 여야가 또 다시 격하게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마디로 ‘휴화산’과 같다는 말이다.

특히 국회 국가정보원 개혁특위의 논의 과정에서 ‘장하나 양승조 의원의 징계안’은 큰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국정원 개혁특위에서 새누리당이 바라지 않는 방향으로 개혁안이 논의될 경우 언제든지 징계안이 전면에 부상할 공산이 크다”며 “두 의원에 대한 제명 징계안이 국회 윤리특위에 상정될 경우 민주당의 격한 반대는 불가피하고 이럴 경우 국정원 개혁특위 논의도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예산안 심의가 끝난 뒤 그동안 미뤄놨던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등에 대한 민주당의 ‘특검’요구는 불가파하다. ‘4자회담’을 통해 ‘특검은 추후에 논의한다’고 못 박은 만큼 민주당의 특검요구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특검요구를 새누리당이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어서 ‘특검도입’ 문제를 놓고 내년 초부터 여야의 ‘투쟁’은 또 다시 시작될 것이란 게 정가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내년 1월부터 ‘특검’과 ‘지방선거’가 함께 맞물리면서 정국은 더욱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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