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국민과 함께 새정치추진위원회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날 안 의원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공동위원장으로 임명된 박호군 한독미디어대학원대학교 총장, 윤장현 광주비전21 이사장, 이계안 2.1 연구소 이사장, 김효석 전 의원, 소통위원장으로 임명된 무소속 송호창 의원, 대변인으로 금태섭 변호사를 소개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고민이 깊어만 간다. 여의도에 새정치 바람을 일으키려는 계획에 차질이 생겨서다. 무엇보다 갈 길 바쁜 안 의원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주변 환경이다.

도무지 주변 환경이 안 의원을 도와주지 않는다. 지난 8일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새정추)’ 공동위원장 4명을 발표했지만, 주변 환경으로 이마저도 묻히고 말았다.

새정추 공동위원장들에 대해 언론도 호의적이지 않다. ‘구시대 인물’ ‘올드보이’라는 혹독한 비판에 직면했다. 호남을 중심으로 ‘안철수 신당’ 바람이 점차 불어오기는 하지만 수도권에선 좀체 안철수 신당 바람이 불지 않는다.

◇ 안철수를 둘러 싼 주변 악재들

지난 8일 안 의원이 국회에서 새정추 공동위원장을 발표하던 날, 민주당 장하나 의원의 ‘대선불복’ 발언이 나왔다. 이 발언이 나오자마자 새누리당은 기다렸다는 듯 총공세를 펼쳤다.

9일엔 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이 폭탄발언을 쏟아냈다. 양 최고위원은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뿐 아니라 청와대서도 발끈하고 나섰다.

▲ 민주당 장하나 양승조 의원의 발언을 두고 '배후론'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언어살인’ ‘언어테러’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강한 어조로 양 최고위원을 비판했다. 이 수석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온 후 새누리당의 태도는 더 강경하게 바뀌었다. 국회 윤리위에 ‘제명 징계안’을 제출했다.

이 문제는 급기야 ‘배후론’으로 확대됐다. 새누리당에선 민주당 두 의원의 발언 배후로 문재인 의원을 지목했고,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강성기조로 나온 데는 이정현 수석이 배후에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정국이 이처럼 숨 가쁘게 돌아가자 ‘새정추’의 존재감은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새정추 멤버들이 신당의 인적구성과 관련된 언급을 하더라도 ‘단신’으로 취급받았다.

안 의원을 둘러싼 최근의 악재들이 새정추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 언론 관심 받기 실패

지난 8일 국회 정론관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기자들로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일요일인데도 이처럼 기자들이 많이 찾은 것은 ‘안철수 신당’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반영한 결과였다.

안 의원 측에서 일요일에도 불구하고 이날 기자회견을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일요일에 아무래도 굵직한 뉴스거리가 없어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실제 각 언론사 데스크에서도 월요일자 톱뉴스로 새정추 관련 기사를 잠정 결정한 상태였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같은 날 민주당 장하나 의원의 ‘대선불복’ 발언이 터졌다. 언론의 관심이 급격히 장 의원 쪽으로 흘러갔다. 여기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까지 나서 장 의원에 대해 ‘십자포화’를 퍼 붓자 정국의 흐름이 한 순간에 바뀌었다.

자연스럽게 새정추 관련 기사는 뒷전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새정추 관련 기사는 9일 오전까지 걸려 있다가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9일 오후부터는 아예 새정추 관련기사가 종적을 감췄다.

한마디로 언론 관심 끌기에 실패한 것이다. 언론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면 국민들의 관심도 멀어지게 된다.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어야 새로운 인물영입도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새정추 공동위원장 4명을 발표한 것도 언론의 관심을 끈 뒤 본격적으로 영입 인재에 나서겠다는 안 의원의 계산 때문이란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힘차게 닻을 올려 진군의 나팔을 불어야 하는 안 의원 입장에선 답답할 노릇이다. 닻을 올려 항해를 하려고 하니 순풍이 불어주지 않는 형국이다. 그래서 안 의원을 비롯한 새정추 관계자들의 한 숨이 더 깊고 길어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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