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대우조선해양의 해외매각을 반대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러시아 기업 매각설에 대해 노조와 거제 지역사회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와 여의도 KDB산업은행 앞에서 ‘대우조선해양 해외매각 반대’ 집회를 가졌다.

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해외매각은 조선업 기술 유출과 국내 조선업 붕괴를 유발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 러시아발 매각설, 거제를 뒤흔들다

대우조선해양의 해외매각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한-러 정상회담 이후부터다.

먼저 러시아 최대 국영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가 대우조선해양 지분 인수에 관심을 나타냈다. 현지 언론에서는 로스네프트가 가스프롬은행, 소브콤플로트(러시아 국영해운사) 등과 손잡고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 31.4%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러시아 하원 금융위원장의 말도 대우조선해양 지분 러시아 매각설을 부추겼다. 지난달 27일 한국을 방문한 그는 “한국과 러시아 정부가 극동지역 항만 및 고속철도 개발권 수주를 위해 대우조선해양을 러시아에 매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우조선해양의 러시아 기업 매각과 관련된 말들이 계속해서 나오자 노조와 지역사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정부 측에서는 지난 10일 “대우조선해양을 해외에 매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우조선해양이 높은 기술경쟁력을 갖고 있고, 각종 군함을 생산하는 등 중요한 방위산업 업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 정부의 애매한 해명, 의혹만 키워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해명에도 노조와 거제지역사회의 우려 섞인 시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지난 16~17일 ‘해외매각 반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결과는 찬성 92.7%였다. 이후 노조는 지난 18일 거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가진데 이어 19일에는 서울로 올라와 상경집회까지 벌이며 해외매각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노조는 “과거 쌍용․삼성․대우 자동차와 외환은행, 극동건설 사태 등 무분별한 해외매각은 국가 경쟁력 약화와 고용위협,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다”며 5가지 매각 원칙을 밝혔다. 그 내용은 ▲분리매각 ▲독립경영 보장되는 전문경영인 체제 유지 ▲장기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주체 참여 보장 ▲임직원 참여 보장 ▲매각 과정의 투명성 보장과 이해관계당사자들의 의견 반영 등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김성철 정책기획실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정부 해명에는 명확한 기관이나 직책도 없었다”며 정부의 확실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뒤로 지분 인수 논의를 다 마친 뒤 강행할까 우려스럽다”며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매각 방식이 가능하다. 러시아와의 외교적 관계에서 대우조선해양이 희생양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이 밝힌 바와 같이 노조와 지역사회는 정부가 가려진 장막 뒤에서 지분 매각을 추진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의 명확한 해명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정부를 주시하며 목소리를 낸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 권영민 기업금융사업부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대우조선해양 지분 매각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진행상황도 없다”며 “2009년 한화가 인수를 포기한 뒤 아직까지 특별히 달라진 게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 관련 정부 측에서는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의 신속하고 명확한 해명만이 노조와 지역사회의 우려와 혼란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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