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 심리로 열린 재판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최 회장은 피고인이 아닌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의 재판에 증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이날 최 회장은 구속 수감되기 전보다 살이 빠진 모습이었다. 현재 서울구치소에서 11개월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최 회장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일까. 그의 근황이 궁금하다.
최 회장은 지난 1월 31일, 계열사 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돼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이다. 벌써 11개월째다.
최 회장은 이미 지난 2003년 2월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으로 구속돼 수감생활을 한 바 있다. 지난 1월 법정구속됨으로써 최 회장은 꼭 10년만에 다시 수감되는 수모를 겪게 됐다.
최 회장이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는 이른바 ‘범털’(사회 고위층 수감자를 뜻하는 은어)들이 대거 몰려있다. 최 회장을 비롯해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전 정권 실세였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등이다.
◇ 허리디스크… 건강악화설 ‘솔솔’
최 회장은 현재 1인 독거실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흔히 ‘독방’이라고 알려져 있는 ‘독거실’은 6.56㎡(약 1.98평) 규모로, 접이식 침대와 수세식 회장실, 세면대, 싱크대, TV, 관물대 등이 갖춰져 있다. 식사는 독거실 내에 있는 식기에 배식 받고, 설거지도 방 안에서 본인이 직접 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구속 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데 대해 오랜 수감생활로 인한 고생 때문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재계 일각에서는 수감 전부터 허리가 좋지 않았던 최 회장이 오랜 수감생활을 하면서 건강이 악화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지난 여름께 언론과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요통을 넘어 허리디스크 수준의 통증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 알려진 바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SK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체중이 조금 많이 나갔던 최 회장이 평소에도 허리 통증을 호소했으며, 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면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허리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SK그룹 측은 회장님이 아파도 ‘아프다’고 밝히지 못하는 분위기다. 수감 생활 중 ‘병’을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노리는 총수들의 전례가 상당했기 때문에 최 회장 역시 꾀병을 부린다는 식의 의혹을 사게 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되면 최 회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조성돼 결국 재판 과정에 상당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최 회장으로선 현재의 ‘허리통증’보다 더욱 큰 ‘치명상’이 될 수 있다.
현재 횡령·배임·비자금 등 각종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재계 총수 중에서 최 회장이 유일하게 옥살이를 하고 있다. 거액의 비자금 조성과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병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 최태원, 매일 운동화를 갈아신는 이유
한편 ‘아시아투데이’에서는 최근 보도를 통해 최 회장이 매일 운동화를 갈아 신으며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지난 18일 최 회장을 면회한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곳(서울구치소)은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곳이니 최 회장께서도 건강관리에 부단히 노력하고 계신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특히 “최 회장이 왜 매일 새 운동화로 갈아 신는 지에 대해 명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다”면서 “다만 타 수감자들은 더러워질 경우 운동화를 세탁해서 다시 사용하지만 재벌 총수가 직접 세탁을 하기보단 새 운동화를 구매하는 편이 낫다고 최 회장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 회장은 19일 자신과 공범으로 기소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이 제기한 김 전 고문의 ‘기획입국설’을 전면 부인했다.
이날 최 회장은 “나이 50줄에 평판이 있는데 먹칠하는 일을 했겠느냐”면서 “제 이름과 하느님 앞에 맹세한다. 이번 일을 알지 못했고 횡령할 의도도 없었다”고 항변했다.
이어 “이 자리에 온 게 후회스럽고 부끄럽지만 억울한 정황이 있다. 회사 돈이 언제 어떻게 유출됐는지, 나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조차 몰랐다”면서 “항상 국세청 등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데 펀드 1~2개월 쓰려고… (이런 일을 벌이지 않는다).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뻔히 아는데 그럴 수는 없으며 제 돈으로 투자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저는 부끄럽게 돈을 만들려 하지 않았다. 이런 원칙을 지켜왔고 지켜가고 싶다”고 입장을 밝혔다
최 회장은 내년 2월로 예상되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