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새해 목표를 세우기 바쁘다. 경제계도 다르지 않다. 재계와 정부 인사들은 신년사를 통해 제각기 올해의 화두를 제시했다. 대기업 총수들은 각자의 상황에 맞춰 올해 지향점을 설정했고, 경제 당국의 인사들은 올 한해 정부 정책의 방향을 밝혔다.

     
 
 ▲위에서부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 미래 성장 동력 확보하자

재계 총수들의 신년사는 크게 ‘가자 앞으로’형과 ‘위기탈출’형으로 나뉘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신년사는 ‘다시 한 번 바꾸자’가 주된 내용이었다. 그는 “5년 전, 10년 전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하드웨어적인 프로세스와 문화는 과감하게 버리자”며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과 제도, 관행을 떨쳐내자”고 강조했다.

그의 이러한 말은 지난 1993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고 말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지난 20년간 삼성은 ‘신경영’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또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이 회장은 ‘혁신’을 또 한 번 주문한 것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786만대의 글로벌 판매목표’가 그것이다. 정 회장은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관리체계의 혁신과 성장 전략 체계화, 연구개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장기적 성장전략 모색을 화두로 제시했다. 특히 신 회장은 “과감한 혁신과 현장중심경영으로 기존사업의 내실화에 만전을 기해 달라”며 현장을 강조했다. 아울러 해외사업에 대한 의지도 피력했다. 신 회장은 “해외사업의 지속적인 확장과 안정적 성장은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라며 “현지 문화와 습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그 지역 주민들에게 진정으로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말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 역시 장기적 성장을 강조했다. 허 회장은 “적잖은 기업들이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면서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의 기본 실력과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단기적인 수익성 확보에만 집중하면 미래 성장을 기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경제 회복기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다. 박 회장은 “올해는 세계경제의 회복기가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누가 더 '계획된 준비'를 했느냐에 따라 누릴 수 있는 과실의 크기가 달라질 것이고, 준비된 자가 훨씬 더 많은 시장기회를 가질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재현 CJ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위기탈출이 급선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일부 대기업은 역시 위기탈출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구몬무 LG그룹 회장은 “앞으로의 경영 환경은 위기 그 자체”라며 “선도 기업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고, 후발주자들은 우리를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 오고 있다. 임직원 모두가 위기임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역시 ‘위기 극복’을 화두로 제시했다. 조 회장은 “2014년 시장 환경은 긍정과 부정이 교차하고 있지만, 아직은 불확실한 것이 사실”이라며 “부족한 힘을 하나로 모으고 한마음으로 무장해 위기를 극복하자”고 말했다.

총수가 자리를 비운 최악의 위기 상황인 SK와 CJ, 한화는 한결 같이 총수를 그리워했다.

SK그룹은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신년사를 대신했다. 김 의장은 “지난해 SK는 대부분의 사업이 부진해 어려운 한해였다”며 “SK의 성장을 주도하며 밤낮없이 열정을 바쳤던 최태원 회장의 경영공백은 그 아픔이 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장은 “‘따로 또 같이 3.0’ 체제에서 기업자치 300조원 달성에 도전하자”고 밝혔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순탄치 않은 경영환경이 예상된다”며 “이재현 회장의 부재는 그룹의 최대 위기상황인 만큼 임직원 여러분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연 회장에 대한 의존도가 남달랐던 한화그룹은 이렇다 할 신년사를 내놓지 않았다. 한화는 현재 새해 경영전략과 정기 인사도 미뤘을 만큼 총수 부재에 신음하고 있다.

▲위에서부터 현오석 부총리,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 정부 인사, 국민이 최우선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신년사를 통해 ‘선우후락(先憂後樂, 근심할 일은 남보다 먼저 근심하고 즐길 일은 남보다 나중에 즐긴다)’를 제시했다. 현 부총리는 “우리가 먼저 근심하고 한발 먼저 앞서간다면 경기회복의 온기가 국민 모두에게 퍼지고 우리 경제가 선진경제 궤도에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요구했다.

현 부총리는 최근 잇따라 강조했던 공기업 문제에 대해서도 다시 언급했다. “공공부문 정상화는 방만경영 등으로 혜택을 보아온 기득권집단의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 속도감 있는 구조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우리는 세계 경기불황 속에서도 3년 연속 무역 1조 달러를 유지하고, 사상 최대의 수출과 무역흑자도 달성했다”면서도 “올해 우리 경제·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윤 장관은 이어 “산업통상자원부는 어려운 대외여건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고,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경기회복의 불씨가 온전히 타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향후 10년을 책임질 새로운 성장엔진 마련, 투자와 고용창출, 건강한 산업생태계 조성, 지역중심의 성장전략 구체화, FTA, TPP 관련 국익과 민생 최우선 고려, 안정적인 에너지·자원 수급 등을 약속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강조했다. 최 원장은 “금융산업은 저성장·저금리 기조와 급격한 고령화 등으로 활력을 잃으면서 수익기반이 약화되고 있다”며 “이런 상태가 수년간 이어지면 건전성마저 위협받을 수 있으므로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통해 재도약의 모멘텀을 적극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원장은 “개별 금융회사에 대한 사후적 적발이나 문제수습 위주의 과거 감독방식에서 벗어나 예방적 금융감독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금융상품 불완전 판매, 대출금리·수수료 부당수취 등 시장질서를 교란하거나 다수의 소비자에게 피해를 유발하는 행위에 대한 검사와 조사를 강화하고 법규 위반자에 대해서는 일체의 관용 없는 제재 원칙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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