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ㆍ조현준 효성 부자(父子) 불구속 기소… 형평성 논란
검찰 봐주기 의혹, 일각선 청와대 비호설도 ‘솔솔’

▲ 효성그룹의 비자금과 탈세 의혹을 받고 있는 조석래 회장이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고 나오다 기자에게 질문을 받고 있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그의 아들 조현준 사장이 불구속 기소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이들이 받고 있는 혐의만 보더라도 이전에 구속된 대기업 총수들보다 죄질이 무거운데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되자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봐주기 의혹’과 더불어 ‘청와대 비호설’까지 나오고 있다.

9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조 회장과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사장, 그리고 그룹 임직원 5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한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이를 두고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하고 있다. 통상 대법원의 양형기준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는 이유에서다. 법조계에 따르면 조세포탈 금액이 200억원이 넘을 경우 5~9년형이 기본형이며, 300억원 이상의 횡령·배임에 대해서는 5~8년형을 내린다.

하지만 조 회장은 효성그룹 임직원들과 공모해 5,000억원대의 분식회계, 1,500억원대의 조세포탈, 900억원대의 횡령·배임, 그리고 500억원대의 위법배당 혐의를 받고 있다. 범죄 액수 규모만 8,000억원대다.

대법원 양형기준을 감안하면 조 회장에게 내려진 ‘불구속’ 처분은 죄질에 비해 지나치게 가볍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 탈세와 횡령ㆍ배임 혐의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19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 조석래 회장만 불구속 ‘왜’

이는 조 회장과 비슷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다른 대기업 총수들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관대하다.

546억원대의 조세 포탈 혐의와 1,500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구속 기소됐고, 징역 4년을 받고 현재 구속수감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액수는 465억원으로 조 회장보다 적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자원 LIG그룹 회장 등 지난 한 해 동안만 굵직한 재벌 총수들이 줄줄이 구속된 것과는 전혀 다른 판단이다.

게다가 검찰은 이날 조 회장에 비해 범죄액수가 10분의 1에 불과한 이석채 KT 회장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13일 조 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당시 “주요 범죄 혐의에 관한 소명 정도, 피의자의 연령과 병력 등을 감안하면 구속의 필요성이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하지만 사기성 CP발행 등의 혐의로 구속된 구자원 LIG그룹 회장도 여든에 가까운 고령인데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고, 역시 82세의 고령인 이선애 태광 상무 역시 척추골절 수술에 따른 후유증, 심장 질환 등을 재판부에 호소했지만 법정구속 결정에 고려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병세’로 치자면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훨씬 위중하다.

사정이 이쯤되자 외부에서는 조 회장의 불구속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박근혜 정부의 ‘경제활성화’ 덕을 봤다는 분석이 많다.

앞서 구속된 총수들은 ‘경제민주화’의 바람이 한창일 때였다. 지난해만해도 검찰은 경제인들, 특히 재벌 총수들의 범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검찰은 “재벌범죄를 묵인하지 않겠다”며 기세등등하게 날선 칼날을 들이댔고, 재판부도 ‘경제발전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해오던 관례를 뒤집고 잇따라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정부는 ‘경제민주화’ 대신 ‘경제활성화’를 강조하며 친기업 모드로 돌아서고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기업 투자와 규제 완화에 목을 매고 있다. 외부에선 검찰의 기류 변화가 이 같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기조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경제활성화를 강조하면서 검찰의 대기업이나 재벌 수사의 칼날이 크게 무뎌지고 있고, 그 첫 혜택이 조 회장에게 돌아갔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로 벼랑 끝 위기로 내몰렸다가 ‘경제활성화’로 결국 살아났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경제민주화’로 죽을 뻔
    ‘경제활성화’로 기사회생

그러나 이는 검찰의 ‘이중잣대’에 대한 정당성 명분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조 회장의 불구속 배경에 뭔가 다른 게 있지 않겠냐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재계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조 회장과 청와대 고위인사의 인연을 주목하고 있다.  조 회장이 전경련 회장 재임 당시 ‘박정희기념관’ 건립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는데, 이곳에서 중요직책을 맡았던 인사가 현재 청와대 고위직에 몸담고 있다는 것. 당시의 ‘깊은’ 인연이 이번 조 회장의 불구속 기소 처분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작용한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구속 수사가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똑같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누군가는 남의 손에 회사를 맡긴 채 한 평 반짜리 차디찬 독방에서 생활해야 하고, 또 누군가는 자유의 몸으로 많은 것을 누리며 재판을 받는다면 이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 늘 강조하던 ‘법과 원칙’에도 맞지 않는 대목이다. 그것도 다른 피의자들에 비해 죄질이 무겁다면 논란의 소지는 더욱 크다.

한편 이날 효성그룹은 “검찰의 수사결과를 존중하며, 이번 수사와 관련하여 심려를 끼쳐드린데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효성 측은 “이번에 문제가 된 사안들은 대부분 15∼20년 전에 시작된 것으로, 현재의 잣대로만 평가하는 것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며 “회사 경영상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사익을 취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한 바가 없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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