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럭비공 북한의 돌출행동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이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시사위크=최찬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구상이 좀처럼 난관을 헤쳐 나가지 못하고 갖가지 암초에 걸려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할 만큼 통일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북한의 이중적인 태도가 통일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여러 채널을 통해 대북 화해 제스처를 취해 왔다. 대북정책의 '화룡점정'은 독일에서 발표한 '드레스덴 구상'이다. 드레스덴 구상은 인도적 문제 해결,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 등 광범위한 대북정책을 담은 선언이다.

그럼에도 북한의 태도로 인해 드레스덴 구상은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럭비공 북한, 초조한 정부

지난 1월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인 설날을 앞두고 북한이 적극적으로 우리 정부의 이산가족상봉 제의에 응해와 '남북화해 분위기'가 한껏 무르익었다. 북한은 금강산에서 열린 이산가족상봉 행사에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등 남북한 화해 분위기는 여느 때와는 달랐다.

그러나 북한의 이런 태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곧바로 미사일 발사와 4차 핵실험 위협을 경고하며 갑자기 강경한 태도로 나왔다. 그동안 수차례 반복된 '럭비공 북한'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특히 북한은 박 대통령이 독일 국빈방문 중 발표한 드레스덴 선언 이후 더욱 속내를 감추며 비방전을 가열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2일 국방위원회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북남관계의 현 상황에 대한 무지로부터 아무런 해결 방도도 없이 위선과 기만으로 여론만 흐리게 한 반(反)통일분자의 넋두리"라고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을 비판하고 나섰다.

또 북한은 드레스덴 구상에 대해 "독일은 흡수통일로 이뤄진 나라다. 바로 그곳에서 자기가 구상하고 있다는 통일에 대해 입을 놀렸다는 것만으로도 불순한 속내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비난하며 흡수통일을 경계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북한 국방위 대변인 논평에 대해 우리 정부는 가타부타 말을 아끼고 있다. "북한이 한두 번 그런 것도 아닌데 새삼스러울 게 없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 입장에선 답답할 노릇이다. 드레스덴 구상을 통해 북한의 지원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일방적인 비방전과 4차 핵실험 위협을 노골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 북한 노동신문은 13일자 4면에 "박근혜눈 황당무계한 궤변으로 온 민족을 우롱하지 말아야 한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보도하고 있다. 이날 담화는 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독일 드레스덴 선언, 대북3대 제안 등을 거론하며 험악한 말로 비난하고 있다. (출처=노동신문)
◇ 남북관계 회복 신념 확고한 박 대통령

'럭비공 북한' 때문에 곤경에 처한 사람은 박 대통령이다. 북한의 적극적인 호응이 없으면 드레스덴 구상도 앞으로 나갈 수 없게 된다. 무엇보다 남북간에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으면 5.24 조치의 해제는 불가능하다.

5.24 조치 해제 없이는 북한을 실질적으로 도울 명분이 상당히 약화되게 된다. 우리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 없이는 5.24 조치 해제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5.24 조치란 지난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이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북한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 전면 불허 △남북교역 중단 △방북 불허 △대북 신규 투자 불허 △대북 지원사업 원천적 보류 등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한 것을 말한다.

북한의 럭비공 태도로 인해 박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통일위원회 발족도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달 중 통일위원회가 정식 출범해야 하지만 동해상 미사일 발사, 4차 핵실험 위협, 북방한계선(NLL) 해상 사격훈련, 무인기 정찰 등 안보위협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통일위원회 출범이 오히려 부담스럽게 됐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은 인내를 갖고 북한을 설득해 대화의 장으로 끌어낸다는 복안이다. 북한의 갖은 위협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북한을 크게 자극하지 않는 것도 박 대통령의 의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 문제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비록 북한이 지금은 비방전을 가열하고 있지만 올 중반부터는 점차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한의 경제상황이 썩 좋지 않는 상황에서 빗장을 잠그며 고립정책을 고수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박 대통령의 매력적인 제안을 계속 뿌리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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