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강준혁 기자] 2014년 1분기 자동차 시장의 핫 키워드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연비’였다.

지난 1~3월까지 우리나라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는 1,959만6,321대로, 올 하반기 2,000만대 돌파가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추세가 하이브리드 및 디젤 차량의 수요 증가, 수입차 판매호조, 말소등록 감소 등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사실 하이브리드, 디젤, 수입차 판매 증가는 모두 ‘연비’라는 하나의 연결고리로 묶여 있다.

하이브리드와 디젤 자동차 모두 고유가로 연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인기가 높아졌다. 올 1분기 말 하이브리드 등록차량은 11만2,959대로, 3개월 새 9,379대가 증가했다. 특히 그랜져 하이브리드는 1분기 4,073대가 등록돼 전체 하이브리드 자동차 1위에 올랐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선전으로 그랜져는 전체 승용차 국내판매 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디젤차 누적등록대수 역시 작년 12월 말 대비 1.8% 늘어난 7,53만186대로 집계됐다. 중고차매매사이트 카즈(http://www.carz.co.kr) 데이터리서치팀 관계자는 “디젤 차량 판매 증가는 SUV, RV 등 레저용 차량 수요 증가, 디젤 세단에 대한 관심 증가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면서, “현재 국산 디젤 자동차 시장이 SUV와 RV 차량 위주로 형성돼 있어, 레저용 차량 수요가 증가할수록 디젤 자동차 시장도 커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로버트보쉬 디젤 사업부가 1,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디젤차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 중 78.7%가 SUV 등 레저형 차량을 운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디젤 엔진의 장점으로 좋은 연비(55.8%), 저렴한 연료비(42.9%)를 꼽았는데, 이는 연비에 대한 관심, 디젤 차량의 인기, SUV 판매량 증가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수입차 역시 연비를 고려한 디젤차를 중심으로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물론 수입차의 인기요소는 다양하지만, 주요모델을 중심으로 연비가 높은 디젤차량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많이 등록된 수입차 BMW 5시리즈의 경우 신규등록대수의 80%인 3,811대가 디젤모델이다. BMW 5시리즈는 전체 디젤 자동차 신규등록대수 9위에 오르기도 했다. 신차효과로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228.4% 껑충 뛴 벤츠 S클래스 역시 디젤 자동차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고연비’ 바람은 거세다. 올 1분기 자동차 이전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차량모델이 감소세를 나타낸 가운데 기아 모닝과 스포티지, 현대 투싼은 증가세를 보여 경차와 SUV의 인기를 반증했다. 모두 상대적으로 높은 연비를 자랑하는 모델들이다.

중고차 카즈 매물관리부 최경욱 과장은 “중고차 시장에서 경차와 SUV는 제조사와 모델을 막론하고 인기가 많다. 경차는 초보운전자나 경제적 여유가 적은 사회초년생, 유지비용을 줄이려는 알뜰족이 주로 찾는다. SUV는 모델별로 높은 잔존가치를 유지하고 있어 내차판매 시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구입 후 되팔 때도 손해가 적어 차테크용으로도 손색이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현재 자동차 시장은 ‘연비’라는 공통된 목적으로 맞물려 있다. 고유가 행진 속에 가솔린 자동차의 경제적 부담이 늘어나면서, 디젤과 하이브리드 자동차 수요가 증가했고, 이를 넘어서 전기차 등과 같은 친환경 자동차가 등장하고 있다. 독일차 업계는 디젤 세단을, 일본차 업계는 하이브리드와 전기 자동차를 속속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과연 국산 제조사들은 어떤 자동차로 연비 전쟁을 치러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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