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미성년 자녀들에게 주식을 물려주는 방식으로 세금을 피해왔던 재벌가 오너들이 이젠 더 이상 이 같은 꼼수를 부리기 힘들 전망이다. 미성년 주식재벌들에게 증여세 및 양도속득세를 중과세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추진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성년 주식 재벌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의 경우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적잖은 세금폭탄이 예상돼 고민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19대 국회 후반기 기재위원장으로 내정된 정희수 새누리당 의원은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주식 ‘편법증여’에 대한 중과세를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기재위 조세소위에는 정희수 의원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계류중이다.

◇ 정희수 의원 “미성년자에 주식증여, 5년뒤 주가상승분에 대해 증여세 부과”  

정희수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은 기업의 대주주와 특수관계에 있는 미성년자에게 해당 기업의 주식 등을 증여할 경우 5년 뒤 주가상승분에 대해 별도의 증여세를 물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사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도 미성년자 등이 재산을 증여받은 뒤 5년 내 재산가치가 늘어나면 그 평가이익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주식 상장 및 합병 △사업 인·허가 △개발사업 시행 △형질변경 등 ‘재산가치 증가사유’가 증명돼야만 이 법을 적용시킬 수 있다. 이 외의 이유로 증여받은 주식의 가치가 높아질 경우에는 별도의 증여세를 부과할 법적 근거가 미약해 현실적으로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이같은 법의 맹점을 이용한 탓일까. 미성년 자녀들에게 주식을 물려주는 재벌가 오너들은 최근들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2년 4월 말 ‘억대 어린이 주식부자’는 102명으로 처음 100명을 돌파한 이후 지난해에는 118명이었고, 올해는 126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재벌닷컴은 “작년부터 올 초까지 주식시장이 침체를 보인 틈을 타 상장사 오너가(家) 어린 자녀들에 대한 주식 증여가 늘어난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오너 일가가 미성년자에게 주식을 증여하는 이유는 성년이 될 때 발생하는 배당금 및 주식가치 증가분에 대해 증여세 없이 부를 세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는 주가가 낮을 때 미성년 자녀에게 주식을 증여하고, 5억원 미만의 주식을 조금씩 하는 ‘짬짬이 증여’를 통해 증여세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재벌들이 세금을 회피할 목적으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증여 방법이다.

현재 미성년 주식재벌 1위는 GS그룹 오너 일가가 차지하고 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1억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만 12세 이하(2001년 4월 30일 이후 출생자) 어린이는 총 126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대부분은 GS와 효성·두산·한국타이어·세아 등 재벌가 오너의 친·인척 어린이 주식 부자였다.

▲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 금수저 물고 태어난 미성년
 주식재벌, 철퇴 예고  

개인별 보유 주식가치 1위는 허창수 GS그룹 회장 사촌인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의 차남 (10세)으로 155억원 어치의 주식을 보유했다. 허 부사장의 차남은 5세인 지난 2009년 GS 주식 27만3,000주를 증여받은 뒤 추가 장내 매입을 통해 현재 32만1,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2009년 이후 5년 동안 받은 배당금은 18억5,000만원에 이른다.

허 부사장의 장남(13세)은 지난해 429억9,000만원으로 동생의 두 배 이상 되는 평가액으로 1위를 차지했지만 올해 만 13세가 되면서 어린이 주식부자 1위를 동생에게 넘겨줬다.

GS 일가에 이어 ‘어린이 주식부자’ 대열에 대거 이름을 올린 회사는 한미약품이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친인척인 7명의 어린이가 각각 83억5,000만원(한 명의 어린이만 85억5,000만원)의 주식을 보유해 2위에서 8위까지 차지했다. 이들 어린이는 임 회장의 직·방계 손자와 손녀들이다.

심지어 생후 9개월 갓난아이도 있다. 김동길 경인양행 명예회장의 손자(1)로, 경인양행 주식 20만주(7억9,000만원)를 보유하고 있다.

정희수 의원은 이번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각오다. 정희수 의원실 측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상장이나 합병시에만 증여세를 물리도록 돼 있는데, 계류중인 개정안은 상장 여부와 관계없이 주식이 올랐을 때 증여세를 물리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면서 “관련 조항을 좀 더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방식으로 미성년자 주식 ‘편법증여’에 대한 증여세 중과 취지를 살리겠다는 계획이다. 상황에 따라 법안을 일부 수정해야 할 지도 모르지만 취지는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이어 “어린이에게 과도하게 주식을 증여하는 등의 부의 대물림은 재벌기업의 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 등과 함께 사회정의를 해치고 부의 양극화를 초래해 일반인들에게 박탈감과 위화감을 조성한다”면서 “내용을 바꾸거나 새로운 법안을 발의해서라도 재벌 4세 등 미성년자에 대한 편법증여에 중과세하는 취지의 입법화는 반드시 성사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비난을 줄곧 들어왔던 미성년 주식재벌들. 과연 정희수 의원의 개정안이 모두의 공감대를 얻고 통과될 것인지, 국회를 바라보는 각계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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