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홍원식 동덕여대 교양교직학부 교수
[시사위크] 방송 심의 판결과 관련된 잇따른 법원판결이 방송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3일 법원은 KBS에서 방영한 <추적60분> ‘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 편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 조치를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에 앞서 CBS <김미화의 여러분>에 대한 방통심의위원회의 주의 조치 역시 법원은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두 프로그램 모두 방통심의위원회에서는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했다는 명목으로 징계했지만, 법원은 방통심의위의 이러한 공정성 심의에 반하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법원이 행정소송에서 공공기관들이 내린 결정을 취소하는 것이 크게 놀라운 것은 아니지만, 방통심의위가 지난 수년간 정치적 공정성 논란에 휩싸여 있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이러한 법원의 판결은 가벼이 넘어갈 수 없는 사항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방통심의위는 주요 정치적 사안들에 대한 언론 보도의 공정성을 심의했고, 심의 결과를 놓고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일으켜 왔다.

실제로 정부 여당이 심의위원의 3분의 2를 임명하고 야당이 3분의 1을 차지하는 현재의 방통심의위원회 구성에서 정치적으로 공정한 판단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미 방통심의위원회는 우리 사회의 정치적 갈등의 한 축이며, 정치적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원시적 전장이 됐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방통심의위 내부에서 나오는 소식들에 의하면, 심의위원들간의 발언이 어떤 전문성이나 합리성을 담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고, 내부에서 보기에도 워낙 원색적이고 비논리적이서 밖에 내보이기 부끄럽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언론이 담당하는 가장 기본적 기능인 정치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방통심의위를 통해서 오히려 통제되고 있다는 의구심이다. 이런 이유로 외국에서는 공정성 심의에 국가가 관여하지 않고, 방송사들의 자율적 규제에 맡겨두게 하는 편이다. 우리 방송계에서도 정치적 불공정 논란을 양산하고 있는 방통심의위의 존재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회의에도 불구하고, 2기 위원들의 임기가 종료되고 최근 3기 위원들이 새로 선임됐다. 3기 방통심의위원장으로 내정된 박효종 서울대교수를 비롯하여 위원들의 면면들을 살펴보면, 여전히 논란의 소지를 담고 있다. 여야가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된 3기 심의위에서도 여전히 공정성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KBS 사태에서 보듯, 언론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정치에 종속 되어버리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최근 법원 판결은 방통심의위의 존재가 언론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데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 냉정히 따져볼 것을 주문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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