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민주연합의 서울 동작을 공천 경쟁은 지역에서 26년째 몸담고 있는 허동준(사진에서 왼쪽) 전 지역위원장과 ‘전략공천설’이 나돌고 있는 금태섭 대변인의 대결 구도로 정리된 모양새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당초 서울 동작을 출마가 거론됐던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거물급들의 출현은 없었다. 2004년과 2012년에 동작을 후보로 출마했던 이계안 최고위원은 “올드보이 컴백쇼는 좋지 않다”며 한발 물러섰고, 김두관 전 경남지사와 천정배 전 의원은 각각 경기 김포, 광주 광산을 공천을 신청했다.

손학규·정동영 상임고문의 전략공천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있지만, 당 안팎에선 “손 고문은 사실상 수원 출마가 유력하고, 정 고문의 경우 현재 강남을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만큼 총선 치른 지 2년 만에 지역을 바꿔 동작을로 출마하는 게 부담스러운 상황”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동작을의 공천 경쟁은 후보자 공모를 신청한 6명의 대결로 정리됐다. 금태섭 중앙당 대변인과 허동준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 장진영 변호사, 강희용 정책위부의장, 권정 서울시 법률고문, 서영갑 서울시의회 새정치민주연합 부대표 등이다. 신진세력의 등장을 예고했지만, 공천을 둘러싼 예비 후보자들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금태섭 전략공천설’ 때문이다.

◇ ‘제2의 고향’ 동작을 발전 도모해온 허동준

실제 금 대변인은 전략공천을 내심 바라는 눈치다. 경쟁 위치에 놓인 다른 5명의 예비후보자들이 경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동참을 권유하자 “선수는 규칙을 논하지 않는다”면서 거부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새누리당에서 강력한 후보가 나올 텐데 과연 토박이론으로 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재보선 때 경선한 사례가 없다. 전략지역은 전략공천을 해왔고, 그 과정에서 현재 정치권에서 촉망받는 많은 훌륭한 분들이 영입이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 대변인의 설명과 달리 동작을 예비 후보자들은 물론이고 당내 현역 의원들도 전략공천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특히 서울시당 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영식 의원과 박지원 의원을 비롯한 31명의 의원들은 지난 1일 공동성명을 내고 금 대변인의 전략공천을 견제했다. 이들 의원들은 국민참여형 경선 등을 통한 ‘개혁공천’을 주장하며 허 전 지역위원장의 출마 기회를 요구했다.

허 전 지역위원장을 지지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허 전 지역위원장의 자기희생과 헌신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허 전 지역위원장은 지난 2000년부터 선거 출마를 결심하고 준비해왔으나 번번이 당의 전략공천으로 뜻을 굽혀야 했다. 2000년 총선에선 신한국당 출신의 유용태 전 의원이 전략공천을 받았고, 2004년 총선과 2008년 총선엔 각각 이계안 최고위원과 정동영 상임고문이 전략공천의 주인공이 됐다. 2012년 총선의 경우 경선이 치러지긴 했지만 사실상 2008년에 출마 경험이 있는 이계안 최고위원의 전략공천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전략공천으로 지역을 찾았던 인사들은 하나 둘 동작을을 떠났다. 지역에 남아 선거 패배로 흐트러진 민심을 붙잡은 사람은 바로 허 전 지역위원장이었다. 따라서 31명의 의원들은 “지난 과정에서 당의 결정을 존중하고, 지역의 승리와 당의 발전을 위해 흔들림 없이 지역을 지켜왔던 허 전 지역위원장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는 지역 민심과 당심이 전략공천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의 승리를 위한 전략적 고려도 중요하지만, 그 어느 지역보다 지역 유권자와 당원의 뜻이 충실히 반영되는 공천이 돼야 한다”는 게 31명 의원들의 설명이다.

사실 당내 허 전 지역위원장을 지지하는 의원들은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허동준 동정론’이다. 우스갯소리로 ‘벽보라도 한 번 붙여볼 수 있게 해야 하는 게 도의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와 관련, 허 전 지역위원장은 지난달 28일 기자와 만나 “단순한 동정론이 아니라 ‘명분’이다”고 강조하며 “동작을은 정치적 목적으로 왔다가 가는 정거장 내지는 잠시 머물렀다가 가는 쉼터가 아니다. 지역 발전에 대한 청사진이 명확해야 한다. 때문에 전략공천보다 지역에 뿌리를 박고 사는 사람을 내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허 전 지역위원장은 지난 1988년 중앙대 법학과에 입학한 뒤 줄곧 동작구를 떠나지 않았다. 결혼 후 전세방 마련 때문에 신혼 초 잠시 지역을 떠났다가 돌아왔지만, 두 아이를 동작구에서 낳았고, 그 아이들이 어느새 중학교 3년과 초등학교 1학년이 됐다. 허 전 지역위원장에게 동작구는 ‘제2의 고향’인 셈. 그가 지역을 지켜온 이유다. 하지만 이제는 ‘붙박이’로서가 아닌 지역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예산지킴이’를 꿈꾸고 있다.

◇ 금태섭의 약속 “동작을 절대 떠나지 않을 것”

허 전 지역위원장은 “6년 전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이 처음 출마했을 때만 해도 지역민들의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당장이라도 발전이 이뤄질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 결과가 어떤가. 철새 정치인들에 대한 지역민들의 불신만 더 커졌다”면서 “지역에선 현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 지역민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이런 지역 민심과 당심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맞선 금 대변인의 각오도 만만찮다. 동작을 출마 이유에 대해 “가장 어려운 곳에 나와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힌 그는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동작을에 뿌리를 내릴 각오다. 금 대변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역민들에게 처음 약속을 드리는 건데, (선거에서) 지건 이기건 절대 떠나지 않고 동작을 위해서 살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작을 출마를 결심한지 14년 만에 첫 출전 기회를 눈앞에 둔 허 전 지역위원장과 동작을에 새바람을 몰고 온 금 대변인의 대결에 당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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